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지 하나 바꿨을 뿐인데”… 전기 SUV 시장 뒤집은 ‘작은 거인’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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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지 바꿔 관세 폭탄 피한 볼보
EX30, 한국서도 유럽 브랜드 1위
‘가성비 끝판왕’ 전기 SUV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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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30 / 출처 : 볼보

“같은 차인데, 단지 ‘어디서 만들었는가’가 그렇게 중요할 줄은 몰랐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볼보 EX30은 본래 중국에서만 생산됐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반(反)중 정서, 그리고 고율 관세가 발목을 잡았다.

볼보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생산지를 중국 허베이성 다칭에서 벨기에 겐트 공장으로 전환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공장 이전이 아니라,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 택한 ‘생존 전략’이었다.

겐트 공장에서 새로운 SEA 플랫폼을 도입하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통상 2년 넘게 걸리는 신모델 공정 전환을 단 1년 만에 끝내는 ‘기록적인 속도’를 보여줬다. 볼보는 이 과정을 위해 2억 유로(약 3,200억 원)를 투자했고, 로봇 600대, 배터리 팩 조립 라인, 도어 생산 설비까지 새로 들여왔다.

생산지가 벨기에로 바뀌자마자 소비자의 반응도 달라졌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걷히자, 오롯이 제품 자체의 매력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3천만 원대 볼보 전기차라고?”…한국 소비자들, 폭발적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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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30 / 출처 : 볼보

한국에서도 EX30은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지난 3월, EX30은 국내 유럽 브랜드 전기차 가운데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반응한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과 제품 완성도 사이의 뛰어난 균형이었다.

EX30은 싱글 모터 기반 트림 세 가지로 국내에 출시되었으며, 가격은 각각 코어 트림 5,260만 원, 플러스 트림 5610만 원, 울트라 트림 5,960만 원이다. 여기에 전기차 보조금이 적용되면, 서울 기준으로 실제 구매가는 트림에 따라 약 4,050만 원에서 4730만 원대까지 내려간다.

‘볼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4,000만 원 초반 전기차는 가격만으로도 소비자들이 반응한 이유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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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30 / 출처 : 볼보

여기에 성능도 빼놓을 수 없다. 최고출력 272마력의 후륜 기반 싱글 모터 파워트레인은 5.3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며, 1회 충전 시 환경부 기준 복합 주행거리 351km, 실 주행 기준으로는 400km를 넘긴다.

또한, 1,040W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바, 5G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누구 오토’ 음성 인식 등은 동급에서 보기 어려운 고급 사양등이 탑재되었고, 유로 NCAP 최고 등급의 안전성은 물론, 차체 크기 대비 뛰어난 공간 활용성도 실사용자들 사이에서 호평받고 있다.

테슬라·현대·기아가 장악한 시장에 파고든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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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30 / 출처 : 볼보

전기차 시장의 흐름은 여전히 테슬라와 현대·기아그룹 중심이다. 하지만 EX30은 그 틈바구니를 정확히 찔렀다.

디자인은 북유럽 감성으로 차별화했고, 가격은 국산차에 가까우며, 성능은 수입차급, 사양은 플래그십급. 이 네 박자가 맞아떨어지며 “볼보가 낸 가장 똑똑한 차”라는 말까지 나온다.

게다가 유럽 현지에서 생산되며 ‘중국산’이라는 이미지 리스크까지 벗어났다. 이는 앞으로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프란체스카 감보니 제조·공급망 최고 책임자는 “우리가 가장 잘 파는 곳에서 자동차를 만든다는 전략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히며, EX30의 글로벌 생산 다변화가 단순한 대응이 아닌 공세의 시작임을 시사했다.

전기차 시장, ‘가성비’보다 ‘가치’ 경쟁으로 전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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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30 / 출처 : 볼보

EX30의 성공은 단순한 저가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가 가능하냐”는 반응에 가깝다.

자동차 한 대를 고르더라도 ‘브랜드, 기술, 감성’까지 모두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지금, EX30은 이 모든 체크리스트를 충족시키는 드문 모델이다.

볼보는 이 차를 단순한 엔트리 모델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서막”으로 규정한다. 유럽과 한국에서 이 차가 보여준 성과는, 곧 글로벌 시장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다.

벨기에에서 재탄생한 이 작은 SUV는 지금, 조용히 세계 전기차 시장을 다시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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