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차 대신 ‘이것’으로 판 뒤집었다… 미국 시장 깜짝 성장세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친환경차 수출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6년 1~7월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수출은 59만1,47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두 회사의 전략이 완전히 갈렸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HEV)로, 기아는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EV)로 각각 압도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국 자동차 수출 전체에서 친환경차 비중이 41.5%에 달하는 지금, 이 ‘투 트랙’ 전략의 성패가 산업 전체의 명운을 좌우하는 국면이다.
현대차, 미국서 하이브리드로 ‘판’ 바꿨다
현대차의 1~7월 하이브리드 수출은 24만4,761대로 전년 대비 38.2% 급증했다. 특히 미국행 하이브리드는 12만1,027대로 70.1% 폭증하며 전체 권역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하이브리드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40.2%에서 올해 49.4%로 껑충 뛰었다. 사실상 현대차 하이브리드 수출의 절반이 미국으로 향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배경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이후 달라진 규제 환경이 있다. IRA의 EV 소비자 세액공제는 2025년 9월 30일 이후 신규 구매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중국계 공급망이 들어간 배터리를 사용하는 EV는 혜택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충전 인프라 리스크 없이 연비·환경 규제를 충족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2026년 상반기 미국 HEV 판매량은 약 121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했으며, 전체 신차 판매의 15.4%를 차지했다. 이 시장의 약 86%를 도요타·현대차그룹·혼다 3사가 나눠 갖는 과점 구도가 형성됐다. 현대차는 향후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미국에 추가 투입해 프리미엄 친환경차 시장 공략도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 유럽 전기차 시장서 ‘쌍끌이’ 성장

전기차 수출은 기아의 무대였다. 기아의 1~7월 EV 수출은 10만3,823대로 34.3% 급증한 반면, 현대차는 5만8,193대로 오히려 12.4% 감소했다.
기아의 성장을 이끈 것은 유럽이다. 유럽향 EV 수출은 8만428대로 44.7% 증가했고, 기아 EV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71.9%에서 77.5%로 더욱 높아졌다. 주역은 EV2·EV3·EV4·EV5 등 대중형 EV 라인업과 기아 첫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차종인 PV5다.
PV5는 2026년 상반기 유럽 소형 전기밴 시장에서 점유율 37%로 동급 1위를 차지했다. 12개 유럽 국가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고, 그 중 5개국에서는 전기밴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기존 디젤밴을 단순 전동화한 경쟁사 제품과 달리, 처음부터 EV·PBV 용도로 전용 설계된 것이 결정적 강점으로 평가된다.
현대차 유럽 EV ‘공백’…아이오닉3가 해답 될까
현대차의 유럽 EV 수출은 4만3,648대로 7.2%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가 유럽에서 44.7% 급증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직접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차의 공세가 공격적이었는데, 그에 대응할 B세그먼트 모델이 부재했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유럽 EV 시장은 치열한 가격 전쟁이 펼쳐지는 전장이다. 2026년 서유럽 BEV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이미 14.2%에 달하며, PHEV 시장에서는 30%에 육박한다. 르노·시트로엥·폭스바겐 등 유럽 로컬 브랜드도 3만 유로 이하 소형 EV를 잇달아 쏟아내며 내연기관 가격대로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유럽 전략 차종 아이오닉3를 순차 출시하고, 2027년부터 연간 4만 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아이오닉3가 B세그먼트 공백을 얼마나 빠르게 메우느냐가 유럽 전략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현대차·기아의 ‘투 트랙’ 친환경차 전략은 이미 숫자로 입증됐다.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로 규제 리스크를 우회하고, 유럽에서는 EV·PBV로 세분 시장을 선점하는 분업 구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국 자동차 수출에서 친환경차 비중이 41.5%를 돌파한 지금, 현대차의 유럽 EV 반격과 기아의 PBV 선점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중장기 수출 구조를 결정할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