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 공정위 과징금만 1천억 규모
‘분식회계 혐의’ 제재 결과 발표도 앞둬
우버에 기회…출혈 감수한 마케팅 전개
토종 플랫폼 규제에 따른 역차별 우려도
카카오모빌리티가 당국의 각종 규제로 제동이 걸린 가운데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가 국내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장기간 카카오모빌리티 ‘1강 체제’를 이어오던 국내 택시호출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지 관심이 쏠린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등을 이유로 카카오모빌리티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24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2021년 시장점유율 96%에 육박하는 시장지배적 위치를 남용해 가맹 소속 기사들에게 경쟁사인 우티와 타다, 반반, 마카롱 등 4개 앱의 택시 운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제휴 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제휴계약 체결에 응하지 않으면 해당 가맹택시 기사의 카카오T 일반호출을 차단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이같은 방식으로 취득한 운행 정보를 활용해 콜이 몰리는 시간에 자사 택시를 집중 배차해 가맹 택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같은 결정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행정 소송을 예고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제휴 계약은 콜 중복 최소화 기능을 구현해 이용자 불편 해소와 플랫폼 품질 유지를 위한 효율적인 장치였으며, 관계 부처와도 협의를 거쳐 최소한의 데이터만 주고받기로 협의했다는 것이 핵심 입장이다.
이로써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공정위와 법정 공방에 돌입하게 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카카오모빌리티가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에만 콜을 몰아줬다는 의혹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257억원을 처분했고, 이에 불복한 카카오모빌리티가 행정소송과 시정명령에 대한 가처분 소송에 나선 바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매출 부풀리기 혐의에 대한 제재 수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앞서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가장 높은 양정 기준인 ‘고의 1단계’를 적용했으며, 이에 해당하는 과징금 90억원과 류긍선 대표 해임을 권고했다. 업계에서는 이달 중 증선위가 정례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상정하고 결론을 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 시장을 장악해온 카카오모빌리티가 각종 규제와 제재로 주춤하면서 우버로서는 지금이 국내 택시호출 시장에서 사세를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우버는 올 초 기존 우티에서 우버로 리브랜딩 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기본 요금 할인, 업계 최저 수준의 가맹택시 수수료, 가맹 및 랩핑비용 무료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출혈을 감수한 공격적인 투입의 결과도 유의미하다. 리브랜딩 후 올 상반기 우버 탑승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8% 상승했다. 가맹택시 수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토니 웨스트 우버 최고법률책임자(CLO)가 한국을 들러 국회의 모빌리티 플랫폼 관련 인사들과 만남을 가지는 등 본격적인 사업 확장 행보에 돌입하기도 했다.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진(CEO)도 직접 방한해 우버에게 한국 시장이 가지는 의미를 역설했다.
우버로 인해 국내 택시호출 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돼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토종 플랫폼에만 적용되는 당국의 수위 높은 제재가 오히려 해외 플랫폼인 우버에만 반사이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에 두 차례 부과한 과징금의 총합은 약 981억원으로, 이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난 3개년 영업이익(707억원)을 합한 액수보다 많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대규모 프로모션을 전개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과의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고 피력하고 있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현재 타다를 포함한 국내 중소사업자들 모두 원플랫폼 원칙 하에 플랫폼 간 콜 중복 최소화 기능을 위해 상호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여기서 우티만 빠져있는 상황”이라면서 “공정위의 제재대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오픈형 사업모델을 구축하면 현재로서 어떤 플랫폼이 이득을 볼 지는 너무 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우려에 한기정 공정위 위원장은 지난 2일 개최된 심의 결과 브리핑에서 “경쟁법의 목표는 특별한 회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보호하는 것으로, 지금은 경쟁이 저해된 상황이라 경쟁을 회복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라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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