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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뚜벅이 여행 대포연대와 제주 스노쿨링 포인트

나이가 들면서 점점 뚜벅이 여행의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체력적인 문제가 가장 크겠지만 귀차니즘의 활성화도 문제가 되고 있는 듯하다. 귀차니즘은 마치 활성산소처럼 좋은 습관을 부패하게 만들고 근력을 빼나가는 것처럼 무기력증을 양산하는 것만 같다.

제주 뚜벅이 여행,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예전의 나처럼 걷는 것에 집중했던 습관을 깨우려 한다.

대포연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포동 2506

제주스노쿨링포인트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포동

대포연대와 제주 스노쿨링 포인트 영상 1분 49초.

제주 올레길 8코스 송이 슈퍼를 출발해 약천사 – 대포 포구를 막 지나온 이 길이 낯설지 않음은 무얼까?

그리고 들어선 공간을 보며 아~ 라고 각성의 의성어를 발한다.

왜 이곳으로 들어서는 초입이 낯익었던지 알게 된 것은 저 앞의 축구장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곳을 방문했던 때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지난해 말이거나 올해 초였던 것 같다. 방문한 이유는 어떤 방소에서 이곳이 제주 스노쿨링 포인트라 소개되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다.

그렇지 대포연대.

제주 스노쿨링 포인트 바로 앞에 대포 연대가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연대(煙臺)라 함은 제주도에서 연기나 횃불 등으로 소식을 전하는 통신 수단을 말하는데 보통은 주변보다 높은 구릉지대나 해안에 위치한다. 육지에서는 봉화대(烽火臺)라 부르는 그것과 동일한 기능을 담당한다.

넓은 초지가 중문단지 축구장.

주변으로 스프링클러까지 설치되어 있고 꽤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곳이라 생각된다. 오늘은 축구를 하는 분들이 없지만 전에 방문했을 때는 많은 분들이 연습 경기를 하고 있었다.

제주 뚜벅이 여행의 장점은 주변 풍광이 좋다는 것.

내가 걷고 있는 제주 올레길 8코스의 정방향은 월평아왜낭목을 출발해 20km를 걸어 대평포구에 이르는 코스로 시작 지점으로부터 약 4km 정도 되는 곳이 제주 스노쿨링 포인트이자 대포연대가 있는 곳이다.

대포연대는 진행 방향이므로 먼저 제주 스노쿨링 포인트부터 들러본다. 바로 앞에 노란색 플라스틱 사슬이 걸려 있는 것은 아무나 드나들지 말라고 경고 표시를 해 둔 건데 지난번 방문했을 때 계신 분에게 여쭤보니 외지 행락객들이 이곳에서 음식을 먹고 쓰레기 버리고 그냥 가는 행동이 종종 있어 그때부터 이렇게 플라스틱 사슬을 걸어두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자업자득이란 이야기다.

나는 전에처럼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둘러볼까 싶었는데 어째 오늘은 아무도 안 계시다.

그동안의 제주 뚜벅이 여행을 하는 동안 몇몇 분의 기억에 남는 분들이 계시다. 외지에서 오신 분들 말고 토박이 제주도민 분들과 대화를 하게 될 행운이 종종 있었는데 특히 연로하신 분들의 말씀은 주의 깊게 집중하지 않으면 이해하기에 난감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도 좋은 건 그분들의 따스한 정이다.

제주 뚜벅이 여행에서뿐만 아니라 육지 뚜벅이 여행을 다닐 때도 종종 지역의 어르신들이 커피 마시고 가라, 밥 먹고 가라, 자고 가라 등등 걱정과 응원을 해주시는 경우가 있다. 어찌나 감사한 일인지…

이런 우리나라만의 정 문화는 외국에서 감히 상상도 못 한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으니 우리의 정 문화를 부각시키기 위한 연출인가 싶기도 하다.

그냥 바닷가로 내려가 제주바다의 맑은 물을 바라본다.

최근의 뉴스를 보니 제주바다 전역에서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탄산칼슘이 고체화되며 흰색으로 보이는 백화현상(白化現象)이 바다 사막화를 가속시키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사막화 되고 있다니 놀랍고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물색을 보니 왜 이곳이 제주 스노쿨링 포인트로 알려진 것인지 알만하다.

물색 참 좋구나!

이런 아름다운 물색을 지닌 제주 스노쿨링 포인트이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바다 사막화를 막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바닷가를 등 뒤로하고 바로 앞 대포연대를 향한다.

제주 뚜벅이 여행만이 아니라 걷기 여행을 하면 컨디션과 무관하게 목적지를 향해 맹목적이어야 할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각하고 고민하는 순간 걷기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대포연대(大浦煙臺)가 최초 설치된 것은 조선 시대인데 정확한 연대는 기록되어 있지 않고 현재의 대포 연대는 복원된 것이며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대포연대가 설치된 구릉은 수면으로부터 약 25m 정도 되는 벼랑이기에 전망이 좋을 거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꽝이다. 주변으로 나무가 우거져 있어 바다가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통신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면 당연히 주변의 나무를 베어냈겠지만 지금은 그냥 기념물일 뿐이다.

이후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체적 계획이 선다면 주변의 나무를 베어내고 무언가 시도를 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되면 강정동 앞바다에서 대평리 앞 해안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좋은 위치다.

돌계단을 올라보면 넓은 오각형 공간 이외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바다가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니지만 조망을 즐길 만한 오션뷰는 없다.

잔상으로 남는 영상을 머릿속에서 조합해 상상으로 바라보는 오션 뷰는 가히 예술일 듯하지만 현실은 꽝!

기대감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제주 뚜벅이 여행을 시작하며 4km를 걸어오는 동안 처음으로 아쉽단 생각이 매우 매우 매우 크게 들었다.

제주 뚜벅이 여행으로 걷는 이 길의 다음 행선지는 대포주상절리다.

하지만 더위 때문인지 체력의 빠른 소진 때문인지 벌써부터 걷기가 싫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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