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문턱에 들어선 6월 초, 도시를 벗어난 산길에는 초록 향이 가득하다. 해가 길어지고 기온이 오르면서, 숲속은 온갖 풀들이 자라난다.
특히 비 온 뒤의 습한 산길은 풋풋한 냄새와 함께 매운 향을 뿜어내는 식물들로 채워진다. 그중에서도 낯익은 나물과는 다른 톡 쏘는 냄새가 있다. 바로 ‘는쟁이냉이’다.
흔히 냉이로 착각하기 쉬운 이름이지만, 이 나물은 전혀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는쟁이냉이에 대해 알아보자.
는쟁이냉이, 숲속에 숨은 작은 나물

우리나라 특산종인 는쟁이냉이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북부의 산지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주로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라며, 20~50cm까지 자란다. 잎은 깃 모양으로 갈라져 있고 끝이 둥글다. 4월과 6월 사이에는 흰색이나 연분홍의 작은 꽃을 피운다.
이 식물은 양지보다 그늘을 좋아한다. 계곡 주변이나 숲속 나무 아래에서 무리 지어 자라는 모습이 흔하다. 햇빛이 직접 닿지 않아도 자라기 때문에, 다른 나물보다 발견하기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매년 같은 자리에 다시 자라는 특성 덕에, 자주 가는 산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채취 시기는 4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다. 이 시기의 어린순은 연하고 향이 강하지 않아 먹기 좋다.
풀잎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맛

는쟁이냉이는 매운맛이 특징이다. 와사비, 겨자와 비슷한 맛을 내지만 그보다 부드럽다. 매운맛의 주성분은 글루코시놀레이트다. 이 성분은 씹을수록 자극적인 맛을 낸다. 생으로 먹으면 입 안이 얼얼할 정도지만, 살짝 데치면 향은 살고 자극은 줄어든다.
식감도 눈에 띈다. 생잎은 부드럽고 연하지만, 데치면 아삭한 느낌이 살아난다. 나물로 무쳐 먹을 때는 간장, 마늘, 참기름을 기본으로 쓰고 고춧가루를 더하면 은은한 매운맛이 잘 어울린다. 간단한 밑반찬으로도 좋고, 밥에 얹어 비빔으로 먹어도 된다.
된장국에도 잘 어울린다. 물 500ml에 된장 1큰술을 풀고, 손질한 는쟁이냉이 100g을 넣어 5분간 끓이면 구수한 향이 살아난다. 일본에서는 ‘야마와사비’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소바나 우동의 고명으로 올라가거나, 식초와 간장에 절여 반찬처럼 먹는다.
조선시대부터 기록된 식물

한국에서는 는쟁이냉이를 오래전부터 산나물로 먹어 왔다. 조선시대 농업서인 ‘산림경제’에도 기록돼 있다. 봄철 식량이 귀하던 시절, 산에서 채취한 나물은 중요한 식량 자원이었다. 는쟁이냉이는 특히 강원도와 충청도 산간 지역에서 자주 채취됐다. 식탁 위에 올라가는 건 대부분 어린순이다. 봄나물 특유의 풋내가 적고, 향이 강하지 않아 아이들도 먹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해독과 소화 촉진에 쓰였다. 동의보감에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독소 배출에 도움이 된다고 나와 있다. 현대 연구에서도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 C가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g 기준 약 20mg의 비타민 C를 함유하고 있다.
채취·보관에 주의
는쟁이냉이는 자연 채취가 일반적이다. 시장에서는 거의 유통되지 않고, 아는 농장을 통해 직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는쟁이냉이는 채취 환경이 중요하다. 도심 근처, 도로 주변, 공장 부근은 피해야 한다. 뿌리가 오염물질을 쉽게 흡수하기 때문이다. 되도록 청정한 산지나 계곡 인근에서 채취해야 안전하다.
채취 시에는 독성이 있는 식물과 혼동하지 않도록 잎의 모양, 색, 꽃의 유무 등을 확인해야 한다. 보관은 냉장보다 건조가 낫다. 데친 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소금에 살짝 절여 냉동 보관하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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