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아 일제히 내놓은 신년사도 3색(色)으로 나뉘어 눈길을 끈다. 이들의 목표는 인공지능(AI)이나 디지털 전환(DX)과 같은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탈통신’이란 측면에서 보면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조금씩 달랐다. SK텔레콤은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내세웠고, KT는 ‘함께’라는 키워드를, LG유플러스는 ‘속도’를 강조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CEO는 연임에 성공했고, KT는 오랜 공백 이후 새롭게 등장한 CEO라는 점에서 이들의 신년 각오는 어느 때보다 남다르게 다가온다는 평가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실사구시 자세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실사구시(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의 자세로 ‘글로벌 AI컴퍼니’ 성과를 거두는 한 해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유 사장은 지난해 말 SK그룹에 몰아친 인사태풍 속에서도 연임에 성공하면서, 그동안 추진한 AI 컴퍼니 전략을 향후 3년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힘을 갖게 됐다.
유 사장은 “지난해는 글로벌 AI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 한 해”라며 “올해는 그간 추진해 온 AI 컴퍼니의 실질적이면서도 속도감 있는 변화와 혁신의 결실을 가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피라미드 전략의 본격 실행 △AI 컴퍼니 성과 가시화 △기업 체질 개선 등 세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AI 피라미드 전략은 AI 기술을 고도화한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과 관계를 밀접하게 만드는 ‘자강'(自强)과 AI 얼라이언스 중심의 ‘협력’ 모델을 피라미드 형태로 단계별로 묶어낸 전략이다.
특히 유 사장은 숫자를 내놓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는 “시장은 우리에게 고객 지표, 매출, 영업이익 등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AI 데이터 센터 등 신규사업은 빠르게 키우고 기존 사업과 서비스는 AI와 결합해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내자”고 했다. 또 수익과 비용, 자산 구조의 재정비를 통해 단단한 체력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이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 실사구시의 자세라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신년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진효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회사의 모든 영역에서 ‘AI의 일상화’로 AI 컴퍼니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더 거세고 빠르게”
지난해 11월 대표이사직 연임을 확정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속도’를 강조했다. 2021년 ‘찐팬(진짜 팬)’을 시작으로 2022년과 지난해 ‘빼어난 고객 경험’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워 이동통신시장 만년 3위였던 LG유플러스를 2위로 끌어올리고, 지난해 첫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개막한 황 사장은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자세로 속도를 더욱 낸다는 각오다.
특히 올해는 ‘CX'(고객경험), ‘DX'(디지털혁신), 플랫폼(AI, 데이터) 등 3대 전략을 “얼마나 더 거세고 빠르게 추진할 것인가가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이라는 게 황 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올해는 저성장이 지속되고 경쟁 강도가 심화되는 등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느 때보다 단합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에 지속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탄탄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타깃 고객을 겨냥한 전략 공개도 아끼지 않았다. 황 사장은 “기존에 없었던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통신의 플랫폼화를 위해 ‘너겟’과 ‘유플닷컴’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성장시킬 것”이라며 “매장은 오프라인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쇄신하고 미디어 시청경험을 확대해 올해부터 MZ(젊은) 세대에게 가장 뛰어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회사로 자리 잡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임직원을 향해선 ‘원팀’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황 사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하나된 팀워크가 빛을 발하는 만큼 모든 조직이 같은 목표 아래 달려가는 공동체임을 잊지 말고 협업해달라”며 “열심히 한다고 해도 무엇을 위해 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방향을 잃기 쉽다는 것을 잊지 말고, 구성원 모두가 뚜렷한 계획 아래 빠르게 움직이는 실행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회사 LG헬로비전도 송구영 대표 주재로 2일 대면 시무식을 열고 “경기침체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선 사업구조와 조직문화 전반의 근본적 체질개선”을 주문하며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지역 중심 성장을 본격화하자”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에 따라 LG헬로비전은 올해 △방송·통신 사업 지속성장 기반 확보 △알뜰폰·렌탈 사업 성장성 강화 및 시장 트렌드 주도 △지역 신규사업 성장모델 구체화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영섭 KT 대표 ‘함께’ 강조…”혁신 출발선 섰다”
지난해 8월 말 KT CEO에 오른 김영섭 대표이사는 신년사에서 “고객, 역량, 실질, 화합이라는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임직원 모두가 마음을 모아 함께 혁신하고 함께 성장하며 함께 보람을 나눌 수 있도록 힘차게 도전하자”고 밝혔다.
지난해 말 김 대표는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한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상무보 이상 임원을 20% 이상 축소한 바 있어 ‘함께’라는 단어가 다소 낯설게 다가오는 측면이 있다.
다만 KT 본사 임원이 퇴임하면 계열사로 이동해 요직을 차지하는 관행을 줄이고, 중복되거나 비효율적 조직도 정리하는 등 ‘실용주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란 측면에서 보면, 김 대표의 신년사는 ‘새출발’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단행한 인사와 조직개편에 대해 ‘혁신의 출발선’에 선 것이라고 자평하며 남은 것은 실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 4개월간 IT(정보기술) 전문성을 강화해 과거 CT(통신) 중심의 사업구조를 뛰어넘어 ICT(정보통신기술) 전문기업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방향성에 그룹 임직원들의 공감대 또한 충분히 형성됐다”며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감한 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