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봉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던 주인공 노라(그레타 리)는 이민을 떠나며 친구인 해성(유태오)에게 “한국 사람들은 노벨문학상 못 탄다”라는 말을 남겨요. 실제로 어제 오전까지는 그랬습니다. 한국에서는 원로 남성 문인 몇몇을 두고 노벨문학상 수상이 유력하다는 설(?)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한국인이 이 상을 탄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10일(현지시각), 역사는 다시 쓰였습니다. 노벨상 123년 역사를 통틀어 최초로 아시아 여성이자 한국 작가인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썼다”라고 했습니다. 또한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취약성을 폭로한다. 몸과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자가 됐다”라고도 했죠. 한강은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끝내고 이 엄청난 연락을 받았다고 해요. 노벨상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4억 2000만 원)고, 세금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한강의 대표작은 맨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 제주 4.3의 비극을 이야기하는 〈작별하지 않는다〉 등입니다. 노벨문학상 선정위원회 한 관계자는 이 중에서도 〈소년이 온다〉 일독을 권했는데요. “트라우마가 어떤 식으로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지, 역사적 사실을 아주 특별하게 다룬 작품”이라는 평입니다. 반면 한강 본인은 이번에 자신을 알게 된 독자에게 〈작별하지 않는다〉, 〈흰〉과 〈채식주의자〉를 권했어요. 그는 노벨상 측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는 인간의 행위에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고 〈흰〉은 상당히 자전적인 내용이어서 아주 개인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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