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밀란 디자인 위크 중 트리엔날레(Triennale) 밀란에서는 잉가 상페(Inga Sempe′)의 파리 아파트를 옮겨놓은 듯한 독특한 공간이 세워졌다. 〈라 카사 임페르페타 La Casa Imperfetta〉, 전시 제목 그대로 완벽하지 않은 집이지만 디자이너의 일상 속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이 전시의 뒷면에는 디자인 큐레이터 마르코 삼미켈리가 있었다. 그의 창의적인 큐레이션 덕분에 관람자들은 단순히 전시를 넘어 디자인과 일상의 연결을 경험했다. 마르코 삼미켈리는 트리엔날레 밀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그는 이탈리아 디자인의 특징을 널리 알리는 〈라 트라디치오네 델 누오보 La Tradizione del Nuovo〉 전시부터 역사를 재현하는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의 카사 라나(Casa Lana), 카를로 몰리노(Carlo Mollino)의 알보니코(Albonico) 거실을 선보이는 전시까지 이탈리아 디자인의 유산과 현대적 변화를 조명하는 데 기여했다. 또 디자인 평론가로서 최신 디자인의 동향을 살피고, 학자로서 젊은 디자이너를 멘토링하며 디자인의 전방위를 아우르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장난감이 레고 블록일 정도로 항상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다. 자주 가던 영화관 맞은편에 가구점이 있었는데, 그곳의 윈도 디스플레이는 내게 첫 디자인 갤러리였다. 안락의자, 조명 같은 제품이 지극히 일상적이면서 특별한 매력으로 느껴졌다. 어릴 적부터 사물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원동력이 됐고 그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시와 프로젝트 큐레이션에 당신의 디자인 철학을 어떻게 반영하나
내 디자인 철학은 일상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물질 문화 연구자로서 물체와 사람, 환경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관심이 있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이런 요소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형태나 색상, 크기의 조합이 항상 인간의 편안함에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를 큐레이션할 때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실험하며, 관람자가 전시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을 제시하려고 한다.
디자인 큐레이터로서 직면하는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극복하나
요즘 전시장을 찾는 새로운 관람자들은 전시 주제에 대해 잘 알고 큰 기대를 가지고 온다. 그들은 혁신과 실험을 추구하면서도 규칙과 제약 없이 자유롭게 경험하고 싶어 한다. 직접 만지고, 이해하고, 자신만의 버전으로 편집해서 공유하려 한다. 그 때문에 큐레이터로서 관람자가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모든 연령대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또 감각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관람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리엔날레 밀란에서 청각과 촉각, 후각을 자극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사운드 스케이프와 팟캐스트, 표면과 바닥재의 조작, 향수와 향기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
이탈리아 디자인 컬렉션 확장 작업도 하고 있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새로운 단위를 제공하기 위해 역사적·현대적 작품을 포함한 컬렉션을 구축하고 있다. 오브제나 가구, 조명, 그래픽 디자인은 물론 패브릭과 자동차, 패션까지 포괄한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역사와 현대적 발전에 기여한 카를라 코스타(Carla Crosta), 모니카 볼초니(Monica Bolzoni), 엘리오 피오루치(Elio Fiorucci)와 같은 주요 디자이너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 컬렉션은 2025년 프란코 라지(Franco Raggi)의 개인전과 함께 트리엔날레 밀란 제24회 국제 전시회의 일부로 소개될 예정이다.
최근 리나테 공항에 밀란 디자인 관련 스핀오프 전시를 기획하고, 독립 디자이너에게 게임 컬렉션을 의뢰해 무료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제공했다
더 많은 사람이 디자인에 접근할 수 있도록 예기치 않은 장소나 가상세계, 게임을 활용했다. 젊은 세대와의 연결을 강화하기 위한 목표도 있었다.
이렇게 혁신적인 접근은 디자인 산업의 미래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디자인 세계에서 기술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으며, 전시 큐레이션에 기술을 어떻게 통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술 없이는 혁신과 진보가 불가능하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역사는 플라스틱의 출현부터 첫 번째 PC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해 왔다. 큐레이터로서 기술의 모든 측면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의 자유의지를 대체하거나 배제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관람자에게 이런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내 역할이다. 전시를 통해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야 한다.
디자인 큐레이터가 되려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건축과 공학, 과학, 예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패턴을 충분히 흡수하고, 이를 또 다른 영역에 적용하고 시험해 보길 바란다. 다채로운 경험이야말로 변하는 디자인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본인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틈새를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