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발칵’… 정부가 규제 풀고 도입 못 박은 ‘무인 로보택시’


정부가 2028년 광주를 시작으로 운전자 없는 무인 로보택시의 유상 운송 시범 서비스를 추진하기로 했다.
로보택시 운영할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 신설
국토교통부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소속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자율주행 경쟁국 수준 규제 합리화 방안’을 논의했다. 핵심은 무인 로보택시 운행을 위한 법적 주체인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를 별도 제도로 신설하는 것이다.
이 사업자는 차량 제조사나 기존 택시회사와 다른 성격의 주체다. 운전자가 없는 차량을 실제 유상 서비스로 운영하기 위한 운영·안전·관제 책임을 통합적으로 맡는다. 구체적으로는 ▲차량 위치·주행 상태 모니터링과 원격 지원 ▲승객 긴급상황 대응 및 안전관리 ▲사고 발생 시 현장 출동과 사고기록 보존 ▲차량·관제센터·통신망에 대한 사이버 침입 방지 ▲주행·센서·승객 관련 데이터의 국내 보관이 주요 의무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격관제 시설 등 최저 요건을 정하고 이를 충족하면 인허가를 내주는 방식”이라며 “미국, 중국의 로보택시도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7년까지 관련 법령 정비를 마무리하고, 2028년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에서 로보택시 시범 운영을 시작할 방침이다.
광주가 첫 무대인 이유…200대 실증에서 유상 서비스로

광주는 2026년 도시 전체를 자율주행 실증공간으로 활용하는 국내 첫 사례다. 올해 약 200대의 자율주행차가 투입돼 도농복합지역·병원·구도심 등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2027년에는 광주를 포함한 5~6개 실증도시에 총 약 3,000대를 투입해 원격관제 통신 안정성, 혼합 교통 대응, 긴급상황 출동 시간 등을 검증하는 단계로 확대된다.
데이터 보안·사이버 위협 대응 체계도 동시 구축
자율주행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데이터 유출과 해킹 위험도 커진다.
정부는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에게 주행·센서·승객 관련 데이터의 국내 보관 의무를 부과하고, 데이터를 국외로 이전할 때는 별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차량 제작사에는 해킹과 백도어 위험에 대응하는 사이버보안 관리체계(CSMS) 강화를 요구한다.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나…’사고책임 가이드라인’ 마련 추진
무인 로보택시 사고의 책임 구조는 유인 택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차량 설계·제작 결함은 자동차 제작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오류는 기술기업, 원격관제 실패는 서비스 사업자, 도로·통신 문제는 별도 주체가 각각 책임을 질 수 있어 분쟁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제작사·자율주행 기술기업·서비스 사업자 간 민사상 책임을 배분하는 사고책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업계·보험업계·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가 구성될 예정이다.
무인차 판매 통로도 열린다…올해 말 B2B 성능 인증제 시행

정부는 무인 자율차가 판매될 수 있도록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자율주행시스템 안전기준을 국내 법체계에 맞춰 도입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정식 안전기준이 확정되기 전에는 올해 말부터 기업 간 거래(B2B)에 적용하는 성능 인증제를 우선 시행해, 실증·운송·연구 목적으로 무인 자율차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에 판로를 열어준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운전석이 없는 자율차가 차고지 이동·충전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시범운행지구 밖 도로를 주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에는 실차 확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 제3자가 운행하는 업무용 차량으로 수집한 원본 데이터도 자율주행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택시업계 상생 방안은 ‘미정’…충돌 불씨 여전
로보택시는 택시사업자의 핵심 업무인 운전과 배차를 대체할 수 있어 기존 운수업계와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로보택시가 수익성 높은 지역에 집중되면 교통약자·고령자·비수익 지역의 서비스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날 기존 운수업계와의 상생 방안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택시업계의 로보택시 운영 참여 방식, 운행 대수 제한, 요금체계, 기사 전환교육 여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미국·중국과의 격차…’경쟁국 수준’까지 갈 길은 멀다
정부가 이번 정책에 ‘경쟁국 수준’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로보택시 상용화 속도를 의식한 결과다.
미국에서는 Waymo가 2026년 현재 15개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간 유료 운행 건수가 약 50만 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바이두 계열 Apollo Go 등을 중심으로 여러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동로봇 상용화 지원 방안 또한 논의됐다. 정부는 건설 현장·주차장·생활물류시설 등 분야별 로봇 운영기준을 마련하고 현장 여건에 맞는 규제 특례를 제공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