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에서 산 지 10년 차에 주방만 고쳐 단정하게 정리한 아티스트 김현정의 아파트. 손으로 하나하나 다듬고 엮어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내는 그의 고운 손처럼 집 곳곳에는 다정한 시선이 어려 있다. 마흔세 번째 #홈터뷰.
안녕하세요. 북유럽산 자작나무 수피로 바구니를 만드는 오디너리 작업실(@workroom.ordinary)의 김현정(@whyn_)입니다. 공예가이자 열두 살 남아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엄마이고요! 10년 넘게 이사하지 않고 한 아파트에서 살아온 저희 가족은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 시간의 흔적을 가진 빈티지 가구와 식기들을 좋아하는 편이고요. 제가 직접 만든 뜨개 소품과 바구니들도 물론 한 자리씩 하고 있답니다.
머릿속을 비우고 손끝에만 집중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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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테리어 서적을 보는 게 취미였어요. 일본, 북유럽의 멋스럽게 나이 든 공간들에서 영감을 얻곤 했죠. 그런데 제가 예쁘다고 생각한 사진들 속에는 늘 어떤 바구니가 있는 거예요. 멋스럽게 나이 든 바구니가 툭 놓여 있는 걸 보면서 ‘예쁘다, 우리 집에도 이런 바구니 하나쯤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으로 공방을 찾아가 배웠고 이게 시작이 됐어요. 북유럽에서 온 자작나무 수피의 질감은 처음 느껴보는 생경한 어떤 것이었고 손을 움직여 무언가 유용하고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내는 시간에서도 행복이란 감정이 피어오르더라고요. 이걸 시작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지만 재료를 다듬고 하나하나 엮어 만들다 보면 처음 배웠을 때의 그 설레는 감정이 올라와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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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학교에 가는 평일에는 저도 작업실로 출근해요. 바구니 만드는 법을 가르치거나 저의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요. 보통은 오후 4시 즈음에는 귀가해서 아이 간식을 챙겨주고 장을 보거나 도서관에 다녀오기도 해요. 저녁 7시에는 다시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어요.
제 작업은 아이를 재우고 난 이후, 밤 11시에 다시 시작되어 새벽 1~2시까지 이어집니다. 고양이도 잠든 고요한 밤. 그때부터 제 작업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져요. 낮에는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기 때문에 작업을 하다 가도 산만해지기 쉬워서 주로 한밤중에 집중해서 끝내는 편이에요. 거실 창가 앞 원탁으로 가서 작업할 때 앉는 저만의 의자에 앉아 제 세계로 빠져드는 거죠. 피곤해도 피곤하지 않은 시간이랄까요.
주방 리모델링으로 달라진 아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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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는 처음부터 붙박이장이나 팬트리가 없었어요. 그런데 소품이 너무 많아서 복닥복닥했죠. 이사를 가지 않고 한 집에 10년 가까이 살다 보니 물건이 점점 많아지기만 했고요. 그래서 주방만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하고 수납장 짜 넣는 것부터 기획해 나갔어요. 한쪽 벽면에는 미닫이 수납장을 설치하고, 냉장고장이 있던 위치에는 가벽을 두어 공간을 넓게 뺐어요. 인테리어 스튜디오 라이크라이크홈(@likelikehome) 손명희 실장님의 도움이 있었기에 제가 상상했던 주방의 모습을 그려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소형 가전은 최대한 거리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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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자리 차지를 많이 하는 게 소형 가전이라고 생각해요.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전기포트 등 자주 쓰는 가전들이 주방 한편에 늘 꺼내져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가전들 때문에 정리해도 정리 안 된 것 같은 풍경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수납장 한 칸은 토스터기, 오븐 레인지, 정수기가 쏙 들어갈 수 있게 짜서 넣었어요. 전기밥솥은 사용하지 않고 압력 밥솥이나 솥 밥을 지어먹은 지 10년 넘은 것 같고요. 최대한 소형 가전은 늘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고양이가 좋아하는 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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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납장 자리에는 ㄱ자 싱크대가 있었어요. 가벽 자리엔 싱크대와 냉장고장이 있었고요. 집의 한가운데에 냉장고가 있는 게 싫어서 구조를 변경했어요. 싱크대가 주방 뒷 베란다로 옮겨지면서 사이즈는 좁아졌지만, 거실에서 바라봤을 때 주방의 복닥함이 감춰지고 다이닝 공간만 보이니 한결 편안해졌어요. 가벽 위에는 가로로 좁고 긴 창을 내어 답답하지 않게 했고요. 요즘은 고양이가 자주 올라타고 노는 최애 놀이터가 되었네요.
예쁜 그릇은 모으고 쌓아가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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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먹을 땐 우일요와 유기그릇, 양식을 차릴 땐 빈티지 아라비아 핀란드나 히스세라믹을 사용하는 편이에요. 유리컵은 이딸라, 커트러리는 영국의 데이비드 멜러와 유기 수저를 좋아합니다.
브롬톤 전용 미니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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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남편, 아이 모두가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자전거도 세 대 있는데요. 집 현관에 다 기대어 두니 문 열고 들어섰을 때 첫인상이 너무 복잡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모듈형 수납 캐비닛을 구매해 자전거 미니 창고로 활용해 봤어요. 자전거는 브롬톤인데요. 차에 싣고 떠날 수 있어서 브롬톤으로 장만했어요. 다 같이 한강으로 자전거 라이딩을 가려도 해도 차에 자전거 세 대를 실을 수가 없으니 아이 자전거만 싣고 저와 남편은 따릉이를 빌려 타곤 했었거든요. 이제는 다 싣고 훌쩍 나갑니다. 라이딩하기 제일 좋은 계절이잖아요!
그림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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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곳곳에 걸려 있는 그림은 대부분 고지영 작가님의 그림이에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림을 산다’는 행위가 참 낯설게 느껴졌는데 고지영 작가님의 그림을 만나고 나서 생각이 전환됐어요. 생애 첫 소장 작품이 작가님의 정물화였는데요. 시선이 닿을 때마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더라고요. 매번 다른 저의 감정을 이 그림이 바다처럼 다 받아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여전히 제일 좋아하고 애정합니다. 매년 한두 점씩 컬렉팅하고 있어요.
식탁 위 티슈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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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너리를 찾아 주시는 고객분들 중에서 티슈 케이스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유독 많아요. 사실 제가 만든 것 중에 제일 잘 쓰고 있는 바구니도 티슈 케이스예요.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고 공간에 쓰윽 녹아드는 느낌이랄까요?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눈에 띄지 않고 그림자처럼 잘 스며드는 아이. 침실, 부엌, 거실 어디든 그냥 툭 놓아두어도 잘 어우러져요.
일단 좋아요부터 누르고 보는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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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ways_young_o
건축가이시고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고 계시는 영숙님의 인스타 일기를 보는 걸 좋아해요. 포스팅 속에서 보여지는 집의 색채감이 참 포근하고 예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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