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도시에 버려진 153만 채 빈집
‘공짜라도 싫다’는 이유, 알고보니

한때 활기를 띠던 골목의 빈 자리를 채운 건 사람 대신 고요와 먼지였다. 도시 외곽, 농촌 깊숙한 마을마다 수만 채의 집이 비어 있다.
행정조사 결과 전국의 빈집은 13만 4009호에 달했지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153만호를 넘겼다
집값이 연일 고공행진 중인 지금,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빈집’도 기준마다 다르다…숫자 격차의 비밀

빈집 수치가 왜 이렇게 다를까.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을 ‘빈집’이라 부르느냐에 따라 통계가 달라진다.
행정조사는 1년 이상 아무도 살지 않은 ‘방치된 집’을 빈집으로 본다. 전기나 수도 사용량, 계량기 철거 여부, 출입 통제 상태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반면 통계청은 그보다 넓은 개념으로, 기준일 당시 사람이 살지 않으면 빈집으로 잡는다. 예컨대 누군가 일시적으로 비운 집도 포함되기 때문에 행정조사 수치보다 10배가 넘는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9월 ‘빈집 정비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켜 도시와 농촌의 이원화된 조사 기준을 통합하고 있다.
어디가 문제인가…지방과 고령화, 그리고 ‘죽은 동네’

2023년 행정조사에 따르면 빈집은 전남이 2만 6호로 가장 많고, 전북, 경남, 경북이 뒤를 이었다. 도시 중에서는 부산이 1만 1471호로 유일하게 만호를 넘겼다.
인구 10만 명당 빈집 수를 보면 전남은 무려 1118호로 전국 평균(262호)의 4배 수준이었다. 전북(1053호), 경북(612호), 경남(489호)도 뒤를 이었다.
빈집이 많은 곳엔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고령인구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전남과 경북은 각각 27.2%, 26.0%로 가장 높았고, 빈집 수도 많았다.
두 변수 간 상관계수는 0.793으로, 인구가 늙고 떠나가면서 동네 전체가 죽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해결책은? 정부와 지자체의 실험들

지난 1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의 빈집을 민간 플랫폼에 등록해 거래를 활성화하는 ‘농촌빈집은행’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경기 이천, 충북 제천·충주 등 18개 지자체에서 시작되며, 공인중개사가 매물화를 돕고, 지자체는 전광판과 SNS를 통한 홍보에 나선다.
또한 경북 구미시는 전국 최초로 공실 원룸을 청년에게 공급하는 모델을 도입했다. 구미시 진미동·인동동 일대는 산업단지 쇠퇴로 공실률이 50%를 넘는 원룸촌이 되었다.
이에 구미시는 원룸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고,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청년에게 공급한다.
또한 여성 안전 원룸도 별도 조성해,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청년 주거와 지역 공동화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낡고 오래된 빈집들…그 끝은 어디인가

빈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위험해진다. 지은 지 31년 이상 된 노후 빈집은 경북(6만 2439호), 전남(6만 648호), 경남(5만 8120호)에 집중됐다.
방치된 빈집은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지역 슬럼화와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실험적 정책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빈집은 단지 개인의 자산 문제가 아니라, 지역과 도시의 미래와 직결된 사회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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