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볼레오]’국민 아빠차’ 싼타페, 엄마차 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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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신형 싼타페는 ‘엄마차’로 손색이 없습니다. 운전 조향부터 모든 기능이 편하게 컨트롤할 수 있도록 설계됐어요. 개인적으로 싼타페는 엄마가 운전했을 때 더 편한 차라고 생각합니다.”

신형 싼타페를 디자인한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이 기자에게 털어놓은 본심은 신차 개발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싼타페는 2000년 1세대 출시 이후 국내 패밀리카를 대표하는 ‘국민 아빠차’로 사랑받아왔죠. 23년의 세월이 흘러 올해는 5세대 싼타페가 등장했습니다. 겉모습은 강인함을 강조한 아빠차라는 인상을 풍깁니다. 속을 들여다보니 아기자기한 기능을 곳곳에 배치한 엄마차의 성격이 더 강했어요.

올해 국내 패밀리카 시장 경쟁은 매우 치열합니다. 기아 쏘렌토, 도요타 하이랜더, 혼다 파일럿, 메르세데스-벤츠 EQE SUV 등 하반기 국내 시장에 출시 예정인 중·대형 SUV만 10종이 넘습니다. 세단까지 합치면 더 많아지겠죠.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싼타페는 ‘기능’에 승부수를 뒀습니다. 패밀리카는 운전자가 느끼는 주행감도 중요하지만, 가족 전체가 누릴 수 있는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4일 현대차의 대표 패밀리카 신형 싼타페를 타봤습니다. 주행 능력은 물론 온 가족이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기능 위주로 살펴봤는데요, 시승 구간은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파주시의 한 카페까지 왕복 70㎞ 구간입니다.

▲첫인상은 어땠나요?

-일단 실물을 봤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싼타페가 이렇게 크다고?”였습니다. 첫인상은 높은 전고 덕분인지 중형 SUV가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각진 디자인 때문에 차량 앞에 섰을 때 보닛 위치가 상당히 높게 느껴졌거든요. 이전 세대 모델이 유려한 곡선으로 마무리된 단정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싼타페는 과감하게 직선을 사용해 강인함이 느껴집니다. 사실 직전 4세대 싼타페는 반감을 최소화한 디자인이었습니다. 특별히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만, 그렇다고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뚜렷한 팬층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신형 싼타페는 확실한 캐릭터로 글로벌 시장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으로 나온 차종입니다.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도로 위에 섰을 때 존재감은 확실하더라고요.

▲기능이 강점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인가요?

-일단 실내 공간 활용도가 뛰어납니다. 트렁크 기본 용량이 725ℓ로 골프백 4개, 보스턴백 4개를 거뜬히 실을 수 있을 정도예요. 2열과 3열 좌석을 완전히 접어 평탄화하면 실내가 그야말로 광활합니다. 키 큰 성인 남자가 발을 쭉 뻗고 잘 수 있을 정도예요. 여기다 테일게이트를 열면 차량 뒷면에 오픈형 테라스가 만들어집니다. 신형 싼타페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이 바로 이 테일게이트인데요, 차량 후면부 디자인을 수직으로 떨어지게 만든 것도 대형 테일게이트를 위로 올려 차양막처럼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예요. 차박이나 캠핑을 할 때 사용하면 편리하겠죠.

자세히 살펴보면 차량 곳곳에 이러한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기능이 배치돼 있습니다. C필러(차체를 지탱하는 가장 뒷부분 기둥)를 보면 손잡이가 숨어있는데요, 지붕에 짐을 내리고 실을 때 편하게 차량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차 키에는 막대 모양의 열쇠가 있어 이 열쇠로 손잡이 부분을 여닫을 수 있습니다. 평소 사용하지 않을 때는 고정해 놓고 사용할 때는 열어서 쓰면 됩니다.

▲패밀리카로서 가족을 위한 기능도 있나요?

-네, 여러 가족 구성원을 배려한 깨알 같은 기능이 있어요. 조수석 앞쪽을 보면 UV-C 자외선으로 작은 소지품을 살균할 수 있는 멀티 트레이가 있습니다. 트레이의 세로 높이가 높지는 않아서 큰 물건까지 넣을 순 없지만 스마트폰이나 장갑, 마스크 정도는 넉넉히 넣을 수 있어요. 특히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선 아이가 입으로 가져가는 물건들을 소독하느라 여념이 없으실 텐데요, 공갈 젖꼭지 등 작은 물건들을 자동차에서도 간편하게 소독할 수 있는 기능은 여행이나 차박을 갔을 때 유용하게 쓰일 것 같네요.

스마트폰 두 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듀얼 무선 충전 시스템이나 1열뿐 아니라 2열에서도 양방향으로 열 수 있는 멀티 콘솔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물건을 수납하는 콘솔 박스를 운전석이나 조수석 등 1열에서만 열 수 있어서 불편함을 느낀 분들도 있을 텐데요, 이제는 뒷좌석 방향에서도 수납함을 열어서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주행감은 어떤가요?

-제가 탔던 모델은 가솔린 2.5 터보 엔진이 장착된 차량입니다.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m의 힘을 냅니다. 연비는 공인 복합연비 기준 11㎞/ℓ 이구요. 도심과 고속도로를 직접 몰아보니 실연비 10.6㎞/ℓ가 나왔습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1.7t에 달하는 공차 무게에도 불구하고 힘이 부족하다는 인상은 전혀 없습니다. 코너링이나 승차감도 기대 이상이었고요. 차가 워낙 커서 핸들도 두툼하고 투박한 디자인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핸들이 얇고 주행 컨트롤도 부드러웠어요. 여성 운전자까지 생각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다만 박스형 디자인 때문인지 주행소음은 조금 아쉬웠어요. 시속 130㎞가 넘어가니 스포츠 시트가 작동되며 운전자의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감싸주더라구요. 싼타페에 이런 기능까지 있다는 건 놀라웠습니다.

▲패밀리카라면 가격도 중요할 텐데, 괜찮게 나왔나요?

-신형 싼타페 2.5 터보 가솔린 차량 가격은 3546만원부터 시작입니다. 풀옵션이면 5100만원 선까지 올라갑니다. 하이브리드는 4031만원에 시작해 풀옵션은 5500만원 선입니다. 직전 구형 모델 대비 가솔린 기본 모델은 270만원, 하이브리드 기본은 320만원가량 올랐네요. 물론 풀옵션 모델끼리 비교하면 체감하는 인상폭은 더 큽니다. 다만 5년 만에 나온 풀체인지 모델인 만큼 다양한 신기술이 기본 탑재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름 합리적인 가격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신형 싼타페에는 내비게이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실내 지문 인증 시스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등이 기본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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