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장거리 연비 테스트 및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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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강원도 고성 왕복 주행 연비 테스트 진행
파워트레인의 편의성과 효율성에서 장점 크게 도드라져

얼마 전 한국 시장에 진출한 9세대 캠리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국내에는 2.5ℓ 하이브리드 단일 파워트레인으로 들어오며 옵션에 따라 기본형 XLE와 XLE 프리미엄,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 권혁재 PD

이날 시승한 모델은 XLE 프리미엄으로 차량 가격은 5327만 원이다. 기본형 XLE는 4775만 원으로 대략 500만 원 이상의 옵션이 더 붙어 있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파노라마 썬루프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메모리 시트 등이 있다. 심지어 프리미엄 트림은 2열 전동식 리클라이닝까지 지원한다. 신차 발표회에서 보고 캠리가 그랜저를 정조준했다고 느낀 부분이다. 그리고 5300만 원대의 가격은 캠리와 혼다 어코드, 그리고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최고 사양인 블랙잉크가 포진하는 가격대다. 아무래도 세 모델들을 비교하게 될 수밖에 없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XLE 프리미엄 트림은 뒷좌석 리클라이닝도 지원한다. / 권혁재 PD

토요타는 최초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양산한 제조사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사가 훨씬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하이브리드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조사는 토요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날 시승은 하이브리드 원조할매의 효율성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서울 상암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왕복 주행을 하며 연비도 체크해 보기로 했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 권혁재 PD

9세대 모델은 이전 세대의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으나 파워트레인을 일부 개선해 출력을 끌어올렸다. 2.5ℓ 엣킨슨 사이클 엔진의 최고 출력은 178마력에서 186마력으로 향상됐으며, 전기 모터의 최고 출력 역시 120마력에서 132마력으로 올랐다. 특히 전기 모터의 최고 출력 향상은 저속과 고속 모든 환경에서 이점으로 작용한다. 출력을 크게 요하지 않는 저속 환경에서는 엔진의 개입이 기존보다 현저히 적어졌으며 이는 NVH 부분에서도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고속 환경에서도 전기 모터가 일정하게 만들어내는 출력으로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으며 주행할 수 있다. 아주 높은 속도와 높은 가속력을 바란다면 답답할 수는 있겠지만, 캠리 하이브리드에게 그런 것을 원하는 것은 곤란하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엔진룸. / 권혁재 PD

특히 이번 캠리의 특징은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주행 중 전방 차량과 거리가 가깝다고 판단되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회생 제동을 걸어 차량을 감속한다. 이로 인해 간선도로 같은 곳에서는 브레이크 페달로 발이 갈 일이 많지 않아 운전이 훨씬 수월해진다. 적극적인 회생제동의 개입으로 배터리 충전량도 항상 넉넉한 편이다. 2박3일, 500km가 넘는 주행을 하면서 배터리가 반 이하로 떨어진 것은 고속도로에서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서도 회생제동에 대해 보수적인 토요타였기에 개인적으로는 놀라운 변화였다. 다만, 정차까지 지원하지는 않는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인테리어. / 권혁재 PD

승차감은 토요타 차량들 대부분이 그렇듯 컴포트를 지향한다. 오래된 시멘트 포장과 같이 아주 거친 노면에서는 차체를 통해 잔진동을 다소 올리는 편이지만 비교적 푹신하게 만들어진 시트가 진동의 많은 부분을 흡수한다. 다만 1열 시트의 방석 길이는 두 뼘 반 정도의 다소 짧은 길이라 허벅지를 제대로 지지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과속방지턱과 같은 큰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실수로 과속방지턱을 보지 못하고 높은 속도로 지나갔을 때에도 아주 불쾌한 충격을 전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과속방지턱을 다 지난 후 서스펜션이 리바운드 될 때의 느낌이 매우 고급스럽다. 코일 스프링 서스펜션만 탑재된 차량 중에서는 상당히 인상적인 승차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같은 가격대의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선택할 수 있다. 캠리의 승차감이 아무리 좋다고는 하지만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장착된 그랜저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다. 승차감이 중요한 소비자라면 고민이 되는 부분일 수 있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1열 측면 창문은 애석하게도 홑겹 유리를 사용한다. 외부 소음이 많이 들어온다. / 권혁재 PD

높아진 파워트레인의 출력과 성능 좋은 서스펜션으로 인상적인 승차감을 만들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외부 소음 차음이다. 5300만 원이 넘는 가격이 무색하게 캠리의 1열 측면 창문은 이중 접합 유리가 아닌 홑겹 유리가 들어갔다. 특히 고속주행을 하게 됐을 때 B필러에서 발생하는 풍절음이 상당히 도드라지는데, 운전자의 입장에서 귓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는 제법 불쾌하다. 신호 대기 중에 연식 높은 디젤차가 주변에 있다면 아이들링 소음이 실내로 들어오기도 한다. NVH에 예민한 소비자라면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서울 상암에도 강원도 고성까지 224.7km를 주행하고 나서 평균 연비는 21.7km/ℓ 였다. / 권혁재 PD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서 강원도 고성군까지 224.7km를 주행하고 확인한 트립 컴퓨터상의 평균 연비는 21.7km/ℓ였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정부 공인 표준연비인 17.1km/ℓ 보다 훨씬 높다. 특히 이날은 도로 소통이 매우 좋아 평균 속도가 79km/h에 달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 모터로만 구동할 수 있는 저속 구간이 많아야 연비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캠리 하이브리드의 경우에도 정부 공인 표준 시내 연비가 고속도로 연비보다 높다. 게다가 이 날은 최저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떨어졌던 매우 추운 날씨였다. 여러모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불리한 상황이었음에도 상당히 높은 효율을 낸 것이다.

이후 다시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으로 돌아가 왕복 연비를 확인해 봤다. 이 시승기에서 다 풀지 못한 다양한 소감들은 아래 영상에 더 자세하게 담아두었다.

유튜브 채널 [카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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