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스타 5 개발 현장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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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영국에서 막바지 작업 중인 폴스타 5 개발 현장을 리처드 레인(Richard Lane)이 찾았다

영국 워릭셔 미라(MIRA) 주행시험장 내에 있는 N10 빌딩. 가장 매력적인 설정이라고까진 할 수 없지만, 일단 내부에 들어서면 분위기는 꽤 빨리 달라진다. N10은 현재 ‘한 무리의 프로토타입’이라 설명할 수밖에 없는 모델들의 본거지다. 무려 30만 마일(약 48만2000km)의 부식 테스트를 마친 프로토타입의 표면에는 마치 포식자의 송곳니와도 같은 예리한 철제 부품이 삐죽삐죽 박혀있다.

폴스타 5의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스티브 스위프트(Steve Swift)는 이 금속 조각이 야간 테스트에 필요한 부품이며 다른 회사의 테스트용 고정장치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최종 제품의 그 어디에도 들어갈 리가 없다.

그러면, 그 최종 제품은 과연 언제쯤 직접 보고 운전해볼 수 있을까? 이 4도어 순수 전기 GT는 872마력의 최고출력을 품고 내년에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폴스타는 특히 뒷좌석 탑승자의 편의성을 강조한 이 차의 경쟁상대로 포르쉐 타이칸을 비롯해 테슬라 모델 S(조립품질 측면에서), 그리고 곧 등장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BMW M5(만족도 측면에서) 등을 꼽는다.

이 차는 기본적으로 빠르고 고급스러우며 사용하기 좋은 뒷좌석 공간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전문화한 EV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폴스타가 과연 그토록 다재다능한 영역에 어떻게 도전할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바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우리는 이곳을 찾았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폴스타 모델은 볼보 섀시를 기반으로 했지만, 현재 개발 중인 5는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그들과 분명히 아주 다르다. 게다가 관련 프로세스와 투입 기술 모두 소량 생산하는 스포츠카 개발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예컨대, 5는 슈퍼카 수준의 차체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접합 알루미늄 섀시를 적용하고 있으며, 스티어링 및 서스펜션 시스템은 폴스타의 영국 미라(MIRA) 연구개발센터가 처음부터 일일이 설계했다.

이곳에서는 디자인 엔지니어링과 개발 담당자들이 함께 일하며 그 덕분에 빠른 속도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가 불과 4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걸 감안하면, 얼마나 빨리 진행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스위프트는 사전 제작모델 가운데 하나는 이미 진정한 의미에서의 검증 프로토타입 수준에 도달했으며, 나아가 중국 충칭에 새로 마련한 폴스타 공장에서 제작했다고 말했다. 마치 ‘스컹크웍스(Skunkworks, 미국 록히드마틴의 고등개발 프로그램 부서. 자율방임적 분위기와 극단적인 효율성 추구가 특징)’ 수준의 높은 집중력이 느껴진다.

스위프트는 이날, 500명 규모의 영국 연구개발팀을 이끌고 있는 피트 앨런(Pete Allen)과 함께 워크숍에 참석했다. 두 사람 모두 지리 그룹이 소유한 또 다른 회사 ‘에메랄드 엔지니어링’에서 폴스타로 옮겨왔다. 이들은 LEVC(London EV Co.)를 위해 전동화한 신세대 블랙 택시 전용 알루미늄 섀시 개발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으며, 그들과 함께 작업했던 많은 엔지니어들이 함께 폴스타 연구개발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최첨단 전기 GT 기술을 수혈 받은 칙칙한 택시? 그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만 볼 건 아니다. 

하지만 폴스타 CEO인 토마스 잉엔라트가 <오토카>에 5와 같은 최신형 자동차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엔지니어링 역량’을 얘기했을 때, 그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다른 모든 대량생산 폴스타 모델과 너무도 다른, 그러면서 매력 넘치는 5에는 볼보 플랫폼이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주어진 나머지 옵션은 프로젝트 자체를 외주업체와 계약하거나, 혹은 에메랄드 엔지니어링 등 지리 그룹 내 다른 기술회사와 제휴해 역할을 수행할 만한 연구개발 부서를 새로 설립하는 것이었다.

“만약 당신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면, 스웨덴 예테보리 주변에서 그와 관련한 공학적 역량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잉엔라트의 말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낮은 차체에 스포티하며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GT를 디자인하고 제작하길 원한다면, 이를 가능하게 해줄 최상의 공학적 역량은 아마도 영국에서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영국은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어요.” 조용히 말하면서도 언제나 신뢰감을 안겨주는 앨런이 덧붙였다.

“우리는 제품에 필요한 DNA에 따라 팀을 구성했습니다. F1 직원, 모터스포츠 전문가, 프리미엄 제조업체 출신들이죠.” 그는 메르세데스-맥라렌 SLR의 개발 프로그램 리더였고, 로터스에서 오랫동안 일한 스위프트는 캐나다의 혁신적 자동차 엔지니어링 업체 멀티매틱(Multimatic)의 엔지니어링 임원이었다. 그는 팀원들을 치켜세우면서도, 자신과 스위프트의 이 같은 경력은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들은 모두 ‘스포츠카 헤리티지’를 폴스타 5에 심어주고자 하는 열망을 함께하고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열정은, 훗날 우리가 차를 운전할 때 분명히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제3자의 입장에서 지금으로서는, ‘사용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역동적인 순수함과 투명성, 전반적인 직관성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 아마도 ‘매력적인 단순함’일 것이다. 이 차의 경쟁상대로 지목되고 있는 차들도 이런 성향을 보여줄까?

기본형 뒷바퀴굴림 타이칸은 그에 접근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용성은 조금 부족하다. AMG와 M 모델은 무게와 복잡한 엔지니어링으로 가득하다. 테슬라는 정확하고 민첩하지만, 핸들링은 절대 빛나지 않는다. 앨런은 “대부분의 스포츠카 제조사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는 뒷좌석 승차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이 말이 바로 그들에게 주어진 과제의 범위다. “하지만 동시에, 운전석에서도 엄청난 속도감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해요.”

이 같은 상반된 두 성격을 함께 달성하겠다는 게 흥미로운 부분이다. 특히 폴스타에게 5는 대중 시장의 고성능 자동차를 처음부터 개발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 팀은 다른 제품과 공유하기 위해 설계한 플랫폼에 이 제품을 얹는 게 아니다. 이유는 명확하다. 이 신형 아키텍처는 7인승 크로스오버에서부터 Q2 로드스터 콘셉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래 모델을 두루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확장 가능하지만, 본질적으로 5인승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폴스타의 새로운 4인승 GT는 세그먼트 내의 다른 많은 모델들과 달리 역동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액티브 안티롤 바와 뒷바퀴 조향 시스템 및 복잡한 구조의 에어 서스펜션에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스펜션은 수동적이며, 팀의 전문가들은 속도와 기하학적 구조 및 타이어 특성을 플랫폼 강성과 일치하게 조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운전자들이 실제로 맞닥뜨리게 될 다양한 주행 유형 및 노면 환경도 모두 검증했다. 말 그대로 스포츠 성능을 가다듬기 위한 순수한 접근이다. 칭찬받아 마땅하다. 스위프트는 그들의 개발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 운전 환경에서 그리 필요하지도 않을 복잡한 시스템에 막대한 개발비를 들이고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가 없지요.” 이는 다분히 영국식 접근이며, 진정 매혹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로터스 에보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수동적인 승차감과 핸들링 균형을 가장 잘 잡아낸 4도어 모델이라면 BMW M5(E39)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폴스타 영국 연구개발팀이 두 가지 성격을 모두 제공하려 한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알핀 A110의 움직임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든, 5는 이전까지의 폴스타와 달라야 한다. 아마도 드러내지 않고 다른 성격을 녹여낼 것이다. 그들이 굳이 드러내지 않고도 얼마나 잘 다듬어낼지 지켜봐야 한다.

현재는 미라 주행시험장의 던롭 핸들링 서킷에서 올해 서른한 살인 차체 다이내믹 엔지니어 크리스 배걸리(Chris Baguley)가 게속 이어지는 슬라이드 코너에서 프로토타입 2를 몰아붙이며 차체 무게와 접지력의 자연스러운 전환을 테스트하고 있다. 그들은 섀시 엔지니어링의 마법 없이는 얻어낼 수 없을 상호작용을 완벽히 구현하려 한다. 폴스타는 자동차 회사로서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벗어났지만, 지금까지 나온 가장 야심 있는 신차에 관해서 만큼은 평범하지 않은 ‘스포츠카 헤리티지’를 향한 노력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초기 단계에서부터 그렇다. 

폴스타 5가 신기원을 이루리라 기대하는 이유

독자적 아키텍처를 쓰는 5는 폴스타 브랜드 스스로의 ‘역동적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볼보의 차체 패널 및 내부 트림, 파워트레인과 섀시를 재조정해 적용한 이전까지의 ‘볼보 파생 제품’과는 뚜렷이 구별된다.이 같은 스토리는 폴스타 1 슈퍼 GT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슈퍼 GT는 2세대 XC90에서 처음 선보인 SPA 아키텍처를 볼보 T8 PHEV 파워트레인 개조 버전과 결합했다. 그러고 나서 XC40의 CMA 플랫폼을 덮은 깔끔한 폴스타 2는 배터리 팩을 수용하도록 수정했다. 그리고 곧 출시할 BMW iX의 경쟁 모델 폴스타 3가 있는데, 참신해 보이는 이 차의 EV 전용 SPA2 섀시는 볼보 EX90과 공유할 것이다. 한편, 포르쉐 마칸을 경쟁상대로 지목하고 나선 쿠페 스타일의 폴스타 4는 모기업 지리 그룹의 SEA 아키텍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PM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4의 최고출력은 537마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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