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산맥이 펼쳐지는 프랑스 남동부 마을, 메제브(Mege′ve). 만년설이 덮인 봉우리를 배경으로 크고 작은 오두막(샬레)이 놓인 이곳 풍경은 낭만 그 자체다. 갤러리스트 아르멜 소예르(Armel Soyer)는 메제브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오래전부터 자신만의 낭만을 키워왔다. 시작은 10년 전, 18세기 농장 건물을 개조하면서부터였다. 집의 외관은 1791년에 지어질 당시의 목가적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오래됐지만 최대한 고치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공간이 가진 본연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조를 최대한 살리고, 기존의 낡은 자재를 과감히 재사용했다. “오래된 마룻바닥과 흡연실의 착색된 목재를 이용해 벽을 세웠어요. 그러자 마치 마르케트리(marquetry) 장식으로 세공한 듯 서로 다른 색감과 패턴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벽이 탄생했죠.”
처음에 아르멜은 1층을 가족 공간으로, 2층을 갤러리로 구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두 공간은 조화롭게 섞였고, 고유한 분위기는 더욱 깊어졌다. 그녀의 집은 예술품 애호가와 수집가 사이에서 일찍이 입소문이 났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은 바로 예술을 향한 아르멜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 때문. 아르멜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며 공간을 변화시켜 왔다.
“새로운 예술가의 개성 있는 작품을 공간에 더할 때마다 독특한 분위기가 연출돼요. 기존 장식품과 어우러지거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을 선별하죠.” 거실부터 침실, 주방, 작은방, 욕실 곳곳을 가득 채운 개성 넘치는 오브제들은 각기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집과 함께 있었던 것처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지난 2년간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지원하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디자이너이자 그래픽 아티스트인 장 그리소니(Jean Grisoni), 직물 아티스트 마리 이자벨 푸아리에 트로야노(Marie-Isabelle Poirier-Troyano), 조각가 크리스토프 불랑제(Christophe Boulanger), 디자이너 알렉상드라 드 가리델(Alexandra de Garidel), 화가이자 디자이너인 피에르 본피유(Pierre Bonnefille), 밀랍 전문 조각가 모나 오렌(Mona Oren) 등. 모두 자연스러우면서도 시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죠. 제가 추구하는 감성과 맞닿아 있고요. 이들의 작품은 제 집이 새롭게 거듭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어요.”
집이 곧 갤러리인 아르멜은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크고 작은 궁금증을 언제든 속 시원히 해결해 줄 준비가 돼 있다. “어떤 물건이든 그것을 직접 사용해 본 사람이 가장 잘 아는 법이죠. 가령 데니스 밀로바노프가 디자인한 벤치 ‘로만(Roman)’은 전기톱으로 세공한 무늬가 포인트예요. 이 무늬를 멋지게 드러내려면 그 위에 조명을 꼭 달아야 한다고 조언하죠.” 아르멜에게 공간을 가꾸는 일은 고객뿐 아니라 자신과 더욱 가까워지는 일이기도 하다. “저는 미니멀리스트와는 거리가 멀어요. 토니 뒤케트(Tony Duquette)와 결이 비슷할 거예요. 저만의 미학적 발전을 계속 추구하고 싶어요. 종래에는 현대 디자인과 18세기 예술품을 적절히 혼합한 ‘오트 에포크(Haute E′poque)’ 같은 집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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