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면, 바닷속에서는 조용한 변화가 시작된다. 이 시기 해산물들은 제철을 맞아 하나둘씩 맛이 깊어진다. 그중에서도 수산시장과 어촌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성게다.
겉은 뾰족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바다의 향을 품은 고소한 알을 품은 제철 성게는 많고 많은 해산물 중에서도 손꼽히는 진미로 칭송받는다. 특히, 활력이 살아있는 채로 손질된 제철 성게는 비린내가 거의 없고, 입에 넣었을 때 부드럽게 퍼지는 바다의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국내 연안에서 잡히는 성게는 크게 두 종류인데, 하나는 비교적 둥글고 짧은 가시를 가진 ‘말똥성게’, 또 하나는 뾰족하고 긴 가시, 선명한 보랏빛 외형을 가진 ‘보라성게’다.
이번에는 이중에서도 여름철에 특히 인기 있는 보라성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날카롭고 큰 가시를 지닌 ‘보라성게’
보라성게는 극피동물 만두성게과의 성게류의 해산물로, 주로 한국, 일본 중부 이남, 중국 남부의 수심 5m 전후의 암반 조하대, 또는 수중암초에서 발견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 연안에 서식하고 있지만, 그 빈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보라성게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다른 종류의 성게에 비해 3cm라는 크고 긴 모양의 가시를 가지고 있으며, 그 사이사이에 길이 1cm 전후의 작은 가시들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둥글기보다는 큰 가시들이 거칠게 돌출해 있는 느낌이 강하다.
보라성게의 빛깔은 껍데기와 가시 모두 보라색을 띄며, 보대에는 5~8개의 관족 구멍이 활모양으로 줄지어 있다. 관족은 극피동물의 특징적인 기관으로, 극피동물은 이 가느다란 관을 뻗어 먹이 섭취, 호흡, 이동 등의 행동을 수행한다. 보라성게는 이 관족을 이용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낮에는 바위 틈에 집단으로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6월이 제철인 보라성게 맛있게 먹는 법
6월은 바닷속 성게가 가장 활발하게 잡히는 시기다. 이때의 성게는 속이 가득 차고 알이 통통하게 여물어 제맛을 낸다. 또한 연한 노란빛을 띠는 알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알의 크기 또한 크고 식감은 부드럽다.
특히 보라성게는 쓴한 맛이 덜하고 향이 부드러워 비교적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반면, 말똥성게는 맛은 좀 더 짙고 쌉쌀한 편이어서 취향을 타는 편이다.
성게의 살은 단맛이 돌고 비린내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조리 방식은 그리 다양한 편이 아니다. 성게는 익히면 부드러운 맛과 식감이 사라지기 쉽기 때문에 대부분 날것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일부 해안 지역에서는 손질한 뒤 햇볕에 말려 저장식으로 보관하기도 한다.
성게를 싫어하는 이들은 성게의 이상한 냄새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신선하지 않은 성게를 먹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신선하지 않은 성게는 화장실에서나 맡을 법한 역하고 쿰쿰한 냄새와 씁쓸한 맛이 진하게 올라온다. 반면 신선한 성게는 잡내 없이 고소한 맛이 퍼지고, 은은한 바다 향이 입안을 감싼다.
흔히 성게를 진미로 꼽는 이들은 성게알이라고 흔히 알려진 부위를 그중에서도 최고로 치는데, 사실 이 부위는 알이 아니라 성게의 생식선이다. 부드럽고 짭조름하면서도 살짝 단맛이돌며, 약간의 쓴맛과 함께 독특한 해산물 향이 감도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성게알은 그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그대로 회로 먹거나 소금에 절여 젓갈처럼 담근 뒤 술안주, 혹은 밥반찬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본에서는 초밥의 재료로 쓰이거나 덮밥 위에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이용해 만드는 ‘우니초밥’은 굉장히 고급 메뉴로 취급된다. 국내에서도 일부 오마카세나 초밥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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