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에 접어든 후 가장 무더웠던 해는 단연 2018년입니다. 이전까지 선풍기와 찬물 샤워로 버티던 사람들도 그해 여름에는 에어컨을 구매했다는 증언들이 쏟아지죠. 당시의 폭염은 기록으로도 남아있어요. 2018년 8월 1일, 전국의 역대 최고기온 순위가 전부 갱신됐습니다. 서울의 온도는 111년의 관측 기간 최고인 39.6도까지 올랐고, 폭염 일수도 무려 35일에 달했습니다.
여전히 2018년 여름을 최악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2024년 그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어요. 각자의 체감 온도는 다르겠으나 수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올해 7월의 열대야 일수는 8.8일로 이미 역대 최고였습니다. 2018년의 여름이 타는 듯한 더위였다면, 2024년은 문자 그대로 ‘찜통’입니다. 밤에도 식지 않는 고온이 이어지는 데다가 습도까지 엄청나기 때문이에요.
이 즈음에 찾게 되는 것이 ‘처서 매직’이죠. 24절기 중 열네 번째인 처서를 전후해, 무더위가 어느 정도 잦아 드는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워낙 더웠던 탓에 모두가 ‘입추 매직’까지 찾으며 플라시보 효과(?)를 꾀하는 현상도 일었는데요. 모두가 기다리던 ‘처서 매직’이 올해는 진짜로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 해에도 처서 이후 더위가 계속된다는 예보가 있었어요. 그럼에도 약간의 선선한 공기가 불긴 했고요.
2024년 여름은 ‘처서 매직’을 포기하라는 말이 일찌감치 나왔습니다. 18일 기준으로 전국 폭염 일수는 평년의 2배, 열대야 일수는 평년의 3배입니다. 오죽 더위가 심하면 태풍도 한반도를 피해가는 중이에요. 주변 바다 온도가 오르며 생성된 수증기가 우리나라를 돔처럼 감싸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19일 오후부터 제주와 남해안을 시작으로 처서 당일인 22일까지 비가 올 예정인데요.
정확히 처서 즈음에 내리는 반가운 비지만 선선함을 기대하는 건 어림도 없을 전망입니다. 오히려 비 소식 앞뒤로 폭염이 버티고 있죠. 비가 내리기 전이라 덥고, 비가 그친 후라 덥습니다. 게다가 이번 비는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할 것으로 보여 더위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진 않을 듯하네요. 기상청은 최소 8월 말까지는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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