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담·설화에도 자주 등장했는데… ‘일제강점기’ 이후 한반도서 자취 감춘 멸종위기 동물

54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vanchai- shutterstock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vanchai- shutterstock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vanchai- shutterstock

과거엔 설화나 민담에 호랑이만큼이나 자주 등장했지만 현재는 한반도서 보기 어려워진 동물이 있다. 바로 반달가슴곰이다.

예민하고 조심성 많은 동물, 반달가슴곰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Volodymyr Burdiak- shutterstock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Volodymyr Burdiak- shutterstock

반달가슴곰은 가슴에 흰색 반달 모양 털을 가지고 있다. 몸 전체는 검지만 특징적인 털 무늬 덕분에 금세 알아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아시아흑곰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에선 천연기념물 제329호다.

반달가슴곰은 몸길이 약 130~190cm, 수컷 몸무게는 60~140kg에 이른다. 암컷은 수컷보다 작아 40~90kg 수준이다. 평균 수명은 약 25년이다. 초식을 주로 하며 단맛이 강한 열매, 씨앗, 물고기, 새 등을 먹는다. 드물게는 사슴처럼 큰 동물도 사냥하고 죽은 동물 사체도 먹는다. 먹성은 거칠지만 예민하고 조심성이 강하다.

일제강점기 이후 자취 감춘 반달가슴곰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REC Stock Footage- shutterstock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REC Stock Footage- shutterstock

반달가슴곰은 예전엔 우리 산과 들에 널리 살았던 동물이었다. 조선시대 설화나 민담에 호랑이만큼 자주 등장할 정도였지만 일제강점기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해수구제 사업’ 명목으로 마구잡이로 포획됐다.

해수구제는 한자로 ‘해를 끼치는 짐승’을 ‘몰아내고 없앤다’는 뜻이다. 1910년대~ 1940년대 조선 전역에서 공식적으로 시행됐다. 총독부는 해당 동물을 잡은 이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호랑이, 표범, 늑대, 곰 같은 대형 포식동물들이 주 타깃이 됐다. 당시 문서에는 “사람을 위협하거나 가축을 해치는 동물을 없애야 한다”는 논리로 사업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실상은 일본 본토에서 귀한 약재나 가죽, 전시용 박제 등으로 활용할 자원 확보가 목적이었다. 특히 곰의 쓸개는 ‘웅담’으로 일본과 중국에서 귀한 약재로 여겨졌다. 해수구제 사업은 이런 야생동물을 체계적으로 포획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YouTube video player

반달가슴곰은 해당 사업의 집중 타깃이 됐다. 당시 곰은 육식 성향을 가진 대형 야생동물로 간주돼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인식이 있었고 앞서 언급한 웅담 수요 때문에 집중적으로 포획됐다.

당시 포획 기록을 보면 호랑이보다도 더 많은 수의 곰이 사살됐다고 알려져 있다. 체구가 크고 흔적이 뚜렷해 추적이 비교적 쉬웠고 겨울잠을 자는 습성 덕분에 굴을 노리면 쉽게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산간지역에 널리 분포해 있던 탓에 지역 단위의 포획 경쟁도 치열했다.

결국 해수구제 사업은 반달가슴곰 개체 수 감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쳤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한반도 곳곳에 서식하던 곰은 이 시기를 거치며 거의 자취를 감췄다.

반달가슴곰 복원에 총력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Anan Kaewkhammul- shutterstock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Anan Kaewkhammul- shutterstock

그렇게 멸종된 줄 알았던 반달가슴곰이 2000년 지리산에서 극소수 개체가 발견됐다. 이후 정부는 2004년부터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복원 사업이 시작되자 곳곳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반달가슴곰은 맹수이기 때문에 맨몸으로 맞설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곰이 사람 근처로 내려오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실제로 등산로나 산 중턱에서 곰이 포착되는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복원 사업은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을 지금 지키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곰은 오랜 세월 생태계에 존재해온 동물이다. 인간과 곰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계속해서 연구와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멸종 위기 동물을 복원하는 것은 생태계, 균형을 되찾는 일이자 인간이 자연에 져야 할 책임이다.

이 기사에 대해 공감해주세요!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