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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인공지능 뜨니 ‘ai’ 도메인 알박기


현실 세계에 도로명 주소가 있다면, 온라인 세계에서는 그 역할을 도메인이 합니다. 우주만큼 넓은 인터넷 세상에서 원하는 곳을 골라 갈 수 있는 주소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현실 속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대표 기업 ‘삼성’이 겹치는 것처럼, 우연히 서비스와 국가가 겹치는 도메인이 있습니다. 텔레비전(TV)과 오세아니아 폴리네시아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tv)’가 겹치듯 말이죠.

이걸 노리고 큰돈을 벌겠다는 목적을 가진 온라인계 ‘알박기’도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사연일까요?‘.ai’, 주인은 따로 있다는데

도메인은 원래 땅, 분야 등의 범위를 뜻하는 단어였습니다. 인터넷이 개발되면서 웹페이지 주소의 의미로도 확장됐죠. 도메인의 등급은 ‘.(닷)’에 따라 달라집니다.

비즈워치의 도메인인 ‘bizwatch.co.kr’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kr은 1차(최상위) 도메인, co는 2차 도메인, bizwatch는 3차 도메인이라고 합니다. kr과 같은 경우 우리나라를 나타내기 때문에 국가 코드 최상위 도메인입니다.

요즘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뜨거운 분야죠. AI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느는 만큼 ‘.ai’를 최상위 도메인으로 쓰는 경우도 늘고 많습니다. 메타(facebook.ai), 구글(google.ai)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해 네이버 클로바(clova.ai), 카카오엔터프라이즈(kakao.ai)도 ‘.ai’를 씁니다. ‘.ai’가 웹사이트 주소의 끝에 오니 최상위 도메인인 건 알겠는데, 이 도메인의 주인은 따로 있을까요?

.ai의 주인은 바로 영국령 ‘앵귈라’입니다. 푸에르토리코 인근에 있는 앵귈라는 면적 91㎢, 인구는 1만8000명정도 되는 작은 곳입니다. 서울(605.21㎢)보다도 훨씬 작고, 경기도 하남(93㎢)과 비슷한 크기입니다. 앵귈라는 영국령이지만 자체 정부와 법률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앵귈라의 .ai는 국가 코드 최상위 도메인의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돈이 되는 도메인 주소

국가 코드 최상위 도메인을 쓰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요. 정부 기관 등이 도메인 등록 대행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대행업체가 홈페이지를 개설하려는 사람에게 판매하는 식입니다.

그렇다면 .ai의 이용료는 얼마일까요? 지난 22일 기준 국내 도메인 등록업체 가비아가 판매하는 .ai는 30만원이고, 2년에 한 번 갱신해야 합니다. 1년에 15만원의 돈이 들어가는 꼴이지요. 매해 갱신해야 하는 .kr의 비용(2만1000원)보다 7배 이상 비쌉니다. 

30만원 중 앵귈라 정부가 가져가는 비용은 140달러(18만2224원) 정도라고 합니다. 글로벌 도메인 등록 대행업체 후이즈에 따르면 지난 4월 ‘.ai’ 도메인을 쓰는 인터넷 사이트는 15만5927개입니다. ‘.ai’ 도메인 수와 140달러라는 가격을 감안했을 때 앵귈라 정부는 연간 2182만9780달러(약 284억928만원)를 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앵귈라 GDP(3억271만달러)의 약 3%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엄청난 금액이죠? 물론 앵귈라 정부가 이를 확인해준 적은 없습니다.사이버계 ‘알박기’ 우려 제기돼

lg.ai 웹사이트 개설자는 해당 도메인 외에도 수백개의 페이지 주소를 판다는 내용을 게재했다./사진=lg.ai 페이지 캡처

이렇게 도메인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흔히 말해 사이버계의 ‘알박기’가 생기고 있습니다. 영리적 이유로 유명 기업, 상품명, 단체명 등의 인터넷 도메인을 선점하는 것을 사이버스쿼팅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인터넷 주소창에 ‘daum.ai’를 검색하면 카카오의 포털사이트인 다음이 아닌 개인이 사이트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는 공지 사항이 뜹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이 사이트의 등록자 김 모 씨는 지난 3월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 해당 도메인을 14억3000만원에 판다고 올리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18일 이 사이트를 구매하고자 하는 문의 글에 “이 도메인은 이제 팔지 않고 작품 활동 도메인으로 활용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김 씨는 내년 2월까지 daum.ai 개편을 마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예 해외에서 국내 기업 이름을 활용한 사이버스쿼팅을 하기도 합니다. ‘lg.ai’를 주소창에 검색하면 LG의 AI 관련 사업이 아닌 해당 도메인을 판다는 한 중국인의 이름, 연락처, 이메일 등이 표기돼 있습니다. LG뿐만 아니라 엔씨소프트와 유사한 도메인(nc.ai)을 비롯해 스팀(steam.ai) 등 글로벌 사업자로 혼동할 수 있는 도메인까지 판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전문가협회장을 맡고 있는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유명 기업의 이름과 아주 유사한 도메인을 판매 목적으로 개설했을 경우 대체로 그 도메인 개설자에게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유명 상표, 상호의 경우 법률에 따라 분쟁조정을 신청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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