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지음의 현대식 공간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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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지음 집공방

한국식 방이란 무엇일까
‘한국적’이라는 의미를 먼저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보편적인 ‘한국적’ 이미지는 조선시대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온지음 집공방은 이것이 한국적인 것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 이래 모든 시대가 ‘한국적’이며 이번 전시를 통해 대중이 가지고 있는 ‘한국적 스타일’의 편견을 깨고자 했다.

이번 전시작인 ‘염막병장(簾幕屛帳)’은 어떤 실마리에서 시작됐으며,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중요시했던 것은 무엇인가
집을 소유하기 어려워지면서 현대인들이 노마드적 삶을 살고 있다는 것에서 실마리를 얻어 현대생활에 적합한 한국적 공간막이를 재현하려 했다. 공간막이라고 불리는 것은 오늘날 파티션, 커튼 등 외래어로 불릴 뿐 이것을 일컫는 용어는 없다. 한국적 스타일의 공간막이 역시 없다. 이에 온지음 집공방은 발과 막, 병풍, 휘장을 일컫는 ‘염막병장’이라는 한자어를 발굴해 전시공간의 표어로 삼아 현대생활에도 유효한 한국적 공간막이를 조망하고자 했다.

어떤 연구가 선행되거나 필요했나
조선시대의 미감이 아닌, 이전 시대의 미감을 보여주기 위해 현대의 생활방식과 비슷했던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중 하나는 비슷한 시기의 한·중·일 3국의 고화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폐쇄적인 조선시대와는 달리 조선 이전의 국가들은 국제적으로 문화를 공유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염막병장’ 역시 지역과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 양상이 거대한 세계 문화로 통일화되는 현대와 유사해서 흥미로웠다.

15세기 이전 한국의 방에서 발견한 공간막이는 현대에 어떤 가능성을 가질까
유구와 기록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삼국시대~고려시대 집의 특징은 하나의 큰 방이었다. 고구려 동대자 유적은 40여 평의 건물이 단 두 개의 큰 방으로 이뤄져 있는데, 하나의 큰 방은 장막 따위를 통해 다시 작은 공간으로 분화하고 점유된 것으로 추정한다. 현대의 삶은 고도화됐을 뿐 과거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24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분석을 보면 많은 현대인이 임대한 집에 살고 있으며 1인 거주자 절반 이상이 원룸에 살고 있다. 가볍고 가변적인 요소들이 융통성 있는 공간의 분리와 분화가 가능한 것은 과거와 현대가 일맥상통함을 보여준다.

염막병장을 작업하면서 새롭게 찾은 관점이 있다면
대다수의 사람이 한옥은 인테리어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온지음 집공방은 과거의 삶과 현대의 삶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고려는 입식 문화권이었다. 공적공간과 사적공간을 형성할 때 공간을 나누기 위한 인테리어 요소가 필요했다. 이것이 염막병장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방이 세분화되면서 공간막이가 많이 사라졌다. 사라진 것을 다시 ‘염막병장’으로 재조명하고자 한다.

한국의 전통공간과 디자인 요소 중 현대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한국의 창호. 창과 문의 요소는 쉽게 한국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으면서 대다수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알파룸, 중문같이 더 많은 방을 나누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수요에 잘 맞는 요소다. 전시품 중 하나인 ‘호렴(戶廉)’을 소개하고 싶다. 호렴은 미서기문이 여닫이 방식으로도 열리는 안고지기문을 변형시킨 작품으로 망사창 대신 기성품 발을 결합한 작품이다. 아파트 중문에 한국적 분위기를 내는 창호로서 쓰임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방, 한국적 공간 혹은 미감이 지닌 스타일을 정의한다면
자연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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