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주얼리로 태어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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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를 분리해 이어링으로 활용하거나 다양한 길이로 연출할 수 있는 카스카드(Cascade) 네크리스.

일부를 분리해 이어링으로 활용하거나 다양한 길이로 연출할 수 있는 카스카드(Cascade) 네크리스.

메종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은 2024년 새로운 까르뜨 블랑슈 컬렉션의 테마로 물을 선택했다. 그것도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강렬하고 원초적인 아이슬란드의 물이다. 거대한 지층을 따라 직선으로 떨어지는 빙하수, 물방울이 일으키는 섬세한 수면의 파동, 멀리 일렁이는 바다 물결, 검은 모래 위로 거품을 내며 부서지는 하얀 파도 등 클레어 슈완은 작업에 앞서 직접 아이슬란드로 떠나 다양한 물의 장면을 눈에 담았다. 이 아름답고 시적인 풍경은 메종 부쉐론의 독창적 디자인과 기술력을 만나 아티스틱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으로 태어났다. ‘오어 블루’라 이름 붙인 이 하이 주얼리 컬렉션엔 총 26가지의 흥미로운 작품이 포함돼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카스카드’. 태초의 물길을 따라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빙하수 폭포를 형상화한 주얼리다. 클레어 슈완은 이 폭포를 마주하는 순간, 보디라인을 따라 흐르는 네크리스를 떠올렸다.

파도를 형상화한 브로치 겸 헤어 주얼리 바그(Vague).

파도를 형상화한 브로치 겸 헤어 주얼리 바그(Vague).

일부를 분리해 이어링으로 활용하거나 다양한 길이로 연출할 수 있는 카스카드(Cascade) 네크리스.

일부를 분리해 이어링으로 활용하거나 다양한 길이로 연출할 수 있는 카스카드(Cascade) 네크리스.

록 크리스털 소재로 물방울이 수면에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옹드(Ondes) 세트의 네크리스와 링.

록 크리스털 소재로 물방울이 수면에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옹드(Ondes) 세트의 네크리스와 링.

파베 다이아몬드와 화이트골드로 만든 카스카드는 늘어뜨렸을 때 총 148cm에 달하는 네크리스로, 부쉐론 아틀리에에서 제작한 것 중 가장 긴 작품이다. 길고 섬세한 라인을 정교하게 연결하고, 여기에 1816개가 넘는 다양한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하는 작업. 숙련된 장인이라도 이를 완성하려면 최소 3000시간 이상 소요된다. 부쉐론 제품 특유의 멀티웨어 전통에 따라 카스카드는 짧은 길이의 네크리스와 펜던트 이어링으로도 분리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 카스카드 못지않은 독창성과 기술력이 가미된 작품은 수면의 파동을 형상화한 ‘옹드’. 부쉐론 스튜디오는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동심원을 그리는 잔물결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네크리스와 링 두 개의 사이즈를 결정했다. 연구와 숙고 끝에 소재는 조각하고 폴리싱 처리한 록 크리스털을 선택했다.

얼음 동굴을 록 크리스털과 파베 다이아몬드, 블루 사파이어, 화이트골드 소재로 표현한 시엘 드 글라스(Ciel de Glace) 커프 브레이슬릿.

얼음 동굴을 록 크리스털과 파베 다이아몬드, 블루 사파이어, 화이트골드 소재로 표현한 시엘 드 글라스(Ciel de Glace) 커프 브레이슬릿.

잔물결의 색감과 미세한 그림자를 표현하기 위해 록 크리스털 아래 약 5000개의 라운드 다이아몬드를 섬세하게 세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치 투명한 칼라 장식처럼 보이는 옹드 네크리스는 장인의 기술로 4400시간을, 각각의 링은 305시간을 투자해야 완성할 수 있다. 검은 모래와 짙은 톤의 바닷물이 특징인 아이슬란드 해변에서 영감받은 작품도 여럿이다. 일렁이는 검은 파도를 형상화한 ‘오 당크르’ 커프 브레이슬릿이 그중 하나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부쉐론은 블랙 옵시디언에 3D 시뮬레이션 조각 기법을 썼다. ‘오 포르트’ 브레이슬릿은 파도가 마지막으로 크게 부풀어 올랐다가 검은 모래사장으로 부서지기 직전의 순간을 구현했다.

록 크리스털 소재로 물방울이 수면에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옹드(Ondes) 세트의 네크리스와 링.

록 크리스털 소재로 물방울이 수면에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옹드(Ondes) 세트의 네크리스와 링.

해변의 검은 모래를 구현하기 위해 압축한 검은 모래 소재를 쓴 사블르 누아(Sable Noir) 네크리스.

해변의 검은 모래를 구현하기 위해 압축한 검은 모래 소재를 쓴 사블르 누아(Sable Noir) 네크리스.

오 포르트는 화학 용액을 사용해 금속에 정밀한 문양을 새기는 전통 기술을 일컫는 용어이기도 한데, 이 브레이슬릿의 파도 디테일을 제작하는 데 사용됐다. ‘사블르 누아’와 ‘에큄’ 컬렉션은 검은 모래와 파도 거품의 대비, 해변의 지형 등을 주제로 삼았다. 부쉐론은 사블르 누아 컬렉션에 실제로 모래를 활용했다. 3D 프린트 기법으로 압축한 검은 모래를 사용해 자연의 텍스처를 고스란히 담아낸 것. 또 에큄 컬렉션의 록 크리스털 티타늄 링은 아이슬란드 해안 특유의 검고 울퉁불퉁한 절벽을 닮았다. ‘아이스버그’ 네크리스와 이어링은 이름 그대로 해변에 툭 놓여 있는 빙산 조각에서 영감을 받았다. 특히 샌드블라스트 기업으로 처리해 실제 얼음처럼 반투명하게 완성한 록 크리스털이 눈길을 끈다. 파도의 움직임을 포착한 주얼리도 있다. 브로치와 헤어피스로 활용할 수 있는 이어링 ‘바그’가 바로 그것. 파도의 유연한 곡선을 아르데코풍으로 우아하게 표현했다.

그랜드 앤티크 대리석과 화이트골드, 2.01캐럿 페어 컷 다이아몬드로 만든 방키즈(Banquise) 링.

그랜드 앤티크 대리석과 화이트골드, 2.01캐럿 페어 컷 다이아몬드로 만든 방키즈(Banquise) 링.

‘오 비브’는 좀 더 거칠고 생동감 넘치는 파도가 떠오른다. 숄더 브로치인 오 비브는 마치 파도치는 순간을 그대로 얼려버린 듯한 모양이다. 착용하기 편하도록 골드에 비해 여덟 배 더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지형을 테마로 한 작품도 있다. 바람과 시간이 조각한 얼음 동굴을 표현한 ‘시엘 드 글라스’ 커프 브레이슬릿, 얼음 종유석과 함께 물과 얼음의 중간 상태인 서리를 디자인으로 승화한 ‘지브르’ 주얼리 세트, 얼음 평원인 부빙을 구현하기 위해 섬세한 줄무늬가 특징인 그랜드 앤티크 대리석으로 만든 ‘방키즈’ 주얼리 세트가 바로 그것이다. 폭포의 힘찬 물줄기에서 영감을 받은 ‘플로’ 브로치와 빙하의 아이스 블루 컬러를 가미한 ‘크리스토’ 주얼리 세트 역시 아이슬란드의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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