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아파트 화재에서 불이 난 벤츠 자동차의 배터리가 중국산이라는 것이 밝혀진 가운데, 산업계 곳곳에서는 벌써부터 안전 대책을 강구하는 분위기이다.
지난 1일, 아파트 지하 1층에 주차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주변 차량 140여 대가 전소되거나 손상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화재는 8시간 20분 만에 완전히 진압되었으나, 이로 인해 전기설비와 수도배관이 녹아내려 14개 동 중 5개 동의 480여 세대가 전기와 물 공급이 중단되었다.
이번 화재는 특히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신축 아파트 특성상 낮은 층높이를 갖추고 있어 소방차의 진입이 어려웠고, 연기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진압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기차 지하 주차장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5일, LG디스플레이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기존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를 지상으로 이전할 계획이며, 직원들에게 전기차 이용 시 지상 주차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사업장 건물 내 전기차 충전소 운영을 중단하고 지상 주차장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 사업장들은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인명 피해가 클 수 있어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는 강남 무역센터와 코엑스 지하 3층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2028년 이전에 옥상 주차장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외 유동 인구가 많은 코엑스 쇼핑몰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직·간접적 피해가 상당할 수 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전기차 지하주차장 금지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또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독일 쿨름바흐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폭스바겐 골프 내연기관차에서 불이 나 주차장이 폐쇄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쿨름바흐시와 레온베르크시는 2021년에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주차를 금지했다.
당시 화재는 내연기관차에서 발생했지만, 전기차에서 불이 났으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국토가 좁은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지하에 충전설비를 배제하는 규제를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안전을 위한 법적 규제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