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에 밀려 4개월째 2위
전기차 전환 속 공장 가동률 ‘반토막’
베트남 공략법, 다시 짜야 할 때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접전이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와 토요타, 두 브랜드가 연초부터 숨 막히는 1위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현대차는 가동률 하락과 전기차 전환 지연이라는 이중고를 맞고 있다.
동남아 핵심 거점으로 키운 베트남에서 현대차의 ‘정면 돌파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일본차 텃밭’서 뒤집기 성공했지만…올해는 연패 중

현대차는 2017년 베트남 현지 합작법인 HTMV를 설립한 이후,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2019년 도요타를 꺾고 처음 1위에 올랐고, 2022년을 제외하면 매년 선두를 지켜왔다.
이 성과는 일본차 강세 지역인 베트남에서 더욱 특별했다. 토요타를 꺾으며 베트남을 동남아 시장 거점으로 삼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1월부터 4월까지 내리 토요타에 밀리며 2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특히 3월에는 현대차가 5,368대를, 토요타가 5,370대를 판매해 단 2대 차이로 선두를 놓쳤고, 4월엔 격차가 더 벌어졌다. 현대차는 4,470대, 토요타는 5,566대를 판매하며 1,000대 이상 차이를 보였다.
점유율 싸움이 곧 ‘프로모션 전쟁’…현지 소비자 심리 흔든다

선두 경쟁이 치열해지자 현대차와 토요타는 가격 인센티브 경쟁에 돌입했다.
토요타가 먼저 등록세의 50%를 지원하자, 현대차는 이를 100%로 상향하며 맞불을 놨다. 할인 경쟁도 가열돼 “토요타가 200만 원 깎으면 현대차는 300만 원 깎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충성도보다 가격과 혜택이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준다”며 “이런 프로모션이 곧 점유율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확산에 공장 가동률 ‘반토막’…베트남 전략 흔들

현대차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1분기 베트남 공장의 가동률은 55.5%로, 전년 동기 75.2%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한 베트남에서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 체제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였던 것이다.
또한, 베트남 현지 전기차 브랜드 빈패스트가 부상하고,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현대차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었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는 “전기차 분야에서 현지화 속도가 느려지면, 동남아 전역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점’으로 키운 베트남…정의선의 승부수와 브랜드 전략

현대차에게 베트남은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니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동남아 자동차 시장이자, 빠르게 성장 중인 전략적 거점이다.
이에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베트남 총리와 단독 회동을 갖고, 전기차 기술 이전과 투자 확대를 논의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선 ‘전략적 제휴’로 평가받았다.
현대차 베트남 생산법인 권영민 법인장은 “현대차의 성공 요인은 가격 경쟁력과 제품력, 그리고 브랜드 신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지 합작사를 통해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자국 브랜드처럼 인식된 점도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현대차는 베트남을 ‘현지화 모델의 상징’으로 만들며 시장을 공략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전기차 체제로의 전환과 함께 이 전략에도 대대적인 수정이 요구되고 있다.
2025년, 현대차의 분수령…가격 전쟁 넘어 ‘시장 내재화’로

현재 베트남은 토요타 진출 30주년을 맞아 대규모 프로모션을 벌이며 기세를 높이고 있다.
이에 맞서 현대차는 가격 혜택을 확대하고, 신차 투입과 전기차 전환 계획까지 병행 중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할인 경쟁만으로는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5년은 현대차에게 베트남에서 명실상부한 1위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를 가르는 결정적 시점으로 보인다. 일본차 아성에서 기회를 찾았던 현대차는 이제 ‘위기이자 전환점’에 서 있다.
가격 전쟁을 넘어 브랜드 신뢰와 시장 내재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 현대차의 다음 행보에, 동남아 전체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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