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폭염부터 장마까지, 불쾌지수가 최고점을 찍는 여름날엔 후다닥 끝내는 찬물 샤워가 단연 최고의 선택이다. 보디클렌저, 샴푸 등 각각 거품 낼 여유조차 없다면 상쾌함의 극치를 만끽할 수 있는 비누를 활용해보자. 고체 클렌저를 뭉뚱그려 비누라고 부르지만, 사실 기름과 수산화나트륨 또는 수산화칼륨을 반응시켜 얻는 고전적 비누와 액상 클렌저에서 수분만 제거한 클렌저와 샴푸는 상당히 다르다.
천연 비누 또는 비누가 주성분인 고체 클렌저는 약알칼리성을 띠기 쉬워 화장도 잘 지우고 헹군 후에도 피부에 ‘뽀드득’한 느낌을 남긴다. 반면 액상 클렌저를 굳힌 합성 클렌저는 세정력이 그보다 약하거나 비슷하고 약산성, 중성이며 미끈거리는 느낌이 남기 쉽다. 의도적으로 배합한 보습 성분, 기타 유효 성분이라 건성, 장벽이 파괴된 피부엔 더 좋다. 그래서 의사, 또는 약사와 함께 개발했다는 클렌징 바들은 ‘SOAP FREE(비누 성분이 없다)’를 강조하곤 한다.
거품을 많이 내려고, 물기를 빼려고 고체 클렌저를 거품 망에 넣어 샤워기에 걸어두는 건 피하는 게 좋다. 샤워를 끝낸 후에도 주요 성분들이 녹아 나와 나중엔 아무 기능 없는 딱딱한 껍데기만 남기 쉽기 때문. 최대한 통풍이 잘되는 곳, 물기 없는 곳에 수평으로 놔두는 게 오래 쓰는 길이다.
향수 라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퍼퓸드 솝(perfumed soap), 센티드 솝(scented soap)은 향, 가격이 부담스러운 퍼퓸을 연하게 희석한 아메리카노 같은 존재. 욕실에 두기만 해도 향기롭고, 손 씻거나 샤워할 때마다 기분 전환이 되며 본인은 몰라도 남들은 은은하게 느끼는 체취로 남기에 딱 좋은 아이템이다. 단, 비누가 주성분인 제품이 많아 팔다리가 건조한 사람은 등, 가슴처럼 피지 분비 많은 부위 위주로 쓰는 게 좋다.
얼굴 피부는 몸보다 얇고 쉽게 건조해져 고전 비누보다 세정력이 약하고 보습 성분은 더한 폼 클렌저가 등장한 것. 페이셜 클렌징 바는 비누처럼 생겼지만 중성, 또는 약산성 폼 클렌저를 그대로 굳힌 것 같은 성분, 또는 비누에 다양한 식물성 오일, 히알루론산과 콜라겐 같은 보습 성분을 다량 추가해 촉촉하게 만든 것이다. 순해서 아깝지만 않다면 당연히 얼굴용을 몸에 써도 된다. 깨끗이 손을 씻은 후 충분히 낸 거품으로 마사지하듯 세안한다.
피지가 과다 분비되는 피부는 세정력이 어느 정도 강해 피지, 각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면서도 피부 장벽은 파괴하지 않는 클렌저가 필수적. 그래서 식약처에선 효과를 입증한 클렌저 대상으로 여드름성 피부 완화 기능성 인증 제도를 운용 중이다. 단순히 피지 분비가 엄청나 세안 후 뽀드득한 느낌이 좋으면 약알칼리성 비누 베이스 클렌징 바를, 여드름 등 트러블로 피부 장벽도 파괴됐으면 약산성, 중성 여드름 완화 기능성 제품을 쓰는 게 좋다.
아침저녁으로 머리 감는 여름에 모발과 두피는 오히려 건조해지고 손상되기 쉬워 샴푸 바도 액상과 마찬가지로 약산성 또는 중성에 유효 성분을 다량 함유한 것이 좋다. 처음 샴푸 바를 쓴 사람은 모발이 곧바로 찰랑거리지 않고 한동안 뻣뻣한 느낌을 받기 쉬운데, 액상에 유독 많은 코팅 목적 폴리머, 실리콘 오일 등이 적거나 빠져서다. 먼저 잘 말린 후 빗질해 주면 지루성 두피와 모발은 액상 샴푸 쓸 때보다 더 건강해질 수도 있다. 단, 피지는 두피 근처에 모여 있으니 모발에만 샴푸 바를 문지르고 두피는 방치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