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를 풍미했던 원조 걸그룹 펄시스터즈의 멤버이자 ‘커피 한잔’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배인순. 그는 자신의 파란만장했던 결혼 생활을 담은 자전소설 ’30년만에 부르는 커피한잔’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들을 고백해 화제를 모았었다.
1976년 재벌 회장과 결혼한 배인순은 약 22년간 재벌가의 며느리로 살았다. 결혼 후 그녀는 철저하게 언론과 거리를 두며 재벌그룹 회장 부인으로서의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시어머니의 혹독한 시집살이는 그녀가 감당하기에 너무나 힘든 것이었고, 시어머니의 모진 대우는 친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더 큰 고통은 남편의 끊이지 않는 외도였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남편이 오늘은 어떤 여자를 만날지 걱정해야 했고, 홀로 자녀들을 키우며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10년만 참으면 남편이 정신을 차리고 돌아오리라 믿으며 힘든 결혼 생활을 견뎠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1998년 이혼으로 22년간의 결혼 생활은 막을 내렸다.
이혼 당시에도 그녀는 입을 열지 않았다. 매스컴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이혼 5년 후, 그녀는 세상을 충격에 빠뜨린 자전소설을 출간했다. 소설에는 주인공 김인애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그녀의 결혼 생활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C회장이라는 이니셜로 등장하는 재벌그룹 회장의 줄기찬 연예인 외도와 은밀한 만남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고, 96년 교통사고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진 K사장, 결혼까지 고려했던 장목사 등 그녀가 만났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었다.
배인순은 자서전 대신 자전소설이라는 형식을 택했지만, 펄시스터즈를 비롯해 당시 정치인 등 대다수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단순한 소설이 아닌 실화임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출간 직후 그녀는 자신의 책을 제단에 쌓고 막내아들과 함께 천도재를 지내며, 지난 세월을 깨끗이 털어내고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자전소설은 그녀에게 또 다른 큰 상처를 남겼다. 책의 내용이 세 아들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겼고, 이로 인해 자녀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재 배인순은 주변의 부추김에 자서전 출간이라는 선택을 했던걸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스타의 화려했던 삶 이면에 존재했던 아픔과 가족의 붕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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