목이나 어깨가 결리거나 근육이 뭉친 부위에 ‘착’하고 붙이는 파스, 한번 쯤 사용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시원한 느낌과 함께 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혀 요즘에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운동을 즐기는 젊은층 사이에서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파스의 어원이 독일어 ‘파스타(Pasta)’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아십니까? 먹는 파스타가 아닌 치약이나 연고를 뜻하는 말인데요. 오늘은 파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959년 대한 ‘파스’ 독립
한국에 처음 소개된 파스는 6·25전쟁 이후 일본에서 들어온 ‘샤론파스’입니다. 여기서 샤론은 소염진통 효과를 내는 살리신살메틸 성분을 뜻하며, 파스는 치약이나 연고를 의미하는 독일어 ‘파스타’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전후 고된 육체노동에 지친 국민들이 샤론파스를 많이 찾으며 ‘파스’라는 제품명 중 일부가 현재까지도 외용 소염진통제를 통칭하는 말로 쓰이게 되죠.
파스는 타박상, 근육통, 관절통 등에 쓰이는 외용 소염진통제로 제형에 따라 크게 첩부제(플라스타)와 습포제(카타플라스마)로 나뉩니다. 첩부제는 물기가 거의 없어 접착력이 강하고 습포제는 수분 함습도가 높아 피부 자극을 줄인 제형인데요. 초창기 나온 1세대 파스는 대부분 첩부제, 냉온 찜질효과를 내는 2세대 쿨파스, 핫파스는 습포제에 속하죠.
당시 국민들이 애용하던 샤론파스는 고가의 밀수품으로 가격이 비쌌습니다. 1959년 신신제약의 고(故) 이영수 명예회장은 국내서 파스를 만들어 이 문제를 풀기로 결심합니다. 이렇게 나온 제품이 바로 국산 1호 파스 ‘신신파스’입니다. 신신파스는 생산 초창기 낮은 품질로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으로 성능을 인정받고 시장에 입지를 마련하는데 성공합니다.
이후 신신제약은 습포제 형태의 2세대 파스, 약물 전달 시스템(DDS) 원리를 이용한 관절염 전문 3세대 파스를 출시하며 국내 파스시장을 주름잡는데요. 이러한 판도는 1990년대 관절염 치료제 성분을 포함한 파스제품이 나오며 뒤집히게 됩니다. 특히 1994년 나온 태평양제약(현 한독)의 ‘케토톱’은 이전까지 먹던 관절염 치료제인 케토프로펜을 파스로 개발한 제품으로 출시 후 우수한 효능이 입소문을 타며 신신을 꺾고 시장 1위에 오르게 됩니다.
뿌리고 바르고…파스는 변신 중
이후 디클로페낙, 피록시캄 등 다양한 성분을 함유한 파스가 일반화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사용 편의성을 더욱 높이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합니다. 기존에 파스가 어깨, 허리 등 넓은 부위에 사용됐다면 손목·발목 등 국소부위에 붙일 수 있는 SK케미칼의 ‘트라스트 펠빈 플라스타 오렌지’, 원하는 부위에 테이프처럼 감는 유한양행의 ‘안티푸라민 액티브롤파스’와 같은 제품이 나오게 되죠.
뿌리거나, 바르는 파스의 제형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데요. 제일헬스사이언스는 뿌리는 파스 특유의 화한 냄새를 빼고 복숭아향을 넣은 ‘제일 파프쿨 에어’를 지난해 선보였고, JW중외제약은 올해 5월 회전볼을 넣어 마사지하듯 펴바르는 제품인 ‘노펜 마사지겔 파스’를 출시했습니다.
최근에는 골프, 테니스 등 운동을 즐기는 20~30대가 주고객층으로 부상하면서 마케팅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과거에는 가정주부를 타깃으로 고두심, 양희은 등 중년 여성 탤런트가 모델로 활동했다면 지금은 젊은 스포츠 스타가 주로 기용되는 추세죠. 대표적으로 유한양행은 2020년 ‘안티푸라민 파스’의 광고모델로 축구선수 손흥민을 선정했고, GC녹십자는 ‘제놀’ 파스 모델로 최근 격투기 선수인 김동현을 발탁했습니다.
파스, 잘못 쓰면 큰일
폭넓은 연령층에 걸쳐 사용하는 파스는 사실 이용에 많은 주의가 필요한 의약품이기도 합니다. 자칫 잘못 사용하면 증상이 더 나빠질 수 있는데다, 피부 알레르기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시중에 판매되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성분의 파스는 소아나 임산부에 대한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아 사용 전 사용설명서를 꼭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0년 15세 미만 소아의 케토프로펜 성분 파스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케포트로펜이 자외선에 노출되면 발진이나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광과민성 증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케토프로펜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성분인 피록시캄, 디클로페낙 등도 모두 광과민성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 시 햇빛을 피하고, 파스를 제거한 부위에는 1~2주간 자외선차단제를 발라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 식약처는 지난 2020년 임신 20주 이상의 임산부에게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성분의 파스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는데요. 약물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태아에게 드물지만 심각한 신장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냉온 찜질효과를 내는 쿨파스, 핫파스는 증상에 따라 꼭 구분해 사용해야 합니다. 특히 뜨거운 느낌과 함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핫파스는 타박상을 입은 부위에 바로 사용하면 부종이나 출혈을 악화시킬 수 있어 사용을 피해야 합니다. 가벼운 타박상이나 골절에는 부기와 염증을 완화하는 쿨파스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파스라고 하면 어르신들의 전유물로 봤지만 최근에는 골프, 테니스 등 운동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전 연령대로 소비층이 확대되고 있다”며 “파스는 제품마다 사용법이 달라 사용설명서를 꼭 확인하고, 의사나 약사의 복약지도를 잘 따라야 한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