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여름 뙤약볕 아래 밭두둑에 앉아 새까만 열매를 따먹던 기억이 떠오르는 시기다. 손끝까지 보랏빛으로 물들게 만들었던 바로 그 과일, ‘오디’다. 지금도 농촌에서는 6월이면 오디 수확이 한창이다. 예전에는 간식이 귀하던 시절, 아이들 손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슈퍼푸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디의 진짜 가치는 그 시절 향수를 넘는다.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 ‘오디’

오디는 뽕나무나 산뽕나무에서 자라는 열매다. 뽕나무는 예로부터 한국 중부와 중국 일대에서 널리 재배됐다. 밭두렁이나 마을 뒷산 같은 자투리 땅에 심어두고 열매가 익기를 기다리던 풍경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오디는 뽕나무 열매라는 뜻으로 ‘상실’, ‘오들개’라고도 불린다.
처음 열릴 때는 연한 녹색을 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붉은색을 거쳐 검붉은 흑자색으로 익는다. 완전히 익은 오디는 손으로 살짝만 눌러도 즙이 흐를 정도로 물기가 많다.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며, 향도 진하다. 지름은 2센티미터 안팎. 한 입에 들어가는 크기지만 향과 맛, 성분은 결코 작지 않다. 여름철 제철 과일로서 오디의 존재감은 매년 이맘때 확실하게 자리 잡는다.
오디는 단순히 달콤한 간식이 아니다. 예부터 의학서에도 자주 등장하며 귀한 약재로 여겨졌다. 조선 시대 의서인 『동의보감』은 물론, 명나라에서 편찬된 『본초강목』에도 오디의 효능이 기록돼 있다. 『본초강목』에는 “혼을 안정시키고 정신을 진정시킨다”는 설명이 실려 있다.
열매뿐 아니라 줄기, 뿌리, 나무껍질까지 모두 약재로 쓴다. 뽕나무 줄기는 지골피, 뿌리는 상백피라 불리며 각각 열을 내리거나 통증을 가라앉히는 데 사용됐다. 열매인 오디는 조혈작용, 간 기능 보조, 이뇨,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세포 노화 억제와 신경 안정, 불면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디가 여름철에 유독 찾는 과일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더위로 입맛이 떨어지거나 갈증이 잦을 때, 오디에 들어 있는 당분과 유기산이 갈증을 풀고 수분을 채워준다. 여기에 비타민과 무기질까지 풍부해 제철 과일로 손색이 없다.
오디 속 성분이 특별한 이유

오디에는 포도당, 과당 같은 당분 외에도 시트르산, 사과산, 펙틴, 타닌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비타민 A, B1, B2, D와 칼슘, 인, 철분까지 들어 있다. 이 조합은 인체의 기본 대사 활동에 도움이 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안토시아닌 색소다. 그중에서도 C3G라 불리는 성분은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다. 이 성분은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 노화를 억제하는 데 관여한다. 블루베리 같은 수입과일에 포함돼 있는 성분이지만, 오디는 국산 작물로 생산이 가능해 접근성이 높다.
농촌진흥청과 동의대 연구진이 진행한 실험에서도 오디의 위장관 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실험쥐에게 위장운동 촉진제와 동결건조 오디 분말을 각각 투여한 결과, 오디 투여군에서 위장관 이송률이 64.4% 증가했다. 이는 시판 중인 소화 촉진제보다 높은 수치다.
오디 분말 3g은 생과 기준으로 약 10~40g, 오디 4~8알 정도에 해당한다. 하루 한 줌이면 충분하며, 장운동이 느린 사람에게도 개선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가 있다.
오디는 어떻게 먹고 보관할까

오디는 익으면 손에 묻을 정도로 즙이 많다. 그만큼 상하기도 쉽다. 구입할 때는 꼭지가 신선한지, 과육이 무르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완전히 익은 오디는 검붉은 색을 띠며 단맛이 진하다. 과숙된 것은 쉽게 으깨지고 향이 과하게 날 수 있다.
생과는 세척 후 바로 섭취하면 된다. 흐르는 물에 헹구기 전, 식초 몇 방울을 탄 물에 2~3분 정도 담갔다가 살살 흔들어 씻으면 농약이나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다. 이후 흐르는 물에 2~3회 헹구고 물기를 제거해 보관하면 된다.
세척한 오디는 바로 먹거나 즙, 잼, 주스로 만들 수 있다. 요구르트와 함께 갈아 마시거나, 아이스크림이나 팬케이크 토핑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오디는 당도가 높아 발효에 유리해 술로 담가 먹기도 좋다. 오디술은 상심주, 선인주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빛깔과 맛이 뛰어나 전통주로도 유명하다.
냉동 보관도 가능하다. 수확한 오디를 깨끗이 세척한 후 물기를 제거하고 냉동하면 1년 내외로 사용할 수 있다. 냉동 오디는 생과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계절에 관계없이 사용 가능한 장점이 있다. 다만 해동 과정에서 물러질 수 있으므로, 조리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색다르게 즐기는 오디 레시피 세 가지
오디는 단순히 생과로 먹는 것을 넘어 음료나 디저트, 소스로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오디는 여름철 특별한 식탁의 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오디를 색다르고 맛있게 즐기는 방법으로는 음료부터 스프레드, 샐러드 드레싱까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아래는 유튜브 채널 ‘요알남’에서 소개한 오디 활용 레시피 3가지다. 재료 준비부터 만드는 순서, 맛을 살리는 팁까지 정리했다.
1. 오디 에이드

■ 요리 재료
– 오디 100g, 애플민트 3줄기, 꿀 3큰술, 얼음 1컵, 탄산수 250ml, 레몬즙 1큰술
■ 만드는 순서
– 오디는 흐르는 물에 두세 번 헹군 후, 식초물(물 500ml + 식초 1큰술)에 2분 정도 담가 불순물을 제거한다.
– 물기를 닦아낸 뒤 믹서에 넣는다.
– 여기에 꿀 3큰술, 레몬즙 1큰술, 애플민트 잎을 함께 넣고 곱게 간다.
– 유리컵에 얼음 1컵을 채운다.
– 갈아 놓은 오디즙을 붓고, 탄산수 250ml를 천천히 부어 넘치지 않게 젓는다.
– 민트 잎을 올려 마무리한다.
■ 오늘의 레시피 팁
오디는 완전히 익은 것을 써야 단맛이 풍부하고 떫은맛이 없다. 믹서에 잘 갈리지 않을 경우 탄산수를 소량 섞어 부드럽게 만든다. 꿀과 레몬즙은 취향에 따라 양을 조절하되 처음부터 넣어야 맛이 고르게 배인다.
2. 오디 크림치즈 스프레드

■ 요리 재료
– 오디 30g, 설탕 1.5큰술, 크림치즈 2큰술, 레몬즙 1작은술, 소금 한 꼬집
■ 만드는 순서
– 세척한 오디를 절구에 넣고 고루 으깬다.
– 설탕 1.5큰술을 넣고 5분간 재워 과즙을 우려낸다.
– 크림치즈는 미리 꺼내 실온에서 10분간 두어 말랑하게 만든다.
– 으깬 오디에 크림치즈, 레몬즙 1작은술, 소금 한 꼬집을 넣고 부드럽게 섞는다.
– 숟가락이나 주걱으로 저어가며 고루 섞는다.
– 과육 식감을 살리기 위해 너무 곱게 으깨지 않도록 주의한다.
– 완성된 스프레드는 냉장 보관하며 하루 안에 먹는 것이 좋다.
■ 오늘의 레시피 팁
크림치즈가 차가운 상태면 섞이기 어렵다. 반드시 실온에서 말랑하게 만든다. 오디의 수분이 많기 때문에 설탕에 먼저 재워 수분을 일부 빼주면 질감이 안정된다. 레몬즙은 신맛 조절용으로, 꼭 정량만 넣어야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다.
3. 오디 드레싱

■ 요리 재료
– 오디 40g, 식초 2큰술, 꿀 2.5큰술, 올리브오일 2.5큰술, 레몬즙 1큰술, 소금 1/4작은술, 후추 약간
■ 만드는 순서
– 세척한 오디 40g의 물기를 제거하고 절구에 으깬다.
– 으깬 오디에 식초 2큰술, 꿀 2.5큰술을 넣고 고루 젓는다.
– 올리브오일 2.5큰술을 천천히 부으며 잘 섞는다.
– 레몬즙 1큰술을 넣어 상큼한 맛을 더한다.
– 소금 1/4작은술, 후추 약간으로 간을 맞춘다.
– 체에 걸러 씨와 과육을 제거하면 더 매끄럽게 즐길 수 있다.
– 유리병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3일 내 사용 권장.
■ 오늘의 레시피 팁
오디는 씨가 많아 그대로 쓰면 식감이 거칠다. 채에 한 번 걸러주면 훨씬 부드러운 드레싱이 완성된다. 꿀과 식초는 오디의 단맛과 신맛을 균형 있게 잡아주는 핵심 재료다. 올리브오일은 나눠 넣어가며 유화시켜야 분리가 생기지 않는다.
한편, 모든 오디 레시피는 조리 과정이 단순하면서도 오디 고유의 맛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다. 제철일 때 많이 확보해 냉동 보관해두면 사계절 내내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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