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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파도 위기의식…’영어 울렁증’ 김대리의 반전 “비결은 프롬프트”

코딩보다 미술사 학위?…사람 말 깨우친 AI, 특별한 대화가 뜬다

① AI 조련사, 그림·음악·영상으로 세분화될까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최근 IT교육 플랫폼 인프런이 다양한 프롬프트(명령어)를 소개한 ‘챗GPT AI챗봇의 기본 활용법’ 무료강의를 열자 1700여명이 수강했다. 마소캠퍼스가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강의는 유료임에도 열흘 만에 330여명이 몰렸다. 글로벌 교육 플랫폼 ‘유데미’에선 프롬프트 강의만 7667개에 달하고, 한글자막을 제공하는 콘텐츠에는 1000명씩 수강자가 이어진다. 유튜브에서도 이미 프롬프트 관련 영상물이 수백개이며 매일 늘고있다.

생성형 AI 시대, AI와의 대화법인 프롬프트(Prompt) 배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프롬프트를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직장, 학교에서 도태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해외대학 출신 IT업계 종사자 A씨는 “동료가 챗GPT로 순식간에 영문 사업보고서를 작성하는걸 보고 영어 잘하는게 더이상 강점이 아니란 걸 알게됐다”라며 “프롬프트 작성 능력이 없으면 자칫 경쟁에서 밀리겠단 생각에 밤마다 유튜브 강의를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AI와 전문적으로 대화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물론 프롬프트를 판매, 거래하는 플랫폼에 컨설팅 전문가까지 등장했다. 일부 기업은 직원들에게 프롬프트 학습을 요구하며 관련 지원에 나서고 있다. 생성형 AI 모델이 고도화되면 특정 업종지식(도메인 날리지)를 보유한 전문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른바 ‘프롬프트 이코노미’가 대두되는 것이다.

◇”코딩 몰라도, AI와 대화 잘하면 연봉 4억”

프롬프트 엔지니어란 AI가 특정 문제에 적절한 답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명령어를 입력·실험하는 직업이다. ‘AI 조련사’, ‘AI 위스퍼러'(Whisperer·속삭이는 사람)로도 불린다. 생성형 AI를 접목한 기업에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는 ‘블랙박스’에서 보물을 건지는 역할을 한다. 원하는 결과물을 생성하려면 정교한 프롬프트가 필수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생성형 AI가 안전규칙을 준수하는지, 이용자와 잘 상호작용하는지 테스트하는 역할도 한다. 이에 해외에선 3억~4억원의 연봉을 제시할 정도다. 최근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진행한 채용에서 프롬프트 엔지니어에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연봉 1억원의 파격조건을 내건 데다, 코딩을 모르는 문과생도 지원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결과다. 빅테크별 생성형 AI가 다각화되고 고도화될수록 프롬프트 엔지니어 시장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자뿐 아니라 사진·영상·음악 등 창작 분야별로 맞춤형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영준 뤼튼테크놀로지스 이사는 “지금은 텍스트에 집중하지만, 추후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 나간다면 해당 분야에서 필요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개발자인 사이먼 윌슨은 “스테이블 디퓨전 같은 이미지 생성형 AI를 이용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에겐 미술사 학위가 중요하다. 피카소, 모네보다 더 많은 예술가의 이름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롬프트베이스에서 레고 미니모형 프롬프트 구매시 오른쪽 상단에 미드저니에 입력할 수 있는 명령어가 뜬다. /사진=프롬프트베이스 캡처
프롬프트베이스에서 레고 미니모형 프롬프트 구매시 오른쪽 상단에 미드저니에 입력할 수 있는 명령어가 뜬다. /사진=프롬프트베이스 캡처

업종별 프롬프트를 미리 만들어 판매하는 사이트도 생겨났다. 지난해 6월 프롬프트베이스 등장 이후 챗X, 뉴트론필드, 프롬프트시 등이 빠르게 문을 열었다.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프롬프트를 1건당 판매하는 사이트다. 아직은 소규모지만 생성형 AI 대중화가 이뤄질수록 시장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샤히르 살레시 챗X 설립자는 테크크런치에 “AI 시스템이 개선되면서 많은 수동작업이 자동화되고 사람이 할 수 없었던 규모의 데이터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이런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롬프트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로 일잘러’ 김대리의 비결…남몰래 ‘이것’ 공부 했다

② 챗GPT 사용설명서 저자 송준용 대표의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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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프트에 얼마나 익숙하고 잘 쓰느냐에 따라 업무역량과 성과에 큰 차이가 생길 겁니다”

최근 발간된 ‘챗GPT 사용설명서’의 저자 송준용 송앤파트너스 대표는 챗GPT 서비스 초기부터 국내 최대 챗GPT 커뮤니티 ChatGPTers의 모더레이터로 활동하며 프롬프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프롬프트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챗GPT가 거짓말을 한다며 AI를 탓하는 분이 많은데 사실 이건 인풋(input), 즉 프롬프트가 안 좋아서 그런 것”이라며 “내가 받아들인 결과는 내 프롬프트 때문에 그렇다. 즉, 모든 결과물의 책임은 내 프롬프트에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프롬프트는 S·U·R·F 구조를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챗GPT와 같은 생성AI와 함께한 역사가 길지 않은 인간은 이들과의 대화, 즉 프롬프트를 잘 짜는 법이 익숙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좋은 프롬프트는 S.U.R.F 구조에 따라 작성한 것이다. △S는 Subject(주제) △U는 Understand(주제를 이해하기 위한 맥락) △R은 Record(원하는 결과값의 개수) △F는 Format(원하는 형식)을 뜻한다.

예를 들어 “로컬 레스토랑의 SEO (검색엔진 최적화, 검색에 잘 노출되도록 하는 기법) 마케팅을 위한 블로그 토픽 10개를 리스트 형식으로 써주세요”라는 프롬프트를 S.U.R.F. 구조로 나눠 보면

1. S(주제)는 “블로그 토픽을 써주세요”
2. U(맥락)는 “로컬 레스토랑의 SEO 마케팅을 위한”
3. R(결과값)은 “10개”
4. F(형식)는 “리스트 형식으로”가 된다.

송 대표는 “우리가 그냥 말할 때는 익숙하기 때문에 문법 생각을 하지 않지만, 프롬프트를 쓸 때는 한 번만 이 구조를 생각하며 작성해보면 된다”며 “외국어 글쓰기 연습, 말하기 연습과 비슷하다”고 했다.

유학파도 위기의식…'영어 울렁증' 김대리의 반전

송 대표는 챗GPT가 잘하는 주제(Subject) 능력에 대해△생성(generate/create) △요약·추출(summarize/extract) △분류(categorize/group)라고 정의했다.

또 만들 수 있는 형식(Format)은 △일반 텍스트(plain text) △리스트(list) △트리 구조(heading subheading) △표(table) △코드(code)다. 그는 “이를 알고 있으면서 챗GPT에게 수량, 문체, 언어 등을 지정해주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프롬프트 작성의 꽃은 ‘맥락’…제로샷 러닝부터 퓨샷 러닝까지 나만의 예시 가르쳐야

송 대표는 특히 ‘U’에 해당하는 ‘맥락’을 잘 쓰는 것이 좋은 프롬프트를 만드는 핵심이라고 했다. 챗GPT가 나만의 예시로 맞춤형 답변을 수 있는 머신러닝 모델이기 때문이다. 프롬프트에 맥락과 관련된 자료를 몇 가지나 제시하느냐에 따라 ‘제로샷 러닝’, ‘원샷 러닝’, ‘퓨샷 러닝’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비슷하게 생긴 오리와 거위를 AI에게 구분하라고 할 때, 두 동물의 사진을 주지 않으면 ‘제로샷 러닝’, 사진 한 쌍을 제공하면 ‘원샷 러닝’, 두 쌍 이상의 사진을 제공하면 ‘퓨샷 러닝’이다.

제로샷 러닝보다 퓨샷 러닝에서 더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지만, 데이터와 비용 등 문제로 프롬프트를 길게 작성할 수만은 없다. 송 대표는 “챗GPT에 입력할 수 있는 프롬프트 길이는 한정돼 있고, 유료 서비스의 경우 프롬프트 길이에 따라 가격을 매기기 때문에 퓨샷 러닝을 무한정 쓸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퓨샷 러닝 기법의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준용 송앤파트너스 대표. /사진=송준용 대표
송준용 송앤파트너스 대표. /사진=송준용 대표

프롬프트에 대한 학구열이 뜨거워지면서 지난 15일 출간된 ‘챗GPT 사용설명서’는 일주일만에 완판돼 6쇄를 찍는다. 책에는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프롬프트 120여개가 담겨 있다. 전세계적으로 챗GPT 열풍이 불면서 판권논의도 한창이다. 송 대표는 “가장 먼저 일본의 한 중견출판사와 챗GPT 국내서 1호로 판권 수출을 하게 됐고 추가로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도 계약이 곧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럴 땐 이 프롬프트가 딱…챗GPT, 비서처럼 쓰는 방법

③ 프롬프트 ‘찍먹’해보기

책 '챗GPT 사용설명서'에 나온 예시대로 챗GPT에 홍보 카피를 얻은 결과. /사진=챗GPT 갈무리
책 ‘챗GPT 사용설명서’에 나온 예시대로 챗GPT에 홍보 카피를 얻은 결과. /사진=챗GPT 갈무리

# 위 사진은 비건빵과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 Lynn을 홍보하는 온라인 카피 3개를 챗GPT를 활용해 작성한 결과다. 왼쪽은 단순하게 온라인 카피만 써달라 요청했을 때 나오는 결과이고, 오른쪽은 카피의 사용 목적과 타깃층을 명확히 해서 얻은 결과다. 이처럼 생성AI 사용자들은 프롬프트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신만의 프롬프트를 만들어 비법처럼 쓰는 이들도 적지않다.

국내 최대 챗GPT 사용자 모임 ‘ChatGPTers’에서는 김윤경 어센트코리아 본부장을 중심으로 각 전문 분야의 업무 생산성 향상을 도울 프롬프트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고 있다. 이들은 각 분야 전문가의 핵심 프롬프트 노하우를 모아 매뉴얼로 배포할 계획이다.

직군별·분야별 프롬프트를 모으는 이유는 특정 프롬프트가 업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기 때문이다. ‘챗GPT 사용설명서’의 저자 송준용 송앤컴퍼니 대표는 “카피라이팅의 경우 90%는 형식이 정해져 있는데, 챗GPT에 정해진 프롬프트·타깃·액션을 집어 넣으면 순식간에 해결된다”며 “모 종합광고대행사에서 주니어 카피라이터는 이제 필요 없겠다고 평가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에는 분야별로 많이 사용되는 프롬프트가 추려져있다. 가장 광범위하게 챗GPT를 활용하는 분야는 단연 마케팅이다. 카피라이팅이나 블로그 소개글 등 상품을 알릴 다양한 문구를 생성해야 해서다.

챗GPT에 마케팅 캠페인을 구상하게 하려면 “당신이 마케팅 담당자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라고 의인화한 프롬프트와 함께 원하는 캠페인 내용을 입력하면 된다. 이때 “제안은 구체적이고 실행할 수 있으며 다양한 대상 고객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고 덧붙이면 한층 구체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하는 경우 “[회사 설명]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짜달라”는 프롬프트를 사용할 수 있다. 챗GPT 사용설명서에는 “위 제품을 보고 세일즈 피칭 문구를 써주세요. 제품의 기능보다 고객의 혜택을 강조해 주세요.”, “위 제품을 [특정 국가]에 홍보하기 위한 연간 콘텐츠 캘린더를 날짜, 콘텐츠 타이틀 구조로 작성해 주세요.”라는 프롬프트가 제시돼 있다. 유튜브 마케팅을 하고 싶다면 “[주제] 위 주제를 보고 챗GPT로 만들 수 있는 흥미로운 10개의 유튜브 타이틀과 서브타이틀을 테이블 형식으로 써주세요.”라는 프롬프트를 사용하면 된다.

유학파도 위기의식…'영어 울렁증' 김대리의 반전

에세이 작성이 많은 학생과 연구직, 교수 등이 사용하기 좋은 프롬프트도 있다. 특정 주제에 대한 에세이는 “다음 주제를 기반으로 1000자 에세이 초안을 작성해 달라”는 프롬프트를 사용하면 된다. 내가 작성한 에세이나 학생이 제출한 에세이의 표절 여부를 체크하고 싶을 때는 “표절 체커가 되어달라(act as a plagiarism checker). 문장이 얼마나 비슷한지 퍼센티지로 보여주면 된다”를 입력하면 된다. 이 뒤에 [원본 텍스트], [표절 확인 텍스트]를 함께 제시하면 된다. 에세이의 문법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는 “당신은 맞춤법 검사기다. 다음 문장들을 문법에 맞거나 좀 더 유려하게 수정해달라”라는 프롬프트와 함께 [에세이]를 집어넣으면 된다.

자기소개서를 많이 써야 하는 취준생에게도 유용한 챗GPT 프롬프트 모음을 찾을 수 있다. “자기소개서 작가가 되어달라”는 프롬프트 뒤에 지원하는 직무 정보와 나의 경험을 함께 입력하면 된다. 뒤에 “내가 가진 능력과 경험을 통해 내가 이 직무에 뽑혀야만 하는 이유를 강조해달라”고 덧붙이면 내가 왜 좋은 지원자인지 부각해 준다.

인터뷰 준비 전 예상 질문을 뽑을 때도 “[직무]를 위한 20개의 인터뷰 질문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프롬프트를 사용할 수 있다. 합격 후 연봉 협상을 할 때 “전문적인 연봉 협상용 이메일 작성자가 되어달라”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회사와 내 상황을 덧붙이면 깔끔한 연봉협상용 이메일이 작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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