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은 햇빛이 강하고 비가 자주 내려 식물이 자라기 좋은 계절이다. 이 시기에는 산과 들, 길가까지 온갖 풀과 꽃들이 자리를 차지하려고 경쟁하듯 왕성하게 번성한다.
이런 여름철이면 나팔꽃을 닮은 꽃 하나가 눈에 띈다. 이 분홍색 꽃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어 친숙한 기분이 들지만, 실상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보기엔 한없이 예쁘고 연약해보여도, 농민들 사이에서는 반갑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식물은 줄기를 사방으로 뻗으며 주변 식물을 휘감아 자라며 햇빛과 공간을 가로막는다. 뿌리는 한 번 자리 잡으면 웬만해선 뽑히지도 않으며, 뿌리줄기를 자르면 그 자른 부위에서 다시 싹이 돋는다. 과거에는 이러한 질긴 생명력을 활용해 구황작물로 재배한 기록도 있지만, 지금은 농작물을 덮고 얽는 바람에 경작지에선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겉모습만 보면 들꽃 같지만 실상은 매우 질기고 번식력까지 강한 식물. 그 이름은 바로 ‘메꽃’이다. 여름철이면 누구나 쉽게 마주칠 수 있지만, 잘 알지 못했던 메꽃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본다.
잘라내면 더 잘 자라는 ‘메꽃’

메꽃은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메꽃과의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 주로 분포한 식물이다. 이 풀은 길을 걷다 보면 들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데, 땅속의 백색 뿌리줄기 군데군데에서 덩굴성 줄기가 나와 주변의 물체를 감고 올라간다.
다 자라면 그 높이가 50~200cm까지 자라며, 잎은 어긋나기하고 엽병이 길며 긴 타원상 피침형이고 밑부분이 이저로서 뾰족하다. 잎의 길이는 5~10cm이며, 폭은 옆으로 나온 돌기를 합쳐 2~7cm정도 된다.
6~8월에는 연한 분홍색의 곷이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줄기가 나와 1개씩 위를 향해 달린다. 꽃받침 밑에 달린 2개의 포는 녹색이며 심장형이다. 꽃은 지름 5cm 정도이고 깔때기형이다.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특이하게도 메꽃은 꽃이 피어남에도 불구하고 열매나 씨앗을 잘 맺지 않는다. 대신 다른 번식 방법을 사용하는데, 메꽃은 생명력이 매우 강해 뿌리줄기를 절단해 심으면 거기에서부터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농가에서는 메꽃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는데. 땅을 갈면 갈 수록 메꽃의 뿌리줄기는 더 잘게 나눠지고, 나눠진 줄기에서는 새로운 메꽃이 나와 농사를 망치기 때문이다.
이렇듯 수분과 씨앗을 사용하지 않는 번식 방법 때문에 메꽃의 꽃은 번식용이 아닌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라는 설도 있다.
메꽃 vs 나팔꽃… 두 닮은꼴의 차이점은

메꽃은 그 생김새가 친척뻘인 나팔꽃과 굉장히 유사하게 생겼는데, 이 때문에 두 꽃을 처음 본 이들은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만 알고 있으면 메꽃과 나팔꽃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처음 싹을 틔워 잎을 낼 때를 보면 두 꽃의 차이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나팔꽃은 본잎이 나온 뒤에야 덩굴을 뻗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 메꽃은 먼저 덩굴을 뻗은 뒤 본잎을 낸다.
또한 그 수명에서도 차이점을 찾을 수 있는데, 나팔꽃은 원산지인 인도에서는 여러해살이지만 그보다 기온이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1년밖에 못 사는 한해살이풀이다. 반면, 메꽃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며, 추운 환경에서도 잘 버틸 수 있도록 진화한 여러해살이풀이다.
가장 간단한 구분법은 꽃을 보는 것이다. 나팔꽃은 색이 다양하며, 아침에는 활짝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시들어버린다. 하지만 메꽃은 그 색이 옅은 분홍색 하나 뿐이며, 낮이 되어도 활짝 피어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차이는 두 꽃의 영문 이름에도 반영되어 나팔꽃은 아침의 영광이라는 의미의 ‘모닝 글로리’, 메꽃은 낮의 영광이라는 의미의 ‘데이 글로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구황작물로도 쓰인 메꽃 먹는 법

메꽃은 예전에 구황작물로도 쓰인 만큼 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식물이다. 특히 메꽃의 뿌리줄기는 매우 부드러운 식감과 향긋한 내음을 가지고 있는데, 생으로 먹거나 튀김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고, 밥이나 떡을 만들 때 넣으면 향이 밥에 베어들어 입맛을 한껏 돋워준다.
어린잎은 봄철에 뜯으면 신선한 풀내음을 즐길 수 있는데, 데쳐서 무치거나 기름에 살짝 볶아 먹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볍게 양념장에 무쳐 먹는 새콤한 메꽃무침은 점점 더워지는 날씨를잘 넘길 수 있는 상큼한 별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메꽃을 섭취하면 여러 효능을 얻을 수 있는데, 체내 염분과 노폐물을 배출해 혈압과 혈당을 내리고, 소화불량을 개선하며, 피로를 회복하는 데에 좋다. 실제로 메꽃은 예로부터 구구앙, 선화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약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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