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가 얼마전에 G-클래스 전기차를 발표했습니다. 물론 G-클래스는 벤츠를 대표하는 하드코어 SUV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먼저 G-클래스에 대해 살펴보고, 그 다음으로 G-클래스 전기차를 살펴보겠습니다.
G-클래스 는 1979년에 처음 등장한 이후로 기본적인 차체 디자인을 거의 바꾸지 않았습니다. 물론 2025년형 모델이 되면서 앞쪽 헤드라이트에 주간 주행등(Daylight Running Light)이 좀 더 세련된 형태가 됐고, 휠의 크기가 커지는 등의 변화가 있지만, 기본적인 모습을 지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46년 동안 기본 디자인을 바꾸지 않으면서 꾸준하게 성능과 승차감을 개선시켜 온 것입니다. 과연 다른 브랜드에서도 이런 것이 가능 했을까요? 아마도 벤츠 이기에 가능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1979년에 등장한 최초의 G-클래스 자체도 그 당시에는 유행을 선도하는 최신형의 디자인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미국의 지프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개발된 1930년대 양식의 디자인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이었 듯이, 벤츠 G-클래스 역시 처음 개발된 상자 형태의 구조에서 크게 변화하지는 않은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40년대는 2차대전으로 인해 군용 차량이 개발될 때였는데요, 폭스바겐 비틀의 원형이었던 Type 1을 설계한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설계로 독일군을 위한 쉬빔바겐과 퀴벨바겐이 개발되었고, 그것이 여러 변형을 거치면서 폭스바겐 Type 181과 벤츠 G바겐으로 변형되는 등의 과정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알려진 바에 의하면 1979년에 등장한 첫 G-클래스(본래는 G-바겐 이었다가 90년대부터 G클래스로 불립니다)는 벤츠의 의뢰로 독일의 마그나 슈타이어에서 설계한 걸로 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형태나 구조는 거의 2차 대전 때의 큐벨바겐과 유사한 콘셉트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G-클래스는 마치 타임 캡슐과 같습니다. 세부 형태가 변화되기는 했지만, 초기에 목표로 했던 전천후 성능의 근본 형태는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형태를 바꾸지 않는 것은 기술 철학이 명확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메이커가 그러한 철학이 확고하지 않다면, 시류에 따라 바꾸어야 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또 다른 이유로는 차량의 생산량이 적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정도 해 봅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자동차는 수만 개의 부품이 모여서 완성되며, 각각의 부품들은 정말로 많은 세부 부품들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그 세부 부품들은 금형에 의해 만들어지게 되므로 오늘날의 자동차들은 바로 금형의 개발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부품의 재질이나 형상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나의 금형은 2만~10만개 정도의 부품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만, 그 뒤에는 수명이 다한 금형 대신 새로운 금형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기적인 모델 변경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 해에 수만 대가 팔리는 차들은 당연히 몇 년이 지나면 낡은 금형을 새로 만들면서 모양도 바꿀 수 있겠지만, 생산량이 적을 때는 그것이 어렵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형태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G-클래스는 외형의 이미지만 그대로 유지될 뿐 안전성이나 주행성능, 편의성 등을 높이기 위한 개선이 끊임 없이 이루어져 온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서 기술을 발전시켜나가는 상징으로 여겨지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이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변화입니다. 2025년형 G-클래스의 디지털 디스플레 패널이 적용된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앞서서 2019년에 대대적인 변화를 거친 것입니다. 그 이전의 G-클래스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에는 물론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있지만, 아날로그 방식 계기판과 센터 페시아 패널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사실 그 디자인 역시 전형적인 벤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내는 5인승 좌석으로 구성돼 있고, 2열 이후의 적재 공간도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꽤 큽니다. 차체는 5도어 2박스 구조로 전형적인 SUV의 구조입니다. 사실상 오늘날의 수없이 다양한 디자인의 SUV가 2차대전의 전승국이었던 미국의 지프에서 비롯되었지만, 역사적으로는 지프는 독일군이 쓰던 쉬빔바겐과 퀴벨바겐에 자극 받아 개발되었다는 사실로 본다면, G-클래스가 실질적으로 오늘날의 SUV의 계보에서 시초에 더 가까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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