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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23] “열린 스마트홈 앞당긴 것은 ‘고객 가치’”…HCA “앞으로 과제는 지속가능성 확보”

올 연말 주요 글로벌 가전업체 간 첫 스마트홈 플랫폼 연동이 예정되면서 관련 서비스 영역에서도 무한경쟁이 예고됐다. 플랫폼 종속성이 해소되면 차별화된 서비스가 고객 선택을 받는 핵심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고객 편의 개선은 물론 업계 서비스 상향 평준화까지 유도, 지속가능한 스마트홈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HCA 회원사

전자신문은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IFA 2023 현장에서 글로벌 가전 협의체 홈커넥티비티얼라이언스(HCA) 주요 회원사와 그룹인터뷰를 갖고 표준 의미와 적용 방향 등을 진단했다. 그룹인터뷰에는 최윤호 HCA 의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터키 가전업체 베스텔 관계자가 참여했다.

HCA는 이달 삼성전자와 베스텔을 시작으로, 11월에는 삼성전자·LG전자 등 회원사의 스마트홈 플랫폼 연동을 연이어 구현할 계획이다. 십 수년간 이루지 못했던 스마트홈 플랫폼 종속성 해소를 실현한다.

이근순 삼성전자 AI 수석 개발 파트장

가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기업을 한데 모으고, 핵심 무기인 플랫폼까지 상호 연동하는 등 불가능에 가까웠던 일이 현실화한 것은 ‘고객’이라는 가치 때문이다.

이근순 삼성전자 AI 수석 개발 파트장은 “HCA는 설립 초기부터 기술이 목적인 표준을 만드는 게 아니라 소비자 일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많은 기능을 제공하기 보다는 소비자가 정말 활용할 만한 기능으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고도화하겠다는 방향 역시 HCA 표준을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영기 LG전자 사업제휴팀장은 “그동안 경쟁사 간 헤게모니 상실 우려와 리스크 공존 등으로 여러 연동 표준이 상용화되지 못했다”며 “독자 생태계만으로는 스마트홈 활성화를 구현할 수 없을뿐더러 기업에게도 불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박영기 LG전자 사업제휴팀장

HCA는 지난 1월 첫 표준인 ‘HCA 1.0’을 발표한 후 4분기 상용화를 선언했다.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24에서는 HCA 2.0까지 발표할 계획이다.

HCA의 노력은 고객에게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지만, 시장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놓는 결과도 초래했다. 플랫폼 종속성 해소로 고객의 선택권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회원사간 무한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셀라하틴 콕살 베스텔 IoT 전략팀장은 “스마트홈 플랫폼 ‘비지(VeeZy)’를 통해 에너지, 웰니스, 반려동물, 영양, 의류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전기차 충전과 에너지 관리 영역을 비지 생태계에 적용하고,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화면까지 통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셀라하텐 콕살 베스텔 IoT 전략팀장

박 팀장은 “타사 가전과 상호 연동뿐 아니라 효율적인 디바이스 관리 중 하나로 통합 에너지 관리, 레시피 제공에 이은 식자재 쇼핑 등 고객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더 많은 기능과 서비스까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 수석 역시 “삼성 스마트싱스는 홈케어, 에너지, 쿠킹 등 6개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고, IFA 2023에서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푸드 플랫폼까지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완전한 스마트홈 환경 구축을 향해 첫 발을 뗐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월풀, 보쉬 등 글로벌 가전 공룡이 아직 참여하지 않았다. 기기 연동에 따른 고객 데이터 활용, 고장 원인 분석·처리 등 해소해야 할 이슈도 적지 않다.

HCA는 모든 활동의 지향점은 물론 조직 DNA까지 ‘지속가능성’에 맞춰져 있다며 스마트홈 시장 표준화의 첫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윤호 HCA 의장

최윤호 HCA 의장은 “스마트홈 환경 구현은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제조사와 관계를 유지하는 연결고리가 되는 동시에 제조사의 서비스 고도화를 유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다”고 강조했다. 최 의장은 “개선된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는 가전뿐 아니라 공조, 에너지 등 다양한 업체와의 협력이 필수인 만큼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신속한 표준 적용도 중요하지만 스마트홈이라는 주제 안에서 장기적인 접근도 필요하다”며 “제품의 수명 기간 내 고객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멤버뿐 아니라 글로벌 가전사나 협회, 정부기관 등과도 협업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린(독일)=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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