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남-전남 ‘3각 클러스터’ 구축
항공·우주과학, 산업·지역경제 파생 효과
NASA 메릴랜드주 같은 관광 수요 기대
과기계 “우주과학 선도국 경쟁 발판 마련”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우주 시대 개척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한국판 나사’로 불리는 우주항공청 설립은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육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회는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과 ‘우주개발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9일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법안은 공포한 후 4개월 뒤 시행한다. 이르면 오는 5월 중 경상남도 사천에 우주항공청이 출범할 계획이다.
해당 법안은 우주항공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소속기관으로 하고 대통령 직속 국가우주위원회가 감독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과기계는 우주항공청을 국가우주위원회가 총리실 산하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바뀐 만큼 항공청 설립 추진과 관련 연구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그동안 다양한 쟁점으로 여야, 지역 간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지난해 4월 정부안으로 최초 특별법을 발의한 뒤 우주항공청 위상, 특례 정주 여건 조성, 우주항공청 연구개발(R&D) 기능을 직접 수행 여부 등을 놓고 약 9개월 동안 대립해 왔다. 대전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 경상남도 사천시 간 입지 경쟁 등도 법안 통과를 가로막는 원인이었다.
우주 분야 국제협력 국가 위상 높아질 것
법안 통과로 우주항공청은 300명 내외 인력을 바탕으로 향후 우주항공 분야에 대한 범부처 정책 수립, 산업 육성, 인력 양성, 국제 교류 등을 총괄하게 된다.
과기계는 앞으로 우주과학 국제협력 등에서 한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그동안 주요 20개국(G20) 중 우주 전담 기구가 없는 곳은 한국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 R&D 투자가 늘어나면서 더욱 질 높은 연구와 실질적인 성과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산업계에서는 우주산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문을 두드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가운데 하나인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세계 우주산업 규모가 1조5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점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우주항공청 설립으로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직접적 효과 이외 관광객 유입도 기대할 만하다. 나사(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가 있는 미국 메릴랜드주는 관광 파급 효과로 매년 16억 달러, 한화로 2조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재형 우주항공청 설립추진단장은 “주요 선도국들은 이미 우주항공 전담 부처들을 갖고 있는 반면, 우리는 이번 법안 통과로 선도국과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과기계에선 우주항공청 설립이 숙원 사업이었던 만큼 단기간이 아닌 지속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우주항공청 설립을 바탕으로 경남(우주항공청·위성특구), 대전(항공우주연구원·연구특구), 전남(발사체특구) 등 ‘3각 클러스터’ 조성, 오는 2032년 한국 독자형 무인 달 탐사선 발사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는 대전시는 이들이 우주항공청 소속기관으로 편입하면서 클러스터 체제를 함께하게 됐다. 대전시는 우주항공관련 연구·개발(R&D)을 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