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경영하고 있는 ‘라인야후’의 경영권이 일본 정부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일본 정부가 행정지도를 통해 지배구조 재검토 등을 요구하면서다. 네이버는 개인정보보호 체계를 개선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에 거듭 보고하고 있으나 지배구조 변경과 관련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라인야후는 지난해 11월 자사 이용자, 비즈니스 파트너, 직원 등과 관련한 정보가 하청업체 직원의 PC에 무단 접근한 제3자에 의해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네이버클라우드의 하청업체인데, 회사 PC가 악성코드에도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이용자 13만명 가량의 개인정보 30만건 수준이 유출됐으며, 전체 유출 규모는 40만~50만건 수준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출된 개인정보에 은행계좌, 신용카드, 채팅 메시지 등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일본판 카카오톡이라 할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운영하는 회사인 까닭에 현지에서 우려가 높은 것이다.
문제는 라인야후 측이 하청업체를 포함한 회사 전반의 보안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구체적 계획을 일본 정부에 보고하는 등 재발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행정지도를 통해 지배구조까지 지적하면서 경영권이 위협받고 있는 점이다.
행정지도에 포함된 지배구조 개편 요구의 경우 강제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소프트뱅크가 오는 9일 결산 발표를 기점으로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경영권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는 일본의 대표적 통신 사업자인 까닭에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아 행정지도에 포함된 내용을 검토하는 모양새를 보일 수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지만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탓에 카카오톡이 불통됐을 때나 다른 기업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있었을 때 우리 정부가 카카오와 SK의 지분관계를 바꾸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듯 (일본 정부의 요구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법인이 65%가량 보유하고 이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나눠 갖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알리바바 등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한·일 양국 기업의 모바일 메신저와 포털 등 플랫폼 사업의 시너지 효과와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서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출범했다. 라인야후가 운영 중인 라인은 일본에서 1억명이 쓰는 국민메신저로 등극했다.
네이버는 일본 정부의 요구와 관련해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그러면서 “확정된 사안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일본 개인정보보호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지분 변화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외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우리 정부도 “외교관계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면서도 “필요할 경우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수가 발생할 경우 네이버가 ‘플랜B’도 검토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간섭이 심화할 경우 현지 시장에서 무리하기보다는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하는 재원으로 다른 시장 공략에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네이버는 콘텐츠, DX(디지털 전환) 사업을 앞세워 북미·유럽·중동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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