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은 있지만 인정받지 못했던 혼다 슈퍼카가 마지막 350대 한정판을 끝으로 작별 인사를 전한다
단종을 앞둔 자동차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칭찬에 인색했던 자신이 이 차를 멸종시킬 정도로 저주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막연한 죄책감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잠깐만,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 제발 떠나지 말아줘! 이번에는 혼다 NSX가 그러하다. 마지막 모델이 공장을 빠져나왔고, 더 이상 머나먼 섬에서 온 전사가 아니다. 오하이오의 옥수수 밭에서 지는 해를 바라본다.
다시 태어난 NSX는 오리지널 NSX의 후속 모델인 만큼 감당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사실은 지나치게 많았다. 첫 번째 NSX의 가치는 미드 엔진의 이탈리아제 슈퍼카들이 걸핏하면 누유와 과열에 시달리면서 거액의 수리비가 드는 기계적 문제를 보이는 데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럴 바에는 친숙한 혼다가 훌륭하게 엔지니어링한 미드 엔진 쿠페를 사는 게 어때요? 오리지널 NSX는 혼다의 설립자인 소이치로 혼다가 세상을 떠나기 전 직접 승인한 마지막 프로젝트로서, 혼다의 페라리 F40이라 할 수 있다. 혼다의 황금기에 가장 똑똑한 이들에 의해 섬세하게 설계된 세부 사항들로 채워졌고, 신성화된 아일톤 세나의 발끝에서 연마되었다. 고든 머레이는 맥라렌 F1을 창조하는 내내 NSX를 운전하고 다녔다. 그만큼 특별한 차였다.
2015년 첫 선을 보인 2세대 NSX는 상상력을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모터쇼 데뷔 무대에서 포드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GT를 성공적으로 내놓은 데 비해 NSX는 비평가들을 흥분시키지 못했다. 게다가 이 차의 가격은 맥라렌 수준인데, 차가 만들어지는 미국에서는 할배들이 타고 다니는 베이지색 TL 세단과 동일한 어큐라 배지를 부착했다. 참고로, NSX는 어큐라 TL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75도 V6 3.5L 엔진을 탑재했다.
이제 새롭고 좀 더 스포티한 타입 S 스펙으로 판매 마지막 해를 맞이했지만 NSX는 여전히 판매가 어렵다. 요즘의 이국적인 차들은 더 이상 자주 고장나지 않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슈퍼카는 새로울 것이 없다. V10 람보르기니의 광기를 비즈니스 정장에 솜씨 좋게 담아낸 아우디의 R8도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서 퇴장한다. 그리고 포르쉐 911이 존재한다. 성능 수치에 민감한 이들을 위한 911 터보, 일반 도로에서 레이싱 스피릿을 불태울 수 있는 911 GT3가 있다.
그렇다면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타입 S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이 기존 NSX의 581마력에서 600마력으로 향상됐다. 경주용 NSX GT3 에보에서 가져온 더 큰 터보차저, 그리고 고유량 연료 인젝터와 더 효과적인 인터쿨러들 덕분이다. 엔진의 레드라인은 7500rpm 그대로이다. 배터리 용량은 20%, 전기 모터에 출력 전류를 공급하는 기능은 10% 향상되었다. 최대토크는 68.0kg·m로 높아졌다. 그리고 토크벡터링 사륜구동과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의 재조정이 이루어졌다. 변속은 두 배 빨라졌다.
기본 주행 모드에서는 이러한 변화들이 NSX의 기본 특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타입 S는 차에 가까이 다가갈 때, 특히 뒤쪽에서 다가갈 때 멋지게 보이지만, 도어는 평범한 방식으로 열리고 운전석 공간은 혼다자동차에서 예상할 수 있는 수준 그대로다.
A-필러는 초대 NSX의 전방 시야와 비교할 수는 없더라도 최신 차치고는 상당히 좁다. 작은 (거의 비좁은) 운전석 주변도 잘 마무리되었지만, 이 가격대에서 기대되는 극적인 요소가 부족하다. 두둔하자면 NSX의 이탈리아 경쟁자들과 달리 향후 10년 동안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아주 잘 꾸며놓은 혼다 어코드처럼 보이고 느껴지며, 시빅에서 가져온 터치스크린이 달려있다.
자랑할 만한 브랜드나 화려한 실내가 필요해서 NSX를 고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트는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것일 뿐이며, 타입 S는 스로틀 페달을 처음 밟은 다음부터 머리가 뒤에 붙어있도록 만드는 작업에 아주 충실하다. 노멀 주행모드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외부인 출입 제한 주택지 바깥을 돌아다니기 위한 용도이지만, 가장 예리한 스포츠+ 모드는 이 차를 제대로 열어 보여준다. 대단치 않은 V6 3.5L를 중심으로 제작된 구동계가 실로 놀라운 수준의 기세를 제공하며, 3개의 전기 모터는 요구할 때마다 거의 즉각적인 토크를 제공한다. 사실상 반응의 지연이 없다.
한편, 자기 유동적 댐퍼와 토크 벡터링 사륜구동은 우툴두툴한 포장노면을 유리처럼 매끄러운 아스팔트같이 느끼게 하는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실질적인 그립이 엄청나고 토크가 매우 높기 때문에 눈이 커질만한 기세로 속도를 높여나간다. 다행히도, 탄소 세라믹 브레이크는 이 자동차의 상당한 중량을 끌어내리는 일을 쉽게 감당할 수 있다. 경량 패키지(탄소섬유 엔진 커버, 내부 트림, 탄소 세라믹 브레이크)에도 불구하고 타입 S의 무게는 1700kg 이상으로, 1990년대의 오리지널 NSX보다 약 400kg이 더 무겁다.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이런 상황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이 차의 기술은 무게 페널티를 쉽게 능가한다. 특히 앞머리가 얼마나 예리하게 느껴지는지가 인상적이다. 부분적으로 토크 벡터링 덕분이다. NSX는 열정적으로 코너를 돌면서 토크의 파동을 사륜 트랙션 및 접지력과 결합하여 폭발시킨다. 완전히 기계적인 경험은 아니지만 속도는 엄청나다. 현대적인 전투기를 떠올리면 가장 적절한 비유가 될 것 같다. 조종사의 지시를 가능하게하기 위해 배후에서 맹렬히 작업하는 백만 개의 알고리즘이 없다면 하늘에서 떨어질 비행기와 같다는 말이다. 타입 S든 일반형이든 NSX는 운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작업을 매끄럽게 해내면서, 가격이 몇 배 이상 높은 자동차들에 견줄 만큼의 성능을 제공한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슈퍼카의 정석인 911 터보가 하는 것만큼의 눈에 띄게 나은 방식으로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풀 경량 패키지를 장비한 타입 S는 911 터보의 시작가격 수준이지만, NSX의 오너가 된다는 것은 더 확실한 것을 구입하지 않기로, 포르쉐를 놔두고 혼다를 사기로 결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NSX의 생산 기간 동안 많은 마니아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러한 희귀성은 NSX가 이번 세대를 제대로 마칠 경우 NSX의 유산 면에서 예상치 못한 이점이 될 수 있다. 911 터보는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단지 911 중의 하나일 뿐이다. NSX를 구입한다는 것은 상당히 배타적인 클럽의 일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클럽 회원들은 자신들의 열정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이다. 적어도 NSX는 람보르기니 우라칸만큼 흥미로운 외관을 가졌지만, 이는 관종들을 위한 것이며, NSX는 실제 주행에 더 관심을 가진 이들을 위한 자동차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NSX는 미드 엔진의 오리지널 모델을 이어간다. 무언가를 함으로써 지속되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트랙이나 알파인 패스를 달리려는 사람들이 사는 자동차이다. 적재용량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용 차로서는 적합하지 않지만, 일상적인 자동차로서는 충분하다. 기본적으로 운전자의 실력을 많이 가리지 않는다는 점은 모든 혼다 제품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더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하면, 이 차는 자신의 복잡성과 무게를 속이는 몸놀림을 보여주면서, 동등한 반응을 보인다.
이제 마지막 NSX가 제작되었으며 다른 NSX가 나올 때까진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 막이 내리고 타입 S 트림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하는 이 차는 미국산이든 아니든 일본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자동차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 자주 볼 수는 없겠지만, 만약 본다면, 당신은 이 차의 주인이 진정한 열광자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Acura NSX Type S
획기적인 속도의 NSX는 대중적인 사랑은 받지 못했지만
진정성 있고 매우 흥미로운 슈퍼카의 유산을 바꾸지 않았다
가격 $169,500(약 2억992만 원) 엔진 V6, 3493cc, 트윈-터보차저, 가솔린+3개의 전기 모터
최고출력 592마력/6500-6850rpm 최대토크 50.2kg·m/2300-6000rpm
변속기 자동 9단 듀얼-클러치, 4WD 무게 1733kg 0→시속 100km 가속 3.0초 미만
최고시속 307.4km 연비 7.4km/L(EPA) CO2 na 라이벌 맥라렌 아투라, 포르쉐 911 터보
글·브랜든 맥클레어(Brendan Mcale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