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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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색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입는다. 고대 신전의 벽에도, 왕의 망토에도, 그리고 오늘날의 런웨이 위에도 존재하는 짙고 깊은 다크 그린. 권위와 신비를 상징하던 색은 자연과 생명력이라는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이제는 세련됨과 지속 가능성을 대변한다. 구찌 2025 F/W 쇼장이 바로 이 다크 그린 컬러로 물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빛바래기는커녕 시대에 맞춰 변모하는 다크 그린처럼,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시간을 넘나드는 구찌만의 유연한 태도에 다시 한번 집중해 볼 때다.

구찌 2025 가을-겨울 컬렉션 쇼장 전경

구찌 2025 가을-겨울 컬렉션 쇼장 전경

하우스 창립자 구찌오 구찌의 이니셜에서 영감을 받은 다크 그린 컬러의 인터로킹 G가 얽혀 있는 캣워크를 보고 있자니 마치 오래된 숲이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았다.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한 작곡가 겸 지휘자 저스틴 허위츠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하고, 이어서 여성과 남성 컬렉션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마법 같은 쇼가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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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컬렉션은 ‘무한’을 나타내는 렘니스케이트처럼 여성복과 남성복은 그린부터 그레이, 핑크, 모브, 브라운, 블랙까지 컬러의 향연 속에서 각각 서로를 보완하며 완성됐다. 구찌 레디-투-웨어 역사가 시작된 196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의 미니멀리즘,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울트라 맥시멀리즘까지 시대를 초월한 스타일을 강조 및 재해석해 남성과 여성의 융합을 그려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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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요소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하우스의 상징, 홀스빗이 그 중심에 있다. 정교한 구조와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 부드러운 텍스처로 완성된 테일러링 수트는 구찌의 명징한 정체 그 자체였고, 특히 컬렉션 전반에서 남성 테일러링 원단은 여성복으로의 변주를 선보였다. 클래식한 브리티시 남성 테일러링의 모티프인 슬립 트위드가 크레이프 셔츠와 블라우스의 패턴 속에서 표현돼 경쾌함을 뽐내다가도 대담한 란제리 룩에 퍼 코트를 매치해 무르익은 관능미를 발산한 것은 또 어떠한가. 여기에 마더 오브 펄 레더, 코팅 울, 본디드 부클 등 독창적인 실루엣과 다양한 소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균형을 이뤘다.

구찌 2025 가을-겨울 컬렉션 제품의 디테일 구찌 2025 가을-겨울 컬렉션 제품의 디테일 구찌 2025 가을-겨울 컬렉션 제품의 디테일 구찌 2025 가을-겨울 컬렉션 제품의 디테일 구찌 2025 가을-겨울 컬렉션 제품의 디테일 구찌 2025 가을-겨울 컬렉션 제품의 디테일 구찌 2025 가을-겨울 컬렉션 제품의 디테일 구찌 2025 가을-겨울 컬렉션 제품의 디테일

홀스빗이 적용된 다양한 주얼리, 액세서리, 슈즈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 포인트. 특히, 백에서 그 활용이 두드러졌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한 ‘홀스빗 1955백’은 유려한 디자인으로 재해석됐고, ‘슬라우치 숄더백’에는 자이언트 사이즈의 홀스빗 핸들이, ‘구찌 시에나’에서는 하프 홀스빗 모티프의 잠금장치가 돋보이는 디테일을 더해 구찌의 헤리티지를 충실히 이어갔다. 이외에도 드레스를 감싸는 우아한 허리 체인, 포인트를 더하는 슬라이드 샌들, 팝아트 무드의 주얼리까지 요란하지 않은 섬세함 속에서 구찌의 미학을 오롯이 느낄 수 있으니 매료되는 건 곧 시간문제일 터.

구찌 글로벌 앰배서더 박규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부재가 무색할 만큼, 유연한 태도 속에서 구찌는 진정한 럭셔리의 본질을 다시금 증명했다. 단순히 스타일을 넘어 하우스의 철학과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2025 F/W 컬렉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시간을 넘나드는 여정 속에서 구찌는 또 한 번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끝없는 가능성 속에서 계속될 것이다. 구찌가 만들어갈 내일을 더욱 기대하게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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