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결국 칼 꺼냈다” … 현대차와 ‘운명 갈린’ 6조 적자 일본 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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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18년 만에 구조조정
자동차 관세 직격탄에 더 깊어진 상처
체력 차이가 현대차와 운명을 갈랐다
현대차
닛산 전시장 / 출처 = 연합뉴스

18년 전 마지막 조기퇴직을 단행했던 닛산자동차가 다시 구조조정의 칼을 꺼냈다.

일본의 대표 자동차 기업으로 군림하던 닛산이 2024년 회계연도에만 약 6조 4천억 원의 적자를 내고, 결국 감원과 공장 폐쇄를 감행한다.

공장 문 닫고 인력 줄이는 닛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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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 출처 = 연합뉴스

요미우리신문은 5월 18일, 닛산이 오는 7~8월 사이 45세 이상 사무·영업직을 중심으로 조기 퇴직자를 모집한다고 보도했다. 생산과 연구 부문은 일단 제외됐다.

이는 닛산이 내부적으로 예고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서막으로, 2028년까지 전체 인력 15%에 해당하는 2만 명을 줄이는 계획이 뒤따른다.

닛산은 실적 개선을 위해 전 세계 17개 공장을 10곳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 내에서는 요코스카시와 히라쓰카시에 위치한 두 공장이 폐쇄 대상이며, 해외에서도 인도, 남아공, 아르헨티나의 공장이 검토되고 있다.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닛산의 일본 내 생산능력은 연간 120만 대에서 80만 대 수준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는 “공장 폐쇄는 지자체 반발 등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지만, 고용 시장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닛산과 폭스바겐, 공통된 ‘약한 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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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 출처 = 연합뉴스

닛산의 위기는 단지 내부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발 자동차 관세 인상이 직접적인 타격으로 작용했다. 특히 닛산·폭스바겐·스텔란티스는 이미 주력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 부담까지 더해지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들어 닛산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Ba1, 피치는 BBB, S&P 글로벌은 BB로 각각 낮췄다.

이 가운데 S&P는 닛산의 자동차 부문 순현금이 지난해 말 기준 1조2천억 엔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잉여 현금 흐름도 5천억 엔 이상 적자라고 진단했다.

더욱이 6월과 9월에는 각각 110억 엔 규모의 회사채와 15억 달러 규모의 달러채가 만기를 맞는다. 한 업계 전문가는 “닛산은 구조조정 중에 있으며, 관세 부담과 낮은 수익률이 겹쳐 가장 취약한 업체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같은 관세, 다른 결과…현대차의 ‘버티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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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 출처 = 연합뉴스

반면, 현대차는 같은 미국 관세 환경에서도 비교적 탄탄한 체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지난해 수준(A-)으로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생산 거점 재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아의 멕시코 공장에서 만들던 미국 수출용 투싼을 앨라배마 공장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관세 영향을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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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메타플랜트 / 출처 = 연합뉴스

또한 조지아의 메타플랜트 공장 증설을 통해 미국 내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관세 부담이 연간 110만 대에서 50만 대까지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재고 여력에서 여유가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신차 재고 일수는 각각 94일, 62일로, 미국 평균보다 긴 수준이다. 이는 단기적 수요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닛산과 현대차는 같은 파도를 만났지만, 배의 내구력은 달랐다. 관세라는 외풍에 흔들리는 기업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위기를 맞는 방식과 대응력은 각자의 체력에서 갈린다. 닛산의 선택은 이제 ‘생존’ 자체가 목표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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