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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 안잡는 자율車 ‘100% 준법운전’에… 성급한 뒷차들 ‘빵빵’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본보 신아형 기자가 현대차 자회사 포티투닷(42dot)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를 체험하고 있다. 주행 중에는 안전요원의 안내를 받으며 조수석에서 체험을 이어갔다. 포티투닷 제공크게보기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본보 신아형 기자가 현대차 자회사 포티투닷(42dot)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를 체험하고 있다. 주행 중에는 안전요원의 안내를 받으며 조수석에서 체험을 이어갔다. 포티투닷 제공

‘빵, 빵∼!’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파크4단지 사거리. 기자가 탄 자율주행차가 주황색 신호에 멈추자 따라오던 택시가 경적을 울려댔다. 자율주행차는 신호가 바뀔 때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해 ‘무리한 좌회전’ 대신 ‘정지’를 선택했는데, 택시기사는 ‘속도를 더 내서 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자율주행차와 일반차 운전자 간 인식 차이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날 기자는 현대차동차의 자율주행 관련 자회사 포티투닷(42dot)의 지원을 받아 자율주행차를 체험했다. 항상 핸들을 잡을 필요가 없고, 전방을 계속 주시할 의무도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였다.

체험 주행을 한 30여 분 동안 자율주행차는 대체로 안정적인 주행 실력을 보였다. 교통법규를 100% 완벽하게 지키면서 큰 불편없이 서울 시내를 누빌 수 있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모범 운전은 다른 운전자들의 답답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제한속도가 시속 50km인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는 시속 40km 중반대로 달렸는데, 이를 못 참은 운전자들이 연이어 추월하면서 앞질러 갔다.

기자가 답답함을 느낀 적도 있었다. 파란불이 들어온 후 앞 차량이 10초가량 출발하지 않았는데 자율주행차는 경적을 울리지 않고 계속 기다렸다. 기자가 조급한 표정을 짓자 체험에 동행한 안전요원은 “자율주행차 보급이 확대되면 이와 유사한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이 공존하려면 서로 간 이해와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 이르면 연내 본격 자율주행 시대 열린다

자동차 업계에선 연내에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높다. 조만간 운전 중 핸들을 잡지 않고, 전방주시를 안 해도 되는 ‘레벨3’ 자율주행차를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제네시스 G90을 올 하반기(7∼12월)나 내년 상반기(1∼6월)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는 올 5월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 EV9 사전 계약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상암동, 청계천, 세종시 등에서 기술연구와 테스트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레벨3 자율주행차가 전국 곳곳을 달릴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현행 규정상 레벨2∼4 자율주행차는 고속도로 등 지정된 구간에서만 자율주행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레벨에 따라 운전자가 느끼는 차이는 크다. 레벨2에선 운전자가 항상 전방을 주시해야 하고 핸들도 잡고 있어야 한다. 핸들을 놓으면 경고음이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 레벨3는 비상 상황이 발생해 시스템이 요청할 때만 핸들을 잡으면 된다.

레벨3 이상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기자가 체험했던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 간 마찰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업계와 정부 안팎에선 일반 차량의 배려를 유도하기 위해 별도의 등을 달거나, 라이트 색을 다르게 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추월 등 위험 운전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가 일반차와 조화롭게 달리기 위한 교통안전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요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제조사들도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에 적용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전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운전자가 안전운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무 사항을 명시하고, 도입 초기 국민 보호 차원에서 제조사 외 제3자가 안전성을 재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논란 불거질 듯

자율주행 시대 도래에 따른 다른 걱정거리도 있다. 먼저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차를 구입한 이들이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하다 일어난 일을 왜 내가 책임지느냐”고 반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르면 교통사고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 지게 돼 있다. 사고가 나도 운전자가 기술 결함과 사고 간 인과관계 등을 밝혀야 한다. 사실상 제조사에 책임을 묻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2016년 5월 미 플로리다주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달리던 테슬라 차량이 맞은편 대형 트럭과 충돌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자율주행 시스템이 흰색 트럭과 하늘을 구분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판명됐지만 미 교통 당국은 결함이 아닌 기술적 한계라고 판단하고 운전자 과실로 결론내렸다.

예를 들어 제조사가 매뉴얼에 ‘자율주행차 운전자에게 안전운전 의무가 있다’는 문구를 삽입할 경우 제조사의 책임 회피가 더 쉬워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연구원의 황현아 손민숙 연구원은 올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존에 하드웨어만 공급하던 제조사가 이제는 소프트웨어까지 관리하는 만큼 제조사에 더 강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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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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