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만드는 게임 중에서도 마을, 도시를 건설하는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사람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매일 매일 조금씩, 내 손에 의해 채워지고 사람으로 들썩거리며 활기를 띠는 도시를 보고 있으면 굉장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지요.
한편, 이런 게임들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던 장소, 혹은 영향력이 덜 미치는 장소를 인간들이 정복하는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만약 인간이 전혀 없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디게임 개발사 프리라이브스의 신작 ‘테라 닐’은 그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테라 닐에서 플레이어의 목표는 환경 오염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행성 곳곳을, 최첨단 친환경 설비를 활용해 정화시켜 다시 깨끗한 자연으로 되돌려 놓는 것입니다. 단순히 정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연 환경이 스스로 유지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는 했지만, 실제 플레이는 퍼즐에 더 가깝습니다. 설비를 배치할 때는 자원이 소모되고, 설비로 자연을 복구하거나 설비를 회수하면 자원이 증가하는데요, 자원이 모두 소모되지 않게 유의하면서 폐허를 한 땀 한 땀 자연으로 채워 나가야 하거든요.
그래서 설비의 활용은 효율을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오염된 토지와 물을 정화하는 ‘독소 정화기’를 사용할 때는 정화기가 정화하는 범위를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하면서, 이후 사용할 ‘관수기’의 활용을 생각해 정화된 땅이 최대한 서로 인접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울창한 숲을 만들려면 앞서 만든 초원이나 꽃밭을 태워서 그 양분을 활용하기도 해야 하는데, 이 역시 최소 자원으로 최대 효율을 뽑기 위한 자리 배치를 고민해야 하죠.
테라 닐의 자연 환경 복구는 설비를 활용해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연을 되살리기 위해 사용한 설비를 비행선으로 모두 가지고 와야 마무리됩니다.
설비의 철거 자체는 설비 근처에 ‘재활용 저장고’를 설치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진행되지만, 재활용 저장고를 회수하려면 ‘재활용 드론’을 그 근처로 보내야만 합니다.
재활용 드론은 지역마다 그 활용법이 다른데, 온대에서는 강을 따라 이동하는 보트의 형태고, 열대에서는 모노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열차의 형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비를 설치하며 자연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나중에 이 설비들을 회수하는 것도 미리 생각해 놔야 합니다.
그렇게 자연을 회복하고 나면 비행선에 모든 설비를 싣고 떠나가게 됩니다. 복구한 자연 환경을 감상할 수도 있고, 다음 게임 플레이로 넘어갈 수도 있죠.
독특한 점이 있다면, 내가 만든 마을, 도시가 남아 있어서 언제든 다시 보러 갈 수 있는 일반적인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과 달리, 테라 닐에서는 과거 복구한 자연 환경을 다시 볼 방법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지점이 프리라이브스가 테라 닐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라는 생각입니다. 끝없이 내가 가진 것을 쌓기만 하는 것이 일반적인 장르에서, 내가 만들어 놓은 것을 그대로 놓고 떠나는 게임을 통해 새로운 즐길 방법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놓고 떠나야만 하는 이유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고요.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겨 한다면, 테라 닐은 한 번의 플레이로도 충분히 깊은 감명을 주는 게임이 될 겁니다. 극히 일부의 콘텐츠를 담은 체험판만으로도 테라 닐의 매력이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마음에 들었다면 구입해서 테라 닐의 모든 것을 즐겨보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프리라이브스가 스팀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멸종 위기 동물 보호를 위한 Endangered Wildlife Trust에 기부한다고 하거든요. 게임은 물론, 현실에서도 자연 환경 보호에 한 몫 거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테라 닐은 29일 스팀, 넷플릭스 게임(안드로이드, iOS)로 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