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카타르] 도하에서 하루란 시간이 주어진다면 여러분의 선택은
카타르 스톱오버 프로그램 다채
체류 호텔 최대 80% 할인 제공
사막 사파리 투어…짜릿한 스릴
수크 와키프…아랍의 향기 물씬
카타라 문화마을…황홀한 야경
24시간, 하루란 여유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을까. 일단 널브러지는 것이 떠오른다. 아무 제약 없이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다 보면 금세 시간이 흐른다. 넷플릭스로 영상 정주행이나 독서를 해도 좋고, 바깥바람 쐬며 교외 나들이를 나가도 넉넉한 시간이다.
카타르 도하 하마드 공항
하지만 24시간을 머물러야 할 곳이 해외라면 달라진다. 그것도 최종 목적지가 아닌 경유를 위한 하루라면 더 그렇다. 맞다. 해외여행 좀 해 본 이라면 단박에 알아챌 ‘스톱오버’ 얘기다. 대개 24시간 미만을 머무르면 레이오버, 하루 이상이면 스톱오버라고 부른다. 사실 어느 여건이든 상관없다. 하나의 티켓으로 두 나라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말이다.
지난 달 말 떠난 유럽 출장길에 선물 같은 하루가 주어졌다. 잠시 머물 곳은 카타르 도하. 얼마 전 공 하나로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2022 월드컵 개최지, 바로 그곳이다. 곧장 검색에 들어갔다. 카타르항공의 스톱오버 프로그램을 샅샅이 살폈다.
먼저 호텔을 골라야 한다. 자신이 머물 여정과 호텔 등급에 따라 스톱오버 금액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금액에 대한 걱정은 모래바람으로 날려버려도 좋다. 무려 80%나 할인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5성급 프리미엄 호텔 1박이 20달러부터로, 3만원이 채 안된다. 5성급 럭셔리 호텔을 정해도 1박에 77달러부터니 10만원선이다. 실로 혜자스러운 조건이다.
다음은 프로그램을 정해야 한다. 도하 시내를 둘러보는 시티투어부터 사막, 전통시장, 고래상어 탐험까지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무릇 열사의 땅 중동까지 온 만큼 사막을 빼놓을 수는 없는 법. 여기에 재래시장과 문화마을까지 선택했다. 스톱오버 프로그램의 가격은 100카타르 리얄(pp‧3만6000원)부터 시작한다. 4시간짜리 사막 사파리 투어는 227pp(8만2000원)이다.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사막으로 향했다. 모래 위를 달려도 거뜬해 보이는 대형 SUV에 오르면 사막투어의 시작이다. 도무지 어디가 길인지 알 수 없는 모랫길이 신기한 것도 잠시. 바로 업 앤 다운이 들어간다. “오우~어우”의 연발이다. 탑승자의 외침이 작으면 운전자는 더 과감해진다. 마치 ‘이번이 마지막 운전이야’를 방불케 할 정도로 차내를 요동치게 한다.
결국 “악!”하고 번지점프대를 뛰어내릴 때 내지르는 소리마저 동반한다. 불현 듯 이 투어는 어색한 사람끼리 오면 친해져 가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서로 몸을 부딪히며 동지애를 뛰어넘어 전우애까지 이어질 테니 말이다.
여러 번의 오르락내리락 끝에 멈춰선 곳은 사구의 끝처럼 보이는 내리막 지대 앞이었다. 그 너머로는 아라비아해가 펼쳐졌다.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한낮이라 푸른빛이 덜했지만 코끝의 비릿함으로 바다라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뜨거운 사막을 달려 시원한 바다와 마주하니 흡사 단짠처럼 매혹적인 기분이 들었다.
특히 뷰가 압권이다. 서로 합심해 하늘 위로 뛰어 오르는 장면부터 사구 끝에 앉아 아찔함을 연출하는 모습까지 찍는 족족 작품 탄생이다. 가이드에 따르면 도하 사막의 언덕 높이가 보통 60m로 타 지역보다 높은 편이라 스릴감이 더할 것이라며 으쓱해 보였다. 일단 이곳이 가장 높은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 짜릿함만은 확실했다. 사막이 아니라면 누릴 수 없는 찐 경험이라는 점에서 엄지를 내보였다.
금세 점심이 훌쩍 지났다. 두 번째 목적지는 수크 와키프(Souq Waqif)란 재래시장이다.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 같은 느낌을 떠올리면 된다. 아랍의 느낌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이곳만한 곳이 없다. 전통복장의 현지인들부터 온갖 기념품까지 없는 게 없을 것 같은 분위기다. 색색깔깔의 수많은 향신료, 중동 특유 감성의 카페트와 스카프 등 눈이 풍요롭다.
여기에 매(Falcon) 시장이 방점을 찍는다. 오래 전부터 고기를 잡아다주는 새로 인식해 온 매를 집에서 키우려는 이들에게 판매하는 곳이다. 요새는 매를 키우면 부자의 상징으로 꼽힌다고 한다. 비싼 매는 억 단위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말 다했다.
해가 어스름해지면서 카타라 문화마을(Katara Cultural Village)로 이동했다. 우리로 치면 한국민속촌 같은 곳이다. 카타르 전통 주택부터 모스크, 이슬람과 그리스 문화를 융화시켜 만든 원형극장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미슐랭급 식당들도 여럿 있지만 이곳의 매력은 어두워질수록 발산한다. 중동 특유의 주황빛 조명이 건물 곳곳을 비추며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이라이트는 분수쇼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분수쇼처럼 거대하고 화려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아랍풍 음악과 함께 역동적이고 흥겨운 물줄기 공연이 이어지며 보는 내내 발길을 붙잡는 것을 보면 분명 놓치면 아쉽다. 공연자가 없었는데도 분수쇼가 끝난 뒤 박수갈채가 나왔으니 상상에 맡긴다.
▶▶▶ 카타르 도하 스톱오버 100배 즐기는 법
1. 혹시라도 여유가 있어 이코노미 클래스가 아닌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 등으로 카타르항공을 이용하는 관광객이라면 제대로 우월한 대우를 누릴 수 있다. 도하 하마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비즈니스/퍼스트 클래스 고객을 위한 라운지 안내와 함께 별도의 입국 수속으로 편히 통과할 수 있다. 아울러 수하물 찾는 일도 미리 준비해둬 신경 쓸 일이 없다.
2. 도하 스톱오버 프로그램 및 호텔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카타르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공항 도착 48시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아니면 공항 내 디스커버 카타르 환승 투어데스크를 통해서도 예약할 수 있다. 다만 호텔 객실 수가 정해져 있는데 반해 스톱오버 이용객이 많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카타르는 무비자로 30일 동안 머무를 수 있고, 한 차례 30일 연장이 가능하다. 시차는 한국에 비해 6시간 늦다. 한국이 오전 10시라면 도하는 오전 4시인 셈이다. 연중 건조하고, 비 또한 거의 내리지 않지만 11월에서 4월 사이는 바깥 활동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한낮 기온이 뜨겁지만 기온차가 꽤 있는 만큼 얇은 바람막이나 카디건을 챙기는 것이 좋다.
4. 가게나 식당 등은 카타르 리얄을 주로 쓴다. 하지만 달러나 유로 등을 받는 곳도 있고, 신용카드 사용 역시 어렵지 않다. 대체로 팁 등 서비스 요금은 영수증에 포함돼 있어 따로 줄 필요는 없다. 물가는 전반적으로 비싼 편이지만 재래시장 쪽이 가성비가 괜찮다. 아랍어와 영어를 함께 쓰는 사람이 많아 소통이 힘들지는 않다.
도하(카타르) / 글·사진 = 장주영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