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집값 하락 아닌 주거안정 말해야
“(집값이) 안정되면 지금 바로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를 보지 않을 것”

이 사장이 집값 하락의 근거로 내세운 건 공급과 금리다. 그는 “공급을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금리도 높아지고 있어 집값이 계속 오르지 않고 많이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집값이 고점을 기록한 후 금리가 상승해 급락한 시기가 있었다고도 부연했다. 시장이 다시 그때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 사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서 “집값 안정화를 위해선 대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관련기사: ‘주택 공급 사령관’이 대출 규제 꺼낸 이유(2026년 10월1일)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입주 물량의 부족과 전월세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집값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꽤 많다. 특히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맷값의 하방을 받쳐줄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이 같은 시장의 인식 차이와 별개로 이 사장의 발언은 그 자체로 적절하지 않다. LH는 주거안정을 목표로 정부의 주택 공급 대전략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집값 흐름을 예측하고 무주택자의 주택 매수 시점을 컨설팅하는 기관이 아니다.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이었던 이 사장의 발언이 가지는 무게는 남다르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그의 발언은 시장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판단하는 강력한 근거로 쓰일 수 있다. 대출한도가 더 줄어들기 전에 집을 사야겠다는 매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집값 하락이 LH의 존재 이유인 주거안정과도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죄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집값을 끌어내리더라도 자기자본이 부족한 무주택자는 원리금 부담이 커지고 대출한도가 준다면 집을 사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오히려 자본력을 갖춘 수요자가 주택을 구매하기에 적기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는 만큼 주거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기관장의 발언으로 부적절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집값 하락기를 거친 최근 몇 년간 무주택자와 유주택자의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무주택자의 비율은 △2021년 43.8% △2022년 43.8% △2023년 43.6% △2024년 43.1% 등이었다.
서울만 따져보면 △2021년 51.2% △2022년 51.4% △2023년 51.8% △2024년 51.9% 등이었다. 이 사장이 짚은 고금리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는 무주택자가 오히려 느는 흐름이었다.▷관련기사: ‘4년 전보다 길게 오르는’ 서울 집값, 추석 지나도?(2026년 9월25일)
또 대출 한도를 더 조인다고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예단하기도 어렵다. 가령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이어 발표한 ’10·15 대책(주택시장 안정화 대책)’만 보더라도 그렇다.
10·15 대책에서는 주택 가액별로 주담대 한도를 더 조였다. 15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선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의 경우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선 2억원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지난해 10·15 대책으로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경기 12개 지역(과천, 광명, 성남 분당·수정·중원, 수원 영통·장안·팔달, 안양동안, 의왕, 하남, 용인수지) 중 대부분은 집값 오름폭이 여전히 크다.
가령 수원 영통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해 주간 누적 기준으로 4.92%다. 올해는 10월 둘째 주(12일 기준)까지 16%가 올랐다. 같은 기간 안양 동안의 상승률도 각각 8.78%, 15.54%다. 용인 수지는 9.04%, 15.08%이며 하남도 7.74%, 12.85%를 나타냈다. 규제지역으로 묶고 토허구역으로 지정해 대출 규제 강화 및 실거주까지 강제했으나 지난해보다 집값이 더 가파르게 오른 지역이 다수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장이 집값이 안 잡히면 사퇴하겠냐는 말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기관장의 각오와 소신 발언에 박수를 보내기보다 불안감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 사장이 8개월간 공석이었던 LH의 수장에 오른 게 불과 석 달 전이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추기 위해 LH가 할 일은 시장의 방향성을 예단해 무주택자에게 주택 매수 시점을 뒤로 미루라고 권할 것이 아니다. 고품질의 공공주택을 선보여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 외에는 불필요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