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데이트는 무조건 MMCA로 가야 할 이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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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아톰 조각이 사정없이 깎이고,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돌아가며 소리를 연주해주는 곳. 이곳에서 사물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목적’에 가깝죠. 사물의 개념을 확장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 전시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가 MMCA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각각의 소리가 녹음된 플라스틱 쓰레기로 청음회를 연 우주+김희영의 작품을 보며 전시를 시작합니다. 사물의 존재를 인식하게 될 즈음, 중국과 미국이라는 시공간을 오가는 사물과 인간을 그린 미카 로텐버그의 초현실 작품 〈코스믹 제너레이터〉를 보며 사물과 인간의 차이점을 고민하게 되고요. 옷을 꼭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표현한 김한솔의 〈의태화된 의패류〉를 보면 인간과 사물이 결합된 미래의 존재를 본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겁니다.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했던 20세기 후반의 철학자들처럼, 이 전시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인간 너머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라고 말합니다. 이 여름, 전시와 작가들이 제안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을 잠시나마 경험해 보세요.

장소 MMCA 서울
기간 2024.5.17 – 2024.9.18

〈연결하는 집〉

지금껏 어떤 집에서 살아왔는지 기억이 나시나요? 11층 아파트, 반지하 빌라, 마당이 딸린 주택, 혹은 학교 앞 자취방까지 다양한 집의 양상이 떠오를 텐데요. MMCA 과천에서 열린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은 ‘개인과 사회, 장소, 시간’을 주제로 21세기의 한국 건축과 주거 문화를 다채롭게 보여주죠. 30명의 건축가가 설계한 58채의 주택이 소개됩니다.

사람들은 어떤 집에 살고 있을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집을 보면 주인의 삶의 관점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죠. 전시에 소개된 집들 역시 역사를 고증하는 동시에 다양성을 보여주는 예술 행위의 장이 됩니다. 자연스럽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요. 가령 아파트가 압도적으로 많은 한국 사회에서 다른 형태의 주거 공간을 선택한 사람들은 어떤 집에 살지, 왜 그런 집을 선택했는지 고민해 보게 되죠. 시각적 즐거움과 철학적 고민을 동시에 얻을 귀한 기회입니다.

장소 MMCA 과천
기간 2024.7.19 – 2025.2.2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옷, 침대보, 가방에까지 어디에나 있는 자수. 한국 자수는 이천 년 역사를 지녔지만, 사실 우리가 전통 자수라 부르는 유물의 대부분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제작된 것이 전부입니다. MMCA 덕수궁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19세기 이후 자수에 주목합니다. 개항 이후 서구화가 시작되고, 전쟁과 분단, 산업화를 겪으며 전통 자수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직접 발굴한 것이죠.

939년의 숙명여고 학생들이 그린 〈등꽃 아래 공작〉부터 매화가 우아하게 새겨진 김규진의 〈자수 매화도 병풍〉까지. 곱기만 한 자수의 뒷면에는 과연 어떤 역사와 관념이 숨어 있을까요?

확실한 것은 바늘과 실이 표면과 뒷면을 마구 헤집으며 자수를 완성하듯, 사회에 고정된 이분법적 경계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야기로 가득할 거라는 사실입니다. 회화와 자수의 차이를 넘어 남성과 여성, 구상과 추상, 공과 사에까지 말이죠.

장소 MMCA 덕수궁
기간 2024.5.1 – 202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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