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 종식으로 오랫동안 가지 못했던 하늘길이 열리자 항공기 내 각종 사건 사고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내 흡연을 위시한 승객의 안전규정 위반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현지시간) IATA는 작년 한 해 항공기 안전사고 관련 보고서 2만여 건에 대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승객에 의한 기내 안전사고 비율은 항공기 1000편당 1.76건으로, 1000평당 1.2건이던 2021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기내안전규정 위반사례가 많았다.승객에 의한 안전사고 유형 중 안전규정 위반은 1000편당 0.307건으로 다른 유형보다 많게는 두 배 가량 자주 일어났다. 화장실을 포함한 기내 흡연이 가장 많이 보고됐으며 안전벨트 미착용, 승객 자신이 반입한 주류 섭취가 뒤를 이었다.
한편, 언어적·신체적 폭력의 증가세도 눈에 띈다. 먼저 신체적 폭력의 경우 1만7200편당 한 번꼴로 발생해 자주 일어나진 않았지만, 2021년에 비해 61%나 증가했다. 승무원이나 다른 승객을 대상으로 한 언어폭력 역시 1000편당 0.2건이 발생해 1000편당 0.137건을 기록한 2021년 대비 60%가량 늘었다. 콘래드 클리포드(Conrad Clifford) IATA 부국장은 “모든 승객과 승무원은 기내에서 안전하고 편안한 비행을 누릴 권리가 있다”며 “승무원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이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IATA는 해당 자료를 발표하며 각국 정부에 몬트리올 협약(Montreal Convention)의 2014년 추가 조항(Montreal Protocol 2014) 비준을 촉구했다. 몬트리올 협약은 민간항공 안전 및 보안을 위하여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공통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협약 중 하나로 2003년 발효됐다.
2014년 추가 조항은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승객을 항공기 국적과 상관없이 도착한 국가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며 항공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명시하고 있다. 강력한 처벌 조항을 도입함으로써 기내 안전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프랑스, 스위스를 비롯한 45개국이 가입했지만,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은 비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12월 29일 몬트리올 협약 당사국이 되었지만, 2014년 추가 조항은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