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페토의 뉴 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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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부터 발레 슈즈를 만들며 이름을 알린 레페토 아틀리에는 1999년 전설적인 경영인 장 마크 고셰(Jean-Marc Gaucher)를 만나 패션 하우스로 도약할 수 있었다. 지난해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딸이자 레페토와 함께 성장해 온 여성, 게다가 노련한 마케터인 샤를로트 고셰가 지금레페토의 변신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CEO가 됐다. 아버지 일을 이어받는 일은 어떤 느낌인가
가까이에서 지켜본 아버지는 항상 눈부신 비전을 가슴에 품은 사람이었다. 언제나 프로페셔널했고, 친절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인지 레페토를 향한 애정과 이해는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린 시절에 본 레페토를 기억하는지
열두 살 때부터 레페토 부티크를 매일 드나들었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옆에 본점이 있는데, 한쪽에선 막 발레를 시작한 어린아이들이 의상을 피팅했고 다른 쪽에선 패션계에서 일하는 세련된 여성들이 신발을 신어보곤 했다. 나는 그들이 주고 받는 눈길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었다. 아이들은 멋진 여성을 보며 미래의 자신을 꿈꿨고, 여성들은 아이들에게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모든 세대가 함께 연결돼 감정을 나누는 마법 같은 순간, 그게 내가 기억하는 레페토다.
마케팅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고 들었다
로레알에서 12년간 마케터로 일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큰 규모의 혁신과 전통을 지키는 일, 사람들의 마음을 읽으려는 자세 등. 이제 이 배움을 나만의 매뉴얼로 통합해 레페토에 적용시키려 한다.
CEO가 되기 전에는 아버지와 일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항상 예상치 못한 변주를 만들어냈다. 다른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아버지가 시작한 아이디어다. 2000년에 레페토와 이세이 미야케가 함께 브랜드의 첫 협업을 선보였는데, 당시에는 그런 작업방식이 혁신적이었다. 이제 협업은 레페토 DNA의 일부다.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협업이 있다면
느와 케이 니노미야, 자크뮈스에 이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마린 세르와 함께한 제품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그야말로 ‘힙’한 브랜드와 작업하는데, 협업 브랜드를 선정하는 기준은
명확한 기준은 따로 없다. 각각의 만남은 우리가 함께 말하고 싶은 영감이나 이야기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중요한 건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진실된 이야기가 있고, 고객들은 그 이야기에 감동받아야 움직이니까. 예를 들어 레페토는 발레 스튜디오와 프로페셔널 발레리나를 위한 노하우를 통해 발레에 진심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결국 ‘본업’이 중요하다.
레페토의 슈즈에는 저마다 이름이 있다. 본인이 새롭게 만들고 싶은 이름이 있다면
최고의 무용수에게 붙이는 이름인 에투알(E′toile)로 짓고 싶다. 이미 구상해 둔 디자인도 조금 있을 만큼 이름에 진심이다. 세계적인 무용수를 위한 최고의 슈즈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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