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가장 맛있다…” 가짜 다금바리라고 불렸던 ‘한국 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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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성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능성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능성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이 시작되면 바닷속 생선들도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 기온과 함께 수온도 오르면서 해양 생물들의 활동도 활발해진다. 이때 제철 생선들은 살이 단단하고 기름기도 알맞게 올라 맛이 가장 뛰어난 시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름이라고 해도 모든 생선을 회로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회는 그 특성상 신선도와 육질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 생선이나 그대로 썰어 먹을 수는 없다. 특히 내장이 빠르게 부패하거나 식감이 흐물거리는 생선은 회로 먹기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회로 먹을 수 있는 생선은 자연스럽게 ‘선별된 고급 어종’으로 분류된다.

능성어는 그중에서도 단연 최상급으로 평가받는 생선이다. 겉모습은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가격만큼은 결코 그렇지 않다. 탱탱한 살과 깊은 감칠맛 덕분에 그 맛은 여느 생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좋은 생선을 아는 이들에게는 늘 1순위로 꼽히는 능성어. 이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나라 남쪽 해역에서 만나볼 수 있는 ‘능성어’

능성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능성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바리과 우레기속을 대표하는 생선인 능성어는 몸에 있는 특징적인 무늬 때문에 부산에서는 아홉톤배기, 일곱톤바리, 제주에서는 구문쟁이로도 불린다. 이 생선은 우리나라 남쪽 해역이나 북서태평양 쪽에 주로 분포하며, 수심 50~120m의 연안 암초지대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길이는 성체 기준 평균적으로 90cm 정도 되는 대형 어류이며, 개체에 따라 최대 155cm까지도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어는 몸 옆으로 7개의 어두운 갈색 가로띠가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 무늬는 어릴 때는 선명하지만 점차 자라면서 희미해진다.

몸은 전체적으로 긴 타원형이며 옆으로 납작하다. 머리와 입이 크며, 두 눈 사이는 넓은 편이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커서 앞으로 튀어나와 있으며 양 턱에는 뾰족한 송곳니 모양의 이빨이 있다. 비늘이 작고 피부에 묻혀 있어서 몸 표면이 미끄러운 느낌을 준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의 앞부분에는 강하고 두꺼운 가시가 있고, 꼬리지느러미는 끝이 둥그스름하다. 

능성어는 특이하게도 스스로 성전환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 생선이기도 하다. 능성어는 모든 개체가 암컷으로 태어나는데, 이후 8kg 이상인 개체 중 10% 내외의 일부가 수컷으로 성을 전환한다. 번식기는 5월~9월이며 연안에서 산란한다.

능성어 vs 자바리… 두 고급 어종의 차이점은

능성어(좌)와 자바리(우). / 위키푸디, NPDstock-shutterstock.com
능성어(좌)와 자바리(우). / 위키푸디, NPDstock-shutterstock.com

능성어는 한때 또다른 고급 어종인 자바리(다금바리)와 혼동되기도 한다. 실제로 두 어종을 비교하면 자바리가 훨씬 비싸지만, 육안으로도 구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맛과 식감도 유사해 헷갈리기 쉽다. 하지만 조목조목 뜯어보면 꽤 많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무늬에서 차이점을 찾아볼 수 있다. 능성어는 몸에 일곱 줄의 가로 줄무늬가 반듯하게 나있는 반면, 자바리는 중간에 구멍이 뚫린 듯 불규칙한 무늬가 나타난다. 이 무늬는 멀리서 보면 호피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자바리의 이마에는 두 가닥의 줄무늬가 침범하는 반면, 능성어는 이마로 줄무늬가 침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두 생선 모두 성체가 되면 뚜렷했던 줄무늬가 사라지기 때문에, 성장한 능성어와 자바리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차이점을 알 수 있다. 자바리는 능성어에 비해 아래턱이 더 튀어나온 부정교합을 보이며, 전반적으로 더 길고 날씬한 체형을 가지고 있다.

맛있는 생선 1순위로 꼽히는 능성어 먹는 법

능성어 회. 해당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재연하였습니다. / 위키푸디
능성어 회. 해당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재연하였습니다. / 위키푸디

능성어는 도미보다도 쫄깃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데, 살이 워낙 탱글탱글하고 지방질이 두꺼워 고급 어종에서 느낄 수 있는 고소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그러면서도 담백하고 달큰한 맛 또한 가지고 있어 정말 맛있는 생선을 고를 때 1순위로 꼽힌다.

과거에는 자바리와 비슷하게 생긴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속여 파는 경우도 있어 능성어의 이미지가 나빠진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자바리가 좀 더 비쌀 뿐, 능성어도 참돔이나 우럭, 농어 등의 생선보다 몇 배나 비싼 고급 어종이다.

최근엔 능성어 활어 수입량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이는 횟감이 점차 다양화되고 고급화를 추구하는 흐름 속에서 수입 어종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능성어 외에도 자바리, 붉바리 등 바리과 어종의 양식이 시도되고 있지만, 성장 속도나 겨울철 생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현재 남해안 가두리에서 안정적으로 양식되는 어종은 능성어가 유일하다. 

능성어는 찜이나 구이로도 먹지만 사실 제일 인기가 많은 것은 횟감이다. 활어를 갓 잡은 싱싱한 능성어회는 식감이 단단하고 진한 맛이 있다. 특히 제철인 여름에 먹는 능성어는 등살이 단단하고 뱃살은 기름지고 고소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회로 먹을 때 가장 맛있는 부분은 단연 등살로, 찰떡 같은 차진 식감과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다. 또한 광어처럼 지느러미가 별미다. 회를 뜰 때 이 부분을 잘 살리면 더욱 맛있는 능성어 회를 맛볼 수 있다.

그 외에도 껍질이나 뽈살, 가마살 등 특수부위까지 모두 손질하여 먹을 수 있다. 껍질은 끓는 물에 데쳐 소스에 찍어 먹으면 꼬들꼬들한 식감이 좋고, 뽈살과 가마살은 식감이 탱탱하고 단맛이 있어 인기 부위다.

회뿐만 아니라 맑은 생선탕인 지리로 끓여도 그 맛이 최고다. 능성어 지리 국물은 진득하게 우려낸 사골을 먹는 것처럼 진하고 깊어 해장용으로 제격이다. 여기에 큼직하게 썰어낸 무와 대파, 콩나물, 청양고추, 쑥갓을 넣고 푹 끓여내면 고급 식당 못지않은 훌륭한 맛을 낼 수 있다.

단, 능성어는 온몸이 날카롭고 점액질이 많아 손질 시 반드시 목장갑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특히 입은 날카로운 이빨이 안쪽을 향해 나있어 손을 잘못 넣으면 깊은 상처가 생기기 쉽고, 아가미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가시까지 있어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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