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 보이스] 어제의 나, 오늘의 엄마, 내일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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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직장에 복귀했을 때 나는 세상의 많은 부모들이 그간 어떻게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걸까 신기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부모들은 말하지 못할 걱정과 피로함을 안고 사는구나. 아이가 생긴다는 건 단순히 해야 할 일이 늘어났다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생이 아름다운 방향으로만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늘어지게 잠을 자 본 적이 있던가. 그동안 가능했던 하루의 산뜻한 루틴이나 작업의 효율성 같은 것들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야기가 됐다. 아이가 잠들지 않는 밤이면 그날 저녁 하려고 다짐했던 일은 곧장 무산된다. 외출이라도 하고 오는 날이면 에너지가 소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진다.

미완의 것들도 매일 쌓여간다. 올해 초 원고 계약을 했지만 수개월 째 제대로 된 글 한 편을 쓰지 못했다. 밤마다 쓰지 못한 글에 슬퍼한다. 읽고 싶어서 거실 테이블에 올려둔 책 역시 펼쳐볼 겨를이 없다. 원래 같으면 일주일이면 끝마쳤을 일을 몇 곱의 시간에 걸쳐 해야 한다. 겨우 해내는 일은 방송이나 마감이 있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건 육아와 마찬가지로 1순위니까.

겉으로 보이는 나의 일상도 평온해 보일 수 있다는 걸 안다. 얼마 전 아이를 낳은 친구에게 ‘아이가 아무리 예뻐도 우울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라고 말했더니 너도 그렇다니 위안이 된다는 말이 돌아왔다. 남편 다니엘과 나는 번갈아 육아 우울증을 호소하는 서로를 다독여준다. 어떤 날은 아이가 10개월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이유식을 어떻게 할 줄 모르는 나의 부족함을 참지 못하고 폭발할 때도 있다. 육아는 몸과 정신이 모두 갈리는 일. 이보다 힘든 일이 세상에 있긴 할까? 아이를 낳기 전이라면 무심코 읽었을 부모의 고단한 고백들이 이젠 마음을 후벼판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은 매일이 육아 드라마일 것이다. 엄마라는 정체성을 갖게 된 여성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매일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고민하게 된다. 가끔은 이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꿈도 꿔본다. 나 역시 지금도 내 앞의 고단한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방황하던 마음은 의외의 순간에 흔들림을 멈춘다. 자다가 새벽에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 아이는 보드라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며 “엄마 여기 있어.”라고 속삭이는 내 목소리로 이내 안도해 새근새근 잠든다. 나는 이 아이에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 사람인가. 그 사실이 다시 마음을 다잡게 만든다. 이 작은 인간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나의 큰 임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해서 힘든 걸까. 잠시 일을 내려놓고 육아에 올인하는게 좋을까. 그 역시 쉬운 선택이 아니다. 일터는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므로. 동료와 잠시나마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뾰족한 집중력이 살아난다. 다시 돌아가 아이를 안아줄 체력이 보충된다. 출근 준비를 하며 샤워하고 운전하는 시간엔 잠시 잊고 있던 ‘내‘가 살아난다. 두 가지 일을 모두 해내는 건 힘들지만 잠시나마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역시 나는 일하는 내가 좋다. 꿈을 잃지 않는 ‘나’ 역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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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구절절한 호소 곁에는 나란히 넘실넘실하는 행복이 공존한다. 괴로움과 행복이 넘나드는 것 또한 육아의 세계. 아이가 보여주는 우주 극강의 귀여움과 해사한 미소와 따뜻한 체온은 세상의 근심을 녹여버린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앞을 향해 전속으로 달렸던 시절이 진정 행복했던가. 허무함과 외로움에 시달리지 않았나. 돌아보면 내 마음의 구멍이 메워진 건 아이를 낳은 이후다.

이전의 나는 나이가 들수록 성장이 멈출까 두려웠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슬펐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자 새롭게 경험할 세상이 무한대로 확장됐다. 임신과 출산으로 탄생의 신비로움을 경험하고, 아이가 없었다면 가지 못했을 곳을 가고, 나누지 않았을 대화들을 나눈다.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게 쉬워졌다. 아이를 보고 미소를 건네는 사람들 덕에 나의 행복도 상승하고, 나 역시 누군가의 아이에게 자연스레 다정한 미소를 보낸다. 단독 주연이었던 내 삶에 이제 파트너와 아이도 등장한다. 두 사람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되었으며, 우리는 슬픔과 아픔도 함께 나눈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소소한 추억들이 매일 탄생한다.

앞으로 나의 정체성은 아이와 함께 계속해서 변해갈 것이다. 불과 1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그 방향이 긍정적으로 향하기 위해 다짐하는 것들이 있다. 바로 삶을 단순하게 구성하는 것이다. 조금 더 꼼꼼하게 일을 택하고,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 일의 양과 속도를 줄이고 하고 싶은 일은 천천히라도 꾸준히 해나간다. 스스로에게도 너그러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예전처럼 충실한 기록은 되지 못하더라도 짧게나마 하루를 기록하고, 하지 못한 일을 자책하는 대신 이 정도라도 해내는 나를 격려해 준다. 또 하나 중요한 것. 육아의 세계에만 너무 몰입하지 말 것. 과한 몰입은 부담과 불안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나는 남편과 가장 가까운 육아 동지인 동시에 우리의 관계가 그것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한다. 아이가 잠들고 나면 쇼파에 걸터앉아 둘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기고 어김없이 서로의 고단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남편에게 ‘아까 다급하게 말해서 미안했어’ 사과부터 건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비로소 하지 못했던 각자의 이야기와 고민을 들어주며 우리는 서로를 ‘짠’해하고 각자가 갖고 있는 재능을 격려하며 깊어진다. 다시 꿈을 그린다.

다른 엄마가 된 여성들은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떤 꿈을 품고 있는지 더 많은 이야기들이 듣고 싶다. 어떤 순간에 자신이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느끼는지. 마침 2017년부터 전 세계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도전과 성장을 응원해온 랑콤의 ‘Write Your Future(꿈을 그리다)’ 캠페인이 올해는 워킹맘들의 꿈을 행복하게 펼칠 수 있는 자기 돌봄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라는 멋진 소식을 들었다. 여성의 행복을 위한 진정한 아름다움을 응원해 온 랑콤의 이번 여정을 1년 차 워킹맘인 나도 기쁘게 응원할 계획이다. 이 시간을 통해 잠시 잊고 있었던 나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 돌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안의 위대함은 언제나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으니까.

‘본 콘텐츠는 랑콤으로부터 제작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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