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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뭐약]약 이름 뒤에 붙은 알파벳의 의미


박카스, 겔포스, 타이레놀 등 누구나 아는 의약품 이름 뒤에 알파벳이 붙어있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박카스D’, ‘겔포스M’, ‘타이레놀8시간ER’ 등입니다. 이는 제약사들이 기존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새롭게 추가한 성분이나 효능, 제형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오늘은 의약품 뒤에 붙은 알파벳의 의미 알아보겠습니다.

의약품 이름에 알파벳 ‘하나’만 붙이는 이유

동아제약은 현재 자양강장제 박카스를 판매 장소에 따라 박카스D, 박카스F로 나눠 팔고 있습니다. 약국에서 판매 중인 박카스D는 기존 박카스에서 2005년 주성분인 타우린의 함량을 기존 1000mg에서 두 배 늘리면서 ‘더블(Double)’의 첫 이니셜 D를 붙여 이름지었습니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한 박카스F는 타우린 함량이 박카스D보다 적으나 심장 활력에 도움을 주는 카르니틴을 추가해 강함을 뜻하는 ‘포르테(Forte)’의 이니셜 F를 붙인 것이죠.

동화약품도 감기약 판콜을 판매처에 따라 판콜S, 판콜A로 구분해 공급하고 있는데요. 동화약품은 2007년 기존 ‘판콜’에 코막힘 해소에 효과적인 DL-메틸에페드린염산염을 추가하며 약효가 이전보다 강하고(Strong), 빠르고(Speedy), 안전해졌다(Safe)는 의미로 알파벳 S를 붙인 판콜S를 출시합니다. 슈퍼나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한 안전상비약으로는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을 뜻하는 알파벳 A를 붙인 판콜A를 내놓고요.

보령은 지난 2000년 액상 위장약 겔포스의 성분과 효능을 업그레이드한 겔포스엠(M)을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4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인산알루미늄겔이 주성분이던 겔포스에 제산과 가스제거에 효과가 있는 수산화마그네슘과 시메티콘을 첨가했다고 합니다. 이때 보령은 새로 추가한 수산화마그네슘(Mg)을 지칭하는 알파벳 M을 기존 제품명 뒤에 붙여 ‘겔포스엠’으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겔포스엘(L)도 나왔는데요. 겔포스엘은 기존 겔포스엠에 DL-카르니틴염산을 추가한 제품입니다. 카르니틴은 소화액 분비를 촉진하고 위장관 운동을 활성화해 더부룩함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속쓰림이 심한 경우는 겔포스엠, 소화불량도 있는 분은 겔포스엘을 쓰라는 거죠.

동아제약과 동화약품, 보령이 이처럼 리뉴얼한 제품 뒤에 알파벳 단 한 글자만을 붙이는 이유는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현행법상 제약사는 기존에 판매하던 약에 새 성분이나 효능을 추가하려면 새 제품으로 품목허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이때 제약사들은 수십년간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 제품명에 최소한의 변화만을 준 새 이름을 짓게 되죠. 오랜 시간 시장에서 살아남은 장수 브랜드일수록 이름 뒤에 알파벳 한 글자가 붙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주선희 건양대 글로벌프론티어학과 교수는 “여러 해를 거쳐 브랜드의 이미지가 일관성 있게 유지 및 관리될 때 소비자 입장에서 해당 브랜드를 이용할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예측할 수 있고, 이 혜택이 변함없이 충족될 때 해당 브랜드에 대한 진정성과 신뢰를 느끼게 된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박카스와 겔포스 등 장수브랜드들은 제품의 용기와 심벌, 로고 등 브랜드 일관성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알파벳 두 글자는 제형 의미…복용 유의해야

그런데 의약품 이름 뒤에 붙은 알파벳이 모두 새로 첨가한 성분이나 효능을 나타내는 건 아닙니다.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해열진통제 ‘타이레놀8시간ER’에서 ER(Extented Release)은 약효가 천천히 방출되는 서방정 제형을 뜻하는데요. 실제 ‘타이레놀8시간ER’은 일반 타이레놀보다 약효 지속기간이 두 배 긴 8시간에 달합니다. 이러한 서방정은 인체에서 녹는 시간을 다르게 만든 약물을 한 캡슐에 층층이 쌓는 방식으로 만들죠.

서방정을 나타내는 약어는 ER뿐만 아니라 SR, CR, OROS 등으로 무척 다양한데요. 모두 서방정 제형이라는 점에서 같으나 인체에서 약물을 천천히 방출하는 방식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서방형 제형은 SR로 약물이 장기간에 걸쳐 방출되도록 한 제제입니다. 복용시간이 지날수록 혈중 약물 농도가 일반정제보다 완만한 각도의 포물선을 그리며 인체에 작용하죠. 반면 ER·XR 서방정은 복용 후 일정 간격을 두고 약물이 총 2~3회에 걸쳐 방출됩니다. 그런가 하면 CR은 약물이 치료 혈중 농도에 도달한 후 이 농도를 일정 시간 동안 유지하는 제제이며, OROS는 위장 내 수분에 의한 삼투압을 이용해 약물을 방출하는 시스템이죠.

서방정 외에도 EC(Enteric Coating)라는 알파벳이 붙은 약을 드물게나마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는 위가 아닌 장에서 약물이 흡수되도록 제작한 장용정을 뜻합니다. 대표적으로 동아에스티의 골다공증 치료제 ‘악토넬EC정’이 있는데 이 약은 위에서 분해가 되지 않는 성질 때문에 식사 유무와 관계없이 언제든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서방정이나 장용정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복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서방정을 쪼개거나 가루약처럼 부수어 먹으면 장기간 인체에 방출돼야 할 약물이 한순간에 흡수되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장용정은 위산으로부터 약물을 보호하는 제제가 부서지면서 위장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흳진 울산대병원 약사(한국병원약사회 홍보위원)는 “서방정과 장용정은 먹자마자 입 안에서 바로 녹지 않게끔 특수한 코팅이 돼 있다”며 “이를 자르거나 씹어먹으면 코팅이 깨지면서 한꺼번에 약효가 많이 작용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두 제형의 약은 꼭 그대로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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