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앞으로 뻗고 앉은 상태에서, 무릎을 굽히지 않고 발끝을 잡을 수 있는가? 혹은 다리를 붙이고 선 자세에서 무릎을 굽히지 않고 바닥에 손끝을 대거나 손바닥을 붙일 수 있는가? 이는 유연성을 테스트할 때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몇 가지 방법이 더 있지만, 이 둘은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유연성은 근력이나 지구력 등 다른 체력 지표와는 별개의 요소다. 근력이 좋아도, 지구력이 훌륭해도, 혹은 둘 다 우수한 수준이어도 유연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흔하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근력과 지구력이 약한 편이지만 유연성 만큼은 뛰어난 사람도 종종 있다.
유연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유연성 = 관절 가동 범위
일단 유연성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유연성은 ‘관절을 전체 운동 범위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인간의 관절은 이론적으로 넓은 운동 범위를 갖는다. 여기에 개인의 유연성에 따라 운동 범위를 모두 쓸 수 있기도 하고, 제한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깨 관절의 유연성이 좋은 사람들은 깍지를 낀 채로 팔을 뒤로 돌릴 수 있다. 팔꿈치 관절이 유연한 사람들은 양손을 교차시켜 깍지를 낀 상태로 팔을 안쪽으로 돌려서 밖으로 뻗을 수 있다. 해당 부위의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전체 범위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게 되는 관절 범위는 일반적으로 그리 크지 않다. 어느 정도 유연성을 요구하는 상황을 마주치기도 하지만, 보통 그리 자주 있는 상황은 아니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의 유연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고 해서 유연성이 크게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스포츠 활동은 일상생활에 비하면 관절 가동범위를 넓게 사용하는 편이지만, 운동 종류에 따라 편차가 크다. ‘유연성 운동’이 따로 구분되는 이유다.
유연성을 늘려야 하는 이유
사실 유연성이 부족해도 살아가는 데 크게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불편을 겪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연성 향상은 건강을 위해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왜 그런 걸까?
대표적으로 부상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평소 유연성이 충분히 확보돼 있다면,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발생하더라도 근육이 놀라거나 다치는 일이 줄어든다. 이는 돌발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좀 더 원활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도 연관이 있다.
또한, 운동의 효과를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어떤 종류의 운동이든 정확한 자세란 ‘최적화’를 의미한다. 해당 동작이 만들어진 본질적 의도에 맞는 자세를 취해야만 가장 뛰어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보통 근력 운동에서 중요하게 여겨진다. 특히 무게를 들고 하는 운동에서는 더욱 그렇다.
유산소 운동도 예외는 아니다. 보통 유산소 운동은 그리 엄격하게 자세를 따지지 않아도 어느 정도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편이다. 하지만 걷거나 뛸 때도 같은 시간 대비 가장 높은 효율과 효과를 낼 수 있는 자세가 있다. 유연성이 충분하지 않다면 이 최적의 자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연성 늘리려면, 동작당 4분
유연성을 향상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스트레칭이다. 여기에도 세부적으로 여러 유형이 있지만, 보통 스트레칭이라고 하면 ‘정적 스트레칭’을 이야기한다. 특정 자세를 취하고 일정한 시간 동안 가만히 유지함으로써 관절의 가동성을 늘려주는 것을 말한다. 이때 짧게는 15초~20초 정도 유지하며, 필요한 경우 1분 정도까지 유지하기도 한다.
정적인 스트레칭은 대체로 쉽고 간편하다. 정확한 동작을 익히기만 한다면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같은 동작을 꾸준히 반복하면 관절의 가동 범위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더욱 유연해지는 원리다. 하지만 어느 정도 스트레칭을 해야만 효과가 있을까?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대학(남호주 대학) 연구팀은 이와 관련된 189건의 연구 논문을 검토하는 메타 연구를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하나의 스트레칭 동작에서 ‘누적 4분’ 정도를 반복하면 유연성 개선에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각 동작에서 목표로 하는 근육 및 관절이 충분히 늘어나고 적응하기 위한 최적화된 시간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자유다. 30초씩 8번을 반복해도 좋고, 1분씩 4번을 반복해도 관계 없다. 중요한 것은 한 동작당 ‘누적 4분씩’을 꾸준히 수행하는 것이다. 물론 본인이 원한다면 그 이상 수행해도 크게 문제는 없다. 다만, 연구팀이 검토한 바에 따르면 그 이상 스트레칭을 지속한다고 해도 유연성이 더 크게 개선되지는 않는다.
또한, 특정 부위의 유연성을 영구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한 번에 누적 4분’에 더해 꾸준한 지속성이 필요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주일 단위로 봤을 때 하나의 동작을 총 10분 정도 꾸준히 해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하루 누적 4분씩 일주일에 3일 정도면 총 12분을 반복하게 되니, 효율과 효과를 모두 잡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유연성, 건강 수명 개선에 도움돼
최근 브라질의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이 유연성과 수명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3천여 명의 인원을 대상으로 유연성 수준을 측정하고 평균 약 13년을 추적한 결과, 유연성 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대체로 사망률이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지난 8월 미국의 건강전문 미디어 ‘메디컬뉴스투데이’를 통해서도 알려진 바 있다.
물론 ‘유연성 = 수명’이라고 단순하게 결론 짓기에는 부족하다. 위 연구를 리뷰한 전문가들도 대체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수명과 유연성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부족할지라도, 유연성이 ‘건강 수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굳이 검증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유연성이 좋을 경우 틈틈이 하는 스트레칭을 통해 전신의 혈액 순환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는 일상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에 비해 전신에 산소와 영양분을 더욱 원활하게 공급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찌뿌둥한 자세를 쭉 펴주면서 심호흡을 병행하면 스트레스 감소와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이들 모두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유연성은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감소하는 지표 중 하나다. 꾸준한 유연성 훈련을 유지한다면, 근육과 마찬가지로 노화로 인한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에 따른 건강 수명 연장은 기정사실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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