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도어에 657마력…제네시스 GV90, ‘2억 국산 EV’ 시대 선언


제네시스가 브랜드 10년 역사를 집약한 초대형 플래그십 전기 SUV ‘GV90’을 마침내 세상에 공개했다. 8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서다.
롤스로이스도 긴장하게 만드는 코치도어, 히든 B필러의 비밀
GV90의 최대 화제는 최고급 트림인 ‘GV90 네오룬’에 적용된 ‘네오룬 아치 게이트’다. B필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히든 B필러’ 구조로,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 보며 열리는 코치도어 방식을 채택했다.
새로 개발한 듀얼 모션 힌지가 뒷문을 바깥으로 이동시킨 뒤 회전시켜, 앞문과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여닫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구조는 그동안 롤스로이스·마이바흐 같은 초호화 브랜드의 전유물이었다. 영국 매체 로드 앤 트랙은 “마이바흐와 롤스로이스조차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기능”이라고 직접 언급하며 충격을 표현했다.
B필러 없는 구조에서 차체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어 내부에는 초고강도 듀얼 스틸 빔을 적용했다. 기존보다 1.5배 두꺼운 도어 골격과 초고강도 스틸 튜브를 조합해 이른바 ‘히든 롤케이지’를 구현한 것이다.

657마력·123.5kWh·500km…숫자로 보는 역대급 스펙
GV90은 제네시스 전용 ‘eMP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휠베이스는 3,245mm로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최장급이며, 전장은 약 5,285mm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레인지로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대형 차체다.
파워트레인 수치도 압도적이다. 전·후륜 듀얼 모터 합산 최고 출력은 490kW(약 657마력), 최대 토크는 800Nm에 달한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큰 123.5kWh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제네시스 자체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 500km를 달성했다. 350kW급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불과 22분 만에 충전 가능하다.
주행 완성도를 위한 하드웨어도 빠짐없이 갖췄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전·후륜 모두에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를 적용했으며,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모노튜브 타입 듀얼 밸브 전자제어 쇼크업소버도 탑재했다. 최대 5도까지 조향하는 능동형 후륜 조향 시스템(RWS)은 초대형 차체임에도 중형차 수준의 회전 반경을 구현한다.
“BMW 돈으로 롤스로이스 트릭”…성패는 결국 가격에 달렸다

실내에서도 세계 최초 기술이 쏟아진다. 정차 상태에서 앞좌석을 180도 회전시키는 전동식 스위블 시트는 현대차그룹 최초 적용이다. 주행 중에는 23.6인치 OLED 시네마틱 디스플레이가, 정차 시에는 90mm 팝업 상승해 24.6인치로 확장된다. 시동 버튼도 없다. 도어 핸들을 당기는 순간 차량 전원이 켜지는 새로운 전원 체계를 채택했다.
안전 사양에서도 세계 최초 기록을 세웠다. 총 12개 에어백 중 루프 에어백은 전 세계 양산차 최초 적용이다. 차량 전복 시 루프 에어백이 펼쳐져 루프 글라스 전체를 덮고, 탑승객이 차량 밖으로 이탈하거나 루프에 부딪혀 다치는 것을 줄이는 구조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와 AI 에이전트 ‘글레오 AI’도 탑재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제 관건은 가격이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미국 시장 기준 기본형 시작가를 약 10만 달러(한화 약 1억3천만~1억4천만 원), 코치도어가 적용된 네오룬 최상위 트림은 약 15만 달러(한화 약 2억 원) 수준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는 일반형 1억 중후반대, 코치도어 VIP 트림은 2억 원 이상을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매체 카스쿱스는 GV90을 “BMW 가격대를 받으면서 롤스로이스의 트릭을 구사하는 차”라고 표현하면서도, “10만 달러 이상 가격대에서 비교적 젊은 럭셔리 브랜드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가 이 프로젝트의 핵심 변수”라고 짚었다.
GV90은 약 2조 원이 투입된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2026년 9월경 생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국내 판매는 2026년 하반기에서 2027년 초 사이가 될 전망이다. 657마력의 전동화 기술력과 세계 최초 코치도어·루프 에어백이 한국 자동차 역사상 첫 ‘2억 원대 국산 전기 SUV’ 시대를 실제로 열 수 있을지, 제네시스의 두 번째 10년은 GV90과 함께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