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끔찍하게 싫어하면서도 코끝이 찡해지는 상쾌함이 좋아 가장 좋아하는 계절 겨울.
자주 가진 않지만 겨울이라 하여 산행을 멈추는 일은 없었고 특히나 눈이 좋아 겨울산행에 매력을 더 느꼈던 것 같다. 2023년 12월 30일 아침부터 내린 눈이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내리고 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겨울등산을 즐기며 기억에 남는 곳 7곳을 정리해 봤다.
나이가 든 걸까?
추억을 곱씹는 일이 내게도 생겼으니.
1. 오서산
최근 들어 거의 가지 않는 산이지만 과거엔 백패킹을 하러 종종 가던 산이었고 겨울등산을 위해 찾아가던 곳이기도 하다. 이유는 강원도 이상으로 눈이 많이 오는 곳이 눈이 자주 그것도 많이 쏟아지는 곳이 서쪽이기 때문이다.
눈이 좋아 겨울산행을 즐긴다고 해야 할까?
오서산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 1
똥바람에 눈발이 폭주하던 때라 걱정을 했었는데 어찌 알고 딱 그쳐주어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하지만 기온이 꽤 내려가 겨울등산의 매서운 맛을 즐기기에 참 좋았던 출발이다.
하늘을 뒤덮은 눈구름이 하늘을 보여줄 듯 아닌 듯 장난을 치는 듯도 하고 종종 몰아치는 돌개바람에 몸이 휘청거리기도 하는 아주 오묘한 겨울산행이었다고 할까?
한 걸음씩 오르다 보면 결국 도착하게 되는 정상.
무언가를 해낸다는 성취감이 다른 계절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겨울등산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바람은 성취감에 젖은 나와 일행을 마구 흔들어댈 뿐 그 무엇도 인정해 주거나 양보하지 않는다.
바람이 불 때면 얼어붙은 얼굴에 얼음 알갱이가 긁어대듯 달려드니 여간 아픈 게 아니다.
결국 바람 부는 방향을 피해 고개를 45도쯤 돌린 채 하산을 해야만 했던 추억에 남는 겨울산행이었다.
2. 함백산
강원도 함백산은 태백과 정선에 걸쳐 있는 곳인데 장거리를 타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정선 만항재를 출발해 창옥봉을 지나 함백산 정상으로 걷는다. 거리도 짧고 워낙 수월한 등산 코스이기에 남녀노소 쉽게 접근한다.
함백산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황지동 산176-12 176-12 함백산
나에게 함백산은 긴 산행이 어렵지만 잠깐의 짬을 이용해 겨울산행을 즐기고 싶을 때 기회를 제공해 주는 산이다.
함백산의 눈은 쉬이 녹지 않고 꽤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종종 상황이 좋다면, 눈이 쏟아질 때 겨울등산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기에 겨울산행의 최적지이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 하겠다.
게다가 등로가 짧아 남녀노소 불문 특별히 문제만 없다면 눈꽃 산행을 즐기기 좋은 등산 코스다.
해발 1,572.9m.
상당히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1,000m가 넘는 만항재 고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고난함이 없거나 느낌이 있다 하더라도 매우 미미한 곳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겨울산이다.
이런 눈길을 걷는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자 행복이라 하겠다.
3. 백두대간 선자령
쿠니가 추억을 곱씹는 7곳의 산행 중 위에 설명한 함백산이 가장 접근성이 좋다 말하는 것은 정상을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며 잠깐 맛보기 트레킹을 하는 것이라면 백두대간 선자령을 빼놓을 수 없다.
선자령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산1-134
물론, 걷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왕 출발한 거 백두대간 선자령 정상까지 그리 어렵지 않게 다녀오실 수 있다.
걷다 보면 겨울산행의 특징이랄 수 있는 냉골싸대기를 맞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 정도의 방해공작으로 위기를 느낄만한 곳이 아니기에 그저 있을법한 잠깐의 딱밤 정도로 생각하고 걷는다면 문제 되지 않는다.
편도 약 6km이므로 여유로운 걸음으로 걷는다 가정하고 넉넉하게 3시간 30분 정도 예상하면 된다.
빠른 걸음인 분들은 왕복 4시간 이내에 뛰듯이 날듯이 다녀오셨다고도 하는데 그렇게까지 다닐 생각은 없고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걷는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는 겨울 등산 코스다.
백두대간 선자령의 높이는 해발 1,157m.
일반적으로 대관령 휴게소에서 출발하며 체력에 약세를 보이는 분이라면 중간에 1,059.5m 새봉 전망데크에서 원점회귀를 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정상이란 것은 본래부터 거기에 있는 것이었고 난 겨울산행을 즐기러 왔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굳이 선자령 정상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4. 무주 덕유산 국립공원
위에서 가장 쉬운 겨울등산 코스로 함백산과 백두대간 선자령을 언급했다. 이렇게 꺼내 놓은 기준은 도보 이동만을 이야기했을 때인데 만일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라는 조건의 여유가 생긴다면 단연코 무주 덕유산 국립공원의 정상이 향적봉이 가장 수월하다 하겠다.
덕유산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구천동1로 159
덕유산은 정상인 향적봉 바로 아래 칠천봉까지 무주 덕유산 리조트에서 관광곤돌라가 운행된다.
곤돌라 타고 20분 정도 올라가면 칠천봉 정상이고 그곳에서 1km 정도 능선 길을 따라가면 향적봉에 도착한다.
해발 1,614.2m의 덕유산 국립공원 향적봉 정상석.
관광 모드로 오신 분들은 대부분 향적봉 인증 사진을 촬영하고 돌아가는데 조금이라도 걷기를 더하고자 하는 분은 제이덕유산이라 하는 중봉까지 걷고 원점회귀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향적봉을 지나 바로 아래 향적봉 대피소를 향하면서부터 겨울등산 코스로서 재미가 있다 생각한다.
대피소를 지나 다시 약 1km 정도 더 겨울산행의 묘미를 즐기다 보면 도착하게 되는 제이덕유산 중봉.
중봉에서 내려다보는 덕유평전의 웅장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은 많은 이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다.
눈 덮인 덕유산은 매년 가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신비로움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산이라 하겠다.
5. 한라산
그동안 1,950m로 알려진 한라산의 정확한 높이는 해발 1,942.7m라고 한다. 한반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 제주도에 위치한 한라산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며 산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한라산 탐방을 하게 된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 관광자원 제주도의 한라산.
한라산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토평동 산15-1
한라산 정상으로 가는 방법은 현재 관음사 지구 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해 정상에 오르는 관음사 코스와 성판악 탐방안내소를 출발해 정상에 오르는 성판악 코스가 있다. 많은 경우 성판악이나 관음사를 출발지로 정해 반대 방향으로 하산하는 등산로를 이용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필히 지나게 되는 곳이 이곳 삼각봉과 삼각봉 대피소.
제주도가 워낙 따뜻한 지역이기 때문에 눈이 쏟아질 때를 제외하고 한라산 출발지는 많은 눈을 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중산간 지대를 지나면서부터는 눈꽃이 핀 지역도 보이고 등산로 외의 곳에 걸음을 디디면 쌓인 눈으로 인해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위로 오를수록 히말라야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는데 이런 감상을 즐기려면 강력한 똥바람이 휘몰아쳐 주기를 기대하면 된다. 제대로 된 얼음싸대기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는 겨울등산 코스라 하겠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눈길에서
옆으로 한 걸음만 옮겨 디디면 눈의 깊이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는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게 걷다 보면 도착하게 되는 곳 한라산 정상 그리고 백록담.
쿠니가 주로 선택하는 코스는 관음사 출발 성판악 하산인데 지금 이곳은 성판악을 향해 내려가는 중이다.
6. 설악산
해발 1,708.1m의 설악산 정상 대청봉. 그곳으로 오르는 길은 다양하다.
위의 한라산과 비교해 험하고 쉽지 않은 산이지만 산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야 할 산으로 인지하고 있고 또 많은 계획을 세우는 곳이다. 한라산이 부드러운 느낌이라면 설악산은 매우 거친 느낌의 산이다.
설악산(대청봉)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대청봉길 1
설악산 등산 코스 중 가장 좋아하는 구간은 공룡능선인데 처음 갔을 때 어렵다 하여 긴장을 했었는데 막상 능선에 올라보니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는 코스가 공룡능선이고 설악산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간이다.
하지만 그동안 다녔던 설악산의 겨울산행이 그리 많지 않았고 겨울등산을 갔던 이때의 등산 코스는 오색 – 대청 – 중청 – 소청 – 희운각 – 양폭 – 천불동 – 설악산 소공원 코스였다.
눈이라도 팍팍 쌓였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때는 눈이 온 뒤 며칠이 지난 상태였기에 거칠한 모습이 완화된 상태다.
7. 대둔산
대둔산은 백패킹을 하기도 했고 명절 부모님댁에 방문해 혼자서도 다녀오던 곳인데 이 날은 첫째 아이와 함께 산행을 했던 때라 무척이나 기억이 남으며 본인은 모르겠지만 애비된 나로서는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이 깃든 산이다.
대둔산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 611-34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란 사람이 조금 무식했던 것 같다. 결코 쉽지 않은 산인데 초딩을 데리고 오다니 말이다.
7부 능선을 지나며 ‘언제 끝나냐고 묻는 아이에게 이제 시작이야’ 하고 농담을 했더니 놀란 표정을 짓던 아이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땐 확실히 내가 정신연령이 어렸던 것 같다. 다시 생각하니 괜히 미안함.
이 즈음이었다.
아이에게 이제 시작이라고 놀렸던 것이.
아니라고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하니 그제야 웃는 녀석을 보며 힘내고 얼른 올라갔다가 내려가서 짬뽕 먹자고 했었는데 아이는 지금 기억하려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도 좋았던 산이고 특히 아이와 함께 제대로 된 겨울산행을 했던 최초의 산이기에 더더욱 좋은 산이다.
지금 같이 산에 가자고 하면 이리 빼고 저리 빼고 하는 것이 당시 너무 힘들었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생각해 봐도 참으로 무식한 아빠였다.
겨울등산 코스 중 잊히지 않는 몇 곳의 겨울산행을 소개해 봤다.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 눈을 보니 엉덩이가 들썩인다. 어느 산인가 오르고 싶단 생각…
글쓰기도 마쳤으니 슬쩍 아내의 눈치를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