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는 지난해까지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대반전의 시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 배경에는 하반기(7∼12월)에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신차가 있다. 4년간 신차 부재로 인한 부진을 떨쳐내겠다는 계획이다. 부산 공장에서 내년부터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4’를 생산하는 것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연간 10만 대 판매량 고지를 간신히 사수한 르노코리아에 올해 여명(黎明)이 밝아올 수 있을까.
“지난해까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올해 여명이란 뜻의 ‘오로라 프로젝트’ 1호로 나올 신차가 출시된다. 출시 일정을 최초 계획보다 5주 앞당겼다.”
5일 서울 강남구 르노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는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인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를 위한 막바지 준비 중이었다. 르노코리아의 전동화 전략이 담긴 오로라 프로젝트는 드블레즈 대표가 2022년 3월 르노코리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10월까지 직접 구상해 마련됐다. 올해 2종의 하이브리드 신차와 순수 전기차 1종까지 총 3종의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르노코리아 승용차 라인업은 총 3종(SM6, QM6, XM3)이다. 지난해 수출량만 6만9000대였던 XM3가 선전하고 있지만, 2020년 3월 위탁 생산이 끝난 닛산 ‘로그’의 빈자리가 컸다. 2019년부터 20만 대를 밑돌기 시작한 르노코리아의 연간 판매량은 지난해 10만4276대에 그쳤다. 르노삼성 시절이던 2004년(8만5098대) 이후 최저다.
이번 신차는 2020년 XM3 출시 이후 르노코리아가 4년 만에 내놓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다. 드블레즈 대표는 “신차 준비를 하는 모든 담당자, 팀을 재촉하고 있다”며 “하반기 중에서도 초반에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 출시와 더불어 르노코리아는 2025년 르노그룹이 해외에서 생산하는 모델 한 종류도 수입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드블레즈 대표는 “한국에서 성공하겠다는 확신이 없으면 수입차 판매를 결정하기가 쉽진 않다”며 “내후년, 르노 모델을 한국에 다시 들여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드블레즈 대표는 지난해 11월 예고없이 발표된 폴스타의 부산 공장 협력 생산이 어떻게 이뤄지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처음 밝혔다. 르노코리아의 2대 주주이자 볼보자동차의 최대 주주인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이 중간 다리를 놓았다고 설명했다. 지리차그룹이 볼보차와 합작한 회사가 폴스타이기도 하다.
르노그룹(4명)과 지리차그룹(2명), 삼성(1명) 인사로 구성돼 6개월 단위로 회의가 열리는 르노코리아 이사회에서 부산 공장 생산 능력 향상이 화두로 올랐던 적이 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과 리수푸 지리차그룹 회장의 면담에 주요 안건으로 올라갔고, 이후 르노코리아와 폴스타 간 협업으로 이어졌다.
최근 부산 공장은 무게가 통상 600kg 이상 나가는 전기차를 들어올리기 위한 설비를 포함해 대대적인 시설 정비에 나섰다. 그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드블레즈 대표는 2주마다 토마스 잉겐라트 폴스타 CEO와 대면하고 있다. 이번 협업은 르노코리아가 전기차 생산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처음 (협력 생산) 제안을 한 것도 지리차그룹이었다”며 “(지리차그룹과 르노그룹 모두) ‘톱다운’(하향식)이 아닌 수평적인 파트너십을 토대로 협업하고 있어 르노코리아와 폴스타 양사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결정이 나왔다”고 했다.
드블레즈 대표는 한국 자동차 시장을 두고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무대”라고 표현했다. 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측면에서다. 드블레즈 대표는 그런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르노코리아만의 색채를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2026년이면 르노코리아가 브랜드 이미지나 제품력에서 지금보다 크게 달라진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르노코리아가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